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령탑 4명이 그와 한솥밥... ‘유재학 사단’ 농구판 달군다

이영빈 기자 2025. 5. 2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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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인성

프로농구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사령탑들이 줄줄이 바뀌었다. 울산 현대모비스, 안양 정관장, 수원 KT, 고양 소노, 부산 KCC. 열 팀 중 절반이 새 감독을 맞았다.

그런데 묘하다. 5명 중 셋이 같은 스승에게 농구를 배웠다. 나머지 1명도 그의 그림자에서 멀지 않았다. KBL 최다승 724승. ‘만수(萬數)’라는 별명이 붙은 현대모비스 전 감독이자 현재 KBL 경기본부장 유재학(62)이다.

그래픽=정인성

모비스 새 사령탑 양동근(44)은 2004년부터 16년간 모비스에서만 뛴 ‘원클럽맨’.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유재학 감독과 보냈다. 양동근은 모비스 심장으로 뛰며 공격을 조율했고, 유 감독은 그를 최대한 활용해 리그를 지배했다. 통합 우승 4번, 우승 반지 6개, 그리고 2013년 KBL 첫 3연패 기록까지. 이 사제(師弟)는 KBL 역사에 나란히 적혀 있다.

현역을 마친 양동근은 2021년 코치로 유재학에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수석 코치를 거쳐 이제는 지휘봉을 직접 쥐었다. “(유재학) 선배에게 배운 유연성을 내 방식으로 펼치고 싶다”는 다짐이다.

부산 KCC 이상민(53) 신임 감독 역시 유재학 그늘 아래 있다. 연세대 시절, 최희암 감독 곁에서 코치를 하던 유재학은 같은 포지션(포인트가드) 선수였던 이상민 재능을 알아보고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이상민도 중학생 시절부터 유재학 선배를 ‘추앙’했다. 유재학을 보며 농구인을 꿈꾼 세대인 셈이다. 그는 2014년부터 서울 삼성 감독을 지내다 2021-2022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 2023년, 선수 시절 12년을 보낸 KCC로 돌아와 수석 코치를 맡았고,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시 감독으로 승진했다. “선수로서도, 코치로서도 우승을 했던 팀이니까 이제 감독으로도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문경은(54) 감독은 수원 KT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그 또한 연세대 시절 유재학 밑에서 성장했다. 이후 2001-2002시즌 인천 SK(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재회한 인연도 있다. 2012-201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문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가 유 감독의 모비스와 맞붙었다. 결과는 스승의 4연승. 문 감독은 이후 SK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론 해설위원으로 지내다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 시즌에 바로 우승하겠다”고 선언했다.

안양 정관장 유도훈(58) 감독은 유재학과 중학·대학(용산중-연세대) 선후배다. 고교는 각각 용산고·경복고로 갈라졌다. (유도훈이) 4년 후배지만 오랜 ‘식구’ 사이나 마찬가지. 지도자로는 2018-2019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각각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모비스 감독으로 만나 4승 1패로 모비스가 우위를 점했다. 유도훈은 전자랜드와 한국가스공사에서 14년간 403승을 거둬 400승 고지에 오른 감독 4명(유재학, 전창진 530승, 김진 415승)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 삼성 신임 단장 임근배(58)도 2004년부터 9년간 현대모비스 수석 코치로서 유재학 감독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바 있다.

유재학은 선수 한 명 한 명 성향을 읽고, 그들을 살리는 데 천재적 감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움직임과 계산, 타이밍을 교차해 창의적인 전술을 만들어냈다. 제자들은 “감독이 된다면 유재학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고, “언젠가는 유 감독을 이기고 싶다”고 소망한다.

고양 소노 신임 사령탑 손창환(49) 감독은 다소 이질적이다. 프로 선수 생활은 4년. 이후 안양 SBS에서 홍보 담당으로 시작해 2005년부터 국내 최초로 ‘전력 분석원’으로 일했다. 그 뒤 김승기 감독 발탁으로 코치가 된 뒤, 고양 캐럿과 소노를 거쳐 다시 전력 분석원으로 돌아왔다가, 이번에 감독 자리까지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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