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다 中 더 예민한 괴물 ‘현무-5’···탄두 줄면 사거리 5000㎞ 중국 사정권[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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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현무-5, 동북아 주요 도시가 사정권”
괌 타격할 중거리 위력 ‘한국판 둥펑-26’
1000kg 탄두로도 지하 18m 관통 위력
지난 10월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10월1일 국군의 날에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이 처음 공개됐다.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이 얹어진 형태의 현무-5 발사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차량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 능력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현무-5는 탄두 무게만 8t으로 세계에서 탄두 무게가 가장 무거운 미사일이다. 유사시 지하 100m 깊이의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무기체계로 소형 전술 핵무기급 위력을 갖고 있다. 현무미사일 시리즈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이를 기반으로 군 당국은 유사시 현무-5 수십발로 북한 전쟁지휘부 지하벙커를 파괴하고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무는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북한 지휘부 입장에서는 무척 신경 쓰이는 미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무-5가 공개되면서 북한 보다는 중국이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유인 즉, 현무-5는 8t 탄두를 장착했을 때는 사거리가 300㎞이지만 탄두 무게를 1~2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수준인 3000~5500㎞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영 펑파이신문은 현무-5 관련 기사를 통해 “탄두 중량을 1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5000㎞에 이른다”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많은 지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지만 콜드런치 발사 방식 채택 등 중국군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1의 초기 형태와 유사하다”며 “현무-5 미사일의 사거리 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 시험 발사 장면. 사진 제공=국방부

실제 현무-5는 탄두 무게를 줄이면 사거리가 600㎞에서 최대 5500㎞까지 늘어난다. 게다가 1~2㎏ 탄두 무게로 벙커버스터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는 위력을 과시한다.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수장을 사살할 때 활용한 벙커버스터 ‘BLU-109’의 경우 870㎏의 탄두로 지하 18m 깊이를 관통하며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중국의 둥펑-26과 비슷한 사거리를 갖게 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최대 사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이 현무-5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무-5의 이 같은 위력 때문에 중국 측은 방공 능력이 부족한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이라고 하기에는 성능이 너무 뛰어나 사실상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 9축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발사대, 고압가스로 미사일을 밀어올려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런치 등을 채택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근거로 주장한다.

당장 중국은 콜드런치 발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무-5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LBM을 장착한 우리 해군의 3000t급 잠수함이 서해 상 깊은 바다에서 잠행하다 현무-5를 발사하면 중국 전역이 타격 범위 안에 들어가는 동시에 중국으로선 충분히 대비하기에 까다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31’보다 더 큰 차량을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한국이 ICBM 수준의 기술과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한국 공군 전투기가 투하한 레이저 유도 벙커버스터 항공 폭탄 ‘GBU-28’이 목표물을 명중시키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TV

중국 내 군사 전문가들도 한국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 보유는 단순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뛰어넘어 국력에 걸맞은 전략적 위상과 군사적 위협 능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일본 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집단안보체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민해방군 대교(한국 준장급) 출신인 관영 CCTV 군사평론가 두원룽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미사일을 9축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어 수송과 발사, 보관을 일체화하는 건 전형적인 장거리 미사일의 수송, 발사 방식”이라며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을 넘어서 중국 동부 연안과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중국을 견제할 위협적 무기체계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전략적 틀 안에서 지원을 받는다면 현무-5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아시아판 나토 같은 체제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미국은 본국 주둔지인 괌-일본열도-필리핀 잇는 지대함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배치를 구상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포대 ‘타이푼’을 배치해 중국이 아직도 골치를 앓고 있다.

中 베이징·톈진·선양 등 주요도시 사정권

또 대만 침공 억지를 위해 오키나와 일대에 최신형 ‘타이푼’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일본과 협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무-5가 대거 실전에 배치되면 미국 동맹국들의 중거리 미사일 포위망에 갇힐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과 톈진, 선양 등 화북과 동북의 주요 도시를 비롯해 칭다오 북해함대 기지, 닝보 동해함대 기지 등도 공격할 수 있게 한국 측이 중국을 겨냥한 현무-5 기반의 탄도미사일 체계를 구축하면 중국으로서는 서해 위협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및 경제 수도인 주요 도시들이 직접 공격 받을 수 있어 또 다른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현무-5는 비행거리 1000㎞ 이하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3000∼5500㎞)급 이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만약 우리 군이 현무-5 탄도미사일을 만들 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인 1t을 기준으로 하면 현무-5의 사거리는 500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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