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은 지금] '승계 삼파전' 세자매 경영권 향방은

서울시 서초구 서희빌딩 전경./사진=네이버 지도

서희건설의 후계 구도 확립은 만 81세를 맞은 이봉관 회장의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세 딸 중 누구도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핵심 부서를 나눠 맡고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직면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세 자매의 경영 성과와 이 회장의 의중에 따라 단독 승계나 계열 분리 등 본격적인 시나리오가 가동될 전망이다.

장녀 '외주'·차녀 '재무'·삼녀 '신사업' 총괄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경영권 승계 경쟁은 세 자매의 성향과 전문성이 반영된 역할 분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은희 부사장, 이성희 전무, 이도희 실장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핵심 부서를 이끄는 '트로이카(3인 체제)'를 구축했다.

장녀 이 부사장은 '외주동반성장본부'를 총괄한다. 치밀하면서도 유연한 소통 능력을 갖춘 그는 하도급 업체 관리와 원가 절감, 자재 조달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주력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공사비 리스크를 방어하고 수익성을 보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차녀 이 전무는 그룹의 곳간 열쇠인 '재무본부'를 이끈다. 매사에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향이 자금 운용 총괄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고금리 장기화로 유동성 관리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만큼, 보수적인 자금 조달과 재무 건전성 유지가 이 전무의 핵심 과제다.

삼녀 이 실장은 '전략경영실'을 맡아 그룹의 미래 방향타를 잡고 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법률적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사법 리스크 등 위기 대응을 전담한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및 도시정비사업 진출 등 신사업 다각화를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승계 레이스에서는 장녀가 다소 앞서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부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자금줄인 주요 비상장사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인 애플이엔씨 지분을 35%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일자산관리앤투자 지분(20.66%)도 가장 많이 쥐고 있다. 애플디아이 지분 역시 21%를 보유해 차녀(15%)를 앞선다.

삼녀 이 실장은 그룹 미래 전략을 총괄하며 비건설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다. 물류 사업을 영위하는 유성티엔에스의 개인 지분율은 5.14%로 장녀(4.30%)와 차녀(3.48%)를 제치고 세 자매 중 가장 높다.

다만 이 실장은 지난해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 이사회 출석률이 각각 15%, 4%에 그쳤다. 이는 이봉관 회장의 출석률(서희건설 43%, 유성티엔에스 36%)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실제 경영 참여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분 확보 난망…경영권 분쟁 리스크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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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향후 서희건설의 경영권 향방을 두고 '단독 승계'와 '계열 분리'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다만 세 자매의 지분율 격차가 근소하고 계열 분리를 추진할 만큼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비교적 우위에 있는 이 부사장의 단독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 불복한 나머지 자매들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발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고려아연이나 한국앤컴퍼니 등 재계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보듯, 지분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 가족이 외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경영권 공격에 나설 경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우려가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경쟁자나 외부 세력의 개입 의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압도적인 지분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희건설은 이마저도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 자매의 서희건설 직접 지분이 모두 1% 미만에 불과한 데다,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비상장 계열사 지분마저 10~30%대로 팽팽하게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특정 1인이 단기간에 압도적인 지배력을 구축해 분쟁의 싹을 자르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대안으로 등장하는 계열 분리 시나리오는 사업 부문별로 회사를 쪼개는 방식이다. 서희건설(건설)과 유성티엔에스(물류)를 분리하거나, 각자가 최대주주인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

문제는 서희건설의 압도적인 덩치다. 지난해 서희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000억원을 넘겼으며, 이 중 90%가 지역주택조합 등 공사 수익에 집중돼 있어 분할이 쉽지 않다. 반면 유성티엔에스의 지난해 매출은 670억원에 그쳐 성장이 시급하다. 세 자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계열 분리가 이뤄지려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집단이든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자 대비 압도적인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서희건설은 세 자매의 지분율 격차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어 당장 경영 승계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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