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개편안’ 분노 달래기? 역부족
금융위가 실손보험 가입연령을 높이고, 유병력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일부 개선했습니다. 보장연령도 최고 110세로 늘고, 만성질환이 있어도 실손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발표했던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 중 하나인데요. 분명 보장의 폭이 넓어져서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울만한 얘기지만, 여론은 차갑기 짝이 없습니다. 1월에 터뜨려 놓은 ‘실손보험 개편’의 후폭풍이 여전합니다.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 확대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과 조건, 보장연령을 강화한 제도 개선을 발표했습니다. 노령층의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낮춰 의료비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새로 설계된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연령을 현행 75세 이하에서 90세 이하로 확대합니다. 유병력자 역시 70세 이하만 가입이 가능했으나, 90세 이하라면 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게 됩니다. 보장연령도 100세에서 110세로 확대됩니다.
노후 실손보험은 고액의료비 보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주계약(급여)와 특약(비급여)로 구성되는 실손보험(4세대)와 달리 의료비에 요양병원 의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을 보장하는 구조로, 보장한도는 질병·상해 각각 연간 1억 원입니다.
유병력자는 가입심사 항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춥니다. 일반 실손은 18개 항목을 심사하지만, 유병력자 실손은 심사항목이 6개에 그치죠. 경증 만성질환자나 치료이력 있는 유병력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겁니다.
대신 유병력자의 경우 자기부담률에 차이가 있으나, 급여·비급여 모두 30%의 자기부담률을 적용합니다. 최소 자기부담금이 입원 시 10만 원, 통원 시 2만 원이 적용되며, 통원 처방조제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새로 나오는 실손보험은 오는 4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 총 10개 손해보험사와 3개 생명보험사가 제도 개선에 참여했으며, 기존 계약은 재가입(3년) 시기에 맞춰서 보장연령을 자동으로 연장한다는 방침입니다.
들끓는 여론 진화에는 역부족… ‘실손보험 개편안’ 진통
이번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 보장 확대는 올해 금융당국이 계획한 ‘노후지원 보험 5종세트’의 일환입니다. 연초에 △사망보험금 유동화 △의료저축계좌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항목 신설 △신탁업 활성화와 함께 발표된 계획이죠.
다만 시장의 눈초리는 곱지 않습니다. 앞서 발표한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이하 개편안)이 빈축을 사는 가운데, 서둘러 보험사에게 부담을 주는 시늉을 취하며 들끓는 여론의 진화를 꾀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실손보험에 관련된 핵심이슈는 고령층 보장의 미흡보다는 ‘본인부담률 인상’에 있습니다. 개편안에는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설정해서 관리하고, 비중증 보장을 대폭 줄인 ‘5세대 실손보험’의 골자가 담겼죠.
이 개편안에는 임신·출산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대목도 일부 담겼지만, 특히 ‘5세대 실손보험’과 관련 계획들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면서 그 의미가 대거 퇴색되고 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 질병·상해에 대한 보장 축소를 골자로 삼고 있습니다. 본인부담률은 50%로 현행(4세대, 30%)보다 못하고, 도수치료와 MRI 등을 보험금 미지급 사유에 편입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빈축을 산 대목은 ‘치료비 100% 보장’을 앞세워 판매된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강제 전환’ 가능성입니다. 정부는 재매입을 통해 총 1,582만 건의 계약을 5세대로 전환시키고,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약관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방안은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1월 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들이 “보험사 개혁이 앞서야 한다”고 외쳤고, “정부가 나서 보험사 코를 풀어주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반면,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상위 9%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80%를 지급받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실손보험 개혁은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