
사모펀드(PEF) 운용사 LB프라이빗에쿼티는 성장형 투자부터 경영권 인수 투자까지 아우르며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하우스다. LB인베스트먼트의 PE본부가 독립해 설립된 LB PE는 최근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턴어라운드 성공으로 기업가치 제고 역량을 입증했다. 연이어 출자사업을 따낸 LB PE는 이날(30일) 2000억원 규모 펀드 결성을 앞두고 있어 향후 투자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성장형 투자부터 바이아웃까지 아우르는 투자 저변

LB PE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엔터·IT·제조부터 유통업까지 폭넓은 산업에 걸쳐 있다. LB PE는 하이브에서 385.1%라는 기록적인 내부수익률(IRR)을, 에코프로비엠에서는 투자원금대비(MOIC) 2.5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이외에도 △토스페이먼츠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기업에 그로쓰캐피탈(성장형 투자) 투자를 단행해 성과를 냈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에도 능하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상장을 앞둔 LS파워솔루션이다. 1979년 설립된 LS파워솔루션은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다양한 변압기를 생산하는 종합 변압기 제조사로, LB PE가 LS파워솔루션을 인수한 건 2021년이다. LB PE는 스카이레이크가 보유하던 LS파워솔루션 지분 전량을 305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엔 LS파워솔루션의 경영권 지분 51%를 LS일렉트릭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 900억원의 지분가치를 인정받으며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을 증명했다.
물론 순탄하게 이뤄진 과정은 아니었다. 인수 직후인 2021년부터 LS파워솔루션은 적자 전환하며 실적 부진에 빠졌고 LB PE는 수익성 회복을 위한 턴어라운드 전략 수립에 고심했다. 인수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경영진 교체와 내부 관리 시스템 정비 등 본격적인 조직 변화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해외 영업에 강점을 지닌 고위 임원과 자본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을 영입해 추가적인 성장동력과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시장 상황도 우호적으로 전개됐다. 2021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조선사들의 수주가 급증했고, 컨테이너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에 대한 추가 수요도 가시화됐다. 이런 흐름은 선박용 변압기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LS파워솔루션에도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촉발된 전세계적인 변압기 수요 증대로 육상용 변압기의 수주와 매출도 증가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LS파워솔루션은 지난매출 1096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적 개선은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LB PE는 LS파워솔루션 인수 당시 투입한 금액을 지난해 LS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며 투자원금 이상을 이미 회수했으며, 아직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투자 성과 덕에 LB PE는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LB PE는 산업은행 혁신성장펀드 2차 출자사업에서 소형 부문 위탁사로 선정되며 블라인드펀드 조성 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후 과학기술인공제회 정기 출자사업의 중형 부문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300억원가량의 출자금을 확보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출자사업에서 300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출자사업에서 250억원을 연이어 따냈다. 최근에는 교직원공제회로부터 400억을 추가 확보해 최종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
핵심 운용진의 팀워크…누적 경력 92년

LB프라이빗에쿼티의 안정적인 펀드 운용에는 핵심 운용인력들의 팀워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현직 글로벌 금융사와 대형 회계법인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시니어 파트너진은 총 92년에 달하는 누적 투자 경력을 자랑한다.
구본천 부회장은 맥킨지앤컴퍼니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거쳐 2001년 L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2003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구 부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4남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장남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구 부회장은 직접 운용 인력으로도 참여하며 LB PE의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필규 대표는 NH투자증권과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7년간 업계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펀드운용과 딜 소싱 전반에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지홍 상무는 UBS와 LB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하며 15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키맨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산업 분석과 밸류업 전략 수립에 능하다.
이 외에도 박우중 이사와 하지성 이사가 핵심 운용 인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우중 이사는 뉴욕대 MBA와 존스홉킨스대 경제·통계학 출신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과 JP모간 등을 거쳤다. 하지성 이사는 카이스트에서 산업 및 시스템공학을 전공했으며 삼정KPMG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LB PE는 올해도 성장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5월 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무리 지을 예정인 데다 이미 KB증권 PE사업본부와 공동 운용 중인 1050억 규모의 중견기업혁신펀드를 통해 충분한 투자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LB PE는 주요 투자 업종으로 과거 투자 경험을 보유한 강점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LB PE는 그간 전통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해당 부문에서 대표적인 투자 건은 △공공정보시스템 기업 한국정보기술 △차량공유업체 쏘카 △폐윤활유 재활용 정제처리 기업 클린코리아·덕은인터라인정유 등이 있다.
남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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