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가 포기한 달 탐사차, 민간 기업이 구원 투수?
비용 2배 오른 탓, 민간 매각으로 재검토
미국 달 탐사에 참여한 기업 등 11곳 관심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비용 문제로 포기하려 했던 달 남극 탐사 임무를 민간 기업에 매각해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기업이 정부의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나사가 달 남극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 바이퍼(VIPER) 임무를 인수할 기업을 찾고 있다. 지난달 25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나사는 바이퍼 임무를 민간 기업에 매각해 계속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 기업이 바이퍼 로버를 인수해 남은 최종 시험과 달 착륙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바이퍼는 나사가 추진하는 최초의 달 이동형 탐사로봇(로버)이다. ‘달 남극의 휘발물질 탐사 로버(Volatiles Investigating Polar Exploration Rover)’라는 뜻의 영문 약자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달에 우주인을 보냈으나, 로버를 보낸 적은 없다. 50년 전 아폴로 프로그램의 우주인들이 타고 다닌 네바퀴 월면차만 있었다.
당초 나사는 바이퍼로 달 남극 표면에서 물과 얼음의 흔적을 찾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로버는 나사 에임스연구소가 직접 제작하고, 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팰컨9, 착륙선은 민간 기업인 애스트로보틱의 그리핀을 이용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퍼 임무는 지난 7월 돌연 취소됐다.
취소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예산 지출이었다. 나사는 당초 바이퍼 임무에 2억5000만달러(약 3311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임무를 진행하면서 지출이 4억3300만달러(5736억원)로 2배가량 늘었다. 임무를 준비하면서 실험이 추가됐고 발사가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니콜라 폭스 나사 과학임무국 부국장은 “의회가 임무를 지속하라고 권고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다른 달 탐사 임무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바이퍼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대로 사라지는 듯 했던 바이퍼 임무가 기업에 매각돼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생겼다. 나사는 예산을 절감하고, 바이퍼를 인수한 기업은 미국 최초의 무인 달 탐사 임무를 맡았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현재까지 바이퍼 임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는 바이퍼 임무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착륙선 ‘오디세우스’를 달에 착륙시켰다. 다만 착지 과정에서 달 표면의 울퉁불퉁한 지형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전력 공급이 끊겨 제대로 된 임무는 성공하지 못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즈와 함께 오빗비욘드(OrbitBeyond)도 바이퍼 임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빗비욘드는 달 수송 기술을 개발해 나사의 아르테미스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
나사의 바이퍼 임무 매각이 성사된다면 예산 8400만달러(112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나사의 자금난을 해결하는 구원 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결정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취지에 맞는 해결책이라고 본다. 정부는 예산을 절약하고, 민간 기업은 정부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시험하거나 새로운 임무를 편성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나사의 바이퍼 임무 최소 요청에 대한 답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의회는 바이퍼 임무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만큼 매각을 허가할 가능성도 크다. 미 하원 대변인은 “바이퍼 임무를 취소하면 중국과의 경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중국이 달 남극에서 물과 얼음의 흔적을 찾으려는 계획을 감안하면 미국도 임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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