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문 밖으로 학생 내모는 고교 내신 5등급제

2026. 6. 7. 17: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신5등급제 도입으로 학교를 떠나는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일러스트

충청권을 포함해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업중단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와 더불어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되면서 내신 경쟁을 피해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르려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밀하지 못한 제도 설계로 학생들이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게 한 것은 아닌지 교육 당국의 성찰과 대책이 요구된다.

7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일반고 학업중단자는 1만8661명으로 최근 7년 중 최다였다. 이 가운데 고교 1학년이 1만 450명(전체의 56%)으로 이 기록을 이끌었다. 고1 학생들의 자퇴가 늘어난 것은 내신 경쟁 심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신 5 등급제는 기존 9 등급제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려는 것이 취지였는데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지역 대학 입학(인서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 등급을 받기가 어려워진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입 수능 지원자 중 고졸 검정고시 출신은 2020년 1만 2439명에서 올해 2만 2355 명으로 6년간 1.8배 늘었다.

더불어 흥미와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고교학점제도 이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흥미와 진로 보다 1등급을 따기에 유리한 과목을 고르는 것으로 변질됐다. 결국 내신 경쟁을 완화하려고 도입한 제도가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충청권 등 지방 학생들의 현실은 더 냉혹하다. 이탈하더라도 서울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사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엄연한 현실에서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나의 제도를 도입할 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좀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사태라고 해명하려 할지 모르지만 입시 전문가들의 폭 넓은 의견을 구했더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법하다.

지금이라도 5등급제의 부작용을 막고 고교학점제의 순기능을 살릴 방안이 무엇인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시제도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