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래 갈까? 알뜰폰 100원 요금제와 0원 요금제란 뼈아픈 전례 [IT+]
알뜰폰 초저가 요금제 나와
지난해 0원 요금제에 이어
100원 요금제 등장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반갑지만
낮은 지속가능성 치명적 한계
알뜰폰 생존 전략 새로 찾아야
몇몇 알뜰폰 업체가 새로운 저가 요금제를 내놨다. '100원 요금제'다. 월 1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3~6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론칭한 지 7개월 만에 종언終焉을 고한 '0원 요금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0원 요금제와 전철 = 시계추를 잠깐 2023년 5월로 돌려보자. 당시 알뜰폰 시장에선 '0원 요금제' 열풍이 불었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7~8개월간 휴대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부족한 가입자를 채우기 위해 꺼내든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순식간에 세종텔레콤·토스모바일·KG모바일 등 경쟁업체로 번졌고, 0원 요금제 상품 수는 80여개로 늘어났다.
'0원 요금제'는 고물가에 신음하던 소비자를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조금씩 늘어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그해 5월 이동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소비자는 11만7513명으로 전월(9만6795명)보다 2만여명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지속가능성이었다. '0원 요금제' 덕분에 가입자가 늘긴 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건 치명적인 한계였다. 예상대로였다. '0원 요금제'는 금세 소멸했다. 열풍을 일으킨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이 끝이었다.
■ 초저가 쳇바퀴 = 그랬던 알뜰폰 업계가 또다시 '초저가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알뜰폰 업체 '슈가모바일'이 월 100원으로 6GB의 데이터를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한 건 신호탄이었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모빙'도 월 100원 3GB 요금제(1년 유지)를 론칭했다. 두 상품 모두 1년 이후엔 각각 월 8750원, 월 3500원으로 전환한다.
유효기간이 따로 없는 '초저가 요금제'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모빙'은 평생 월 3300원으로 5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아이즈모바일'은 월 2300원, 5GB 요금제를 내놓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6 시리즈의 출시를 기점으로 알뜰폰 시장에 또다시 상품 경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고액 요금제에 부담을 느끼고 단말기만 구매해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려는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라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가요금제'는 반가운 상품이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낼 수 있어서다. 슈가모바일의 'Sugar 실속(200분·6GB)' 요금제를 2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요금은 총 10만6680원에 불과하다. 이통3사에서 비슷한 데이터양을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약정할인을 받더라도 7배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일례로, SK텔레콤의 6GB 데이터 요금제 '컴팩트(3만9000원)'는 약정할인을 받아도 월 2만9210원, 2년 총 70만1040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자본력이 약한 영세 알뜰폰 업체가 '초저가 요금제'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약해서다. '저가요금' 혜택 기간이 끝났을 때 가입자가 알뜰폰에 남아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0원 요금제도 이런 이유로 종언終焉을 고했다.
■ 알뜰폰 생존하려면… = 전문가들은 알뜰폰 업체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출혈경쟁' 식 전략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전례前例를 봤을 때 초저가 요금제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거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알뜰폰 업체에 생존을 맡겨선 안 된다"면서 말을 이었다. "현재 알뜰폰에게 지원하는 판매지원금과 도매대가 인하 정책은 한시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알뜰폰이 통신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참고: 판매지원금은 이통3사가 자사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도매대가 인하정책은 알뜰폰 업체가 이통3사에 지급하는 망 임대료인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이다.]
혹자는 '알뜰폰을 왜 살려야 하느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알뜰폰은 이통3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다. '저가 요금제'로 무장한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추면 이통3사도 요금제를 낮출 수밖에 없어서다. 알뜰폰이 맘놓고 가격경쟁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소비자에게도 득이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단 거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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