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베이비컷?"…금리 인하 앞둔 파월의 속사정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8. 09:03
[교양이를 부탁해] "경기 침체 시작일까"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중요한 이유 -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달러가 세지는 것은 위험 신호예요. 실물 경제에 좋을 리가 없죠. 왜냐하면 지금은 옛날처럼 다극 경제가 아니거든요. 옛날에는 전 세계 경제가 멀티 엔진이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도 엔진이 되어서 같이 날았어요. 비행기가 양쪽 엔진을 갖고 날았거든요. 만약 미국이라는 엔진이 꺼지면 기울어지긴 해도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혼자 뜨겁죠. 미국 예외주의라고 하잖아요. 미국 외 나머지 신흥국은 다 힘들어해요. 미국이라는 싱글 엔진 구조인데 싱글 엔진이 꺼지면 추락할 수밖에 없겠죠.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 미국이 정치·경제·사회·역사 등 모든 부문에서 다른 국가와는 구분되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신념. 국제사회의 조약이나 관습법에서 '미국만큼은 예외적 특례를 적용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행동.
금리 인하 시 달러 강세가 된다면 실물 경제 전체가, 전 세계 경제가 되게 힘들 수 있어요.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어요.
Q. 엔비디아 급락 사태가 있었잖아요.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봐야 되는지, 아니면 AI 자체 종목 자체에 대한 회의론으로 봐야 되는지?
두 가지가 겹칩니다. 엔비디아 주가만 빠지면 AI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일 텐데, 미국 주식 시장 전체랑 글로벌이 흔들리잖아요. 이건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죠. 경기 침체 가정하에 AI에 대한 캐즘(균열)이 같이 들어와 있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조만간 금리 인하를 할 거라는 얘기를 했어요.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했잖아요. 이제 낮춰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죠. 만약 어설프게 실수해서 괜히 금리를 많이 낮췄다가는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죠. 만약 빠르게 금리 인하를 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이 무서워서 천천히 금리를 인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경기 침체가 올 수가 있습니다. 양방향의 리스크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적절하게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적절한 상태를 골든 패스라고 하죠. 난이도가 쉬운 게 아니에요.
*골든 패스(Golden Path) : 경기 침체 없이 물가도 안정되는 상황
사실 현재까지 스코어로 보면 거의 기록적인 거죠. 이렇게 성장을 박살 내지 않으면서 높았던 물가를 안정시킨 과거의 사례가 거의 없어요. 만약 이게 실제로 성공하면 파월 의장을 마에스트로라고 부를 겁니다.
그런데 불안불안한 징검다리 타고 강을 건널 때 90%쯤 건너올 때 실수 많이 하죠. 껑충 뛰어가려다가요. 마지막 0.1마일을 정말 잘해줘야 하거든요. 마지막 0.1마일을 남겨놓고 "와!" 하고 박수 치면서 금리를 확 잡아내렸더니 물가가 다시 튀어버릴 수도 있죠.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는 뜻이에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까지 낮아지다가 살짝 고개를 듭니다. 그럼 '너무 경기가 좋다가 살짝 돌아섰네'라고 생각하며 멍때리고 있죠. 그러다 갑자기 실업률이 확 올라가요. 결국 경기 침체가 찾아옵니다. 어김없는 패턴이에요. 왜냐하면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가면 경기가 너무 좋으니까 사람들이 방심하게 됩니다. 방심하는데 어쨌든 경기가 너무 좋으니까 금리는 높여놨죠.
방심했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요. 그럼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하죠. 금리를 제때 낮춰서 약을 써줘야 되는데 보통 실수를 해요. 빨리, 적기에 해줘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치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실업률이 팍 튀어 올라가죠. 그러면서 경기 침체가 찾아와요. 여태까지 패턴이 그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보면 미국의 실업률이 3.5%까지 낮아졌다가 최근에 보니까 살짝 고개를 들어서 실업률이 조금 올라왔습니다. 실망스러운 고용 관련 데이터가 나온 거예요.
그럼 시장에서는 경기가 둔화하나를 넘어서 경기 침체는 거의 기정사실화라고 판단하게 되겠죠.
경기 침체 시그널이 커지면 미국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하로 시장에서 기대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연준에서 50bp 낮춰줘야지, 100bp 낮춰줘야지' 이런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하겠죠.
Q.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장이 갖고 있는 기대는 올해 연내에 100bp 인하입니다. 100bp면 보통 0.25%씩 4번 낮추는 거거든요. 그런데 올해 FOMC가 세 번 남았어요. 세 번 중에 한 번은 0.5%를 낮춰야 되잖아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50bp, 0.5% 빅컷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지금 빅컷이 나오잖아요. 금융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고 주택 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상태에서 처음으로 빅컷을 단행한 케이스가 됩니다. 그럼 금융 시장을 얼마나 좋아할까요? 너무 좋아할 것 같지 않으세요?
지금 미국 기준금리가 5.5%거든요. 빅테크는 지금 연일 사상 최고치예요. 5.5%가 부담스럽지 않은 겁니다. 빅테크를 잡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되거든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5.0%도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실물 경기가 조금씩 둔화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어설프게 금리를 낮추면 그 버블은 다시 경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을 다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춘다고 할지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빠르게, 시장이 원하는 만큼 많이 낮추기가 부담스럽겠죠.
연준은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얼마 내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보다는 느리게,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적게 금리 인하를 할 것 같아요.
Q.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일본 금리 인상을 계속 강행할지 안 할지?
일본이 이렇게 사달이 나게 만들어놓고 금리 인상을 왜 하려고 했을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려고 한 이유는 일본 내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30년 동안 디플레이션만 겪어봤어요. 그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커져요. 그렇다면 인플레를 잡아줘야 하지 않습니까?
인플레가 온 가장 큰 이유는 엔화가 약하기 때문이래요. 엔화가 약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인플레가 왔답니다. 그러면 엔화는 왜 약한지 봤더니 미국 금리는 5.5%고 일본 금리는 0%라서 그렇대요. 금리 차가 너무 커서. 미국은 물가가 올라서 금리를 올렸고 일본은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안 올렸대요. 그래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랍니다. 일본은 금리 올리면 경기가 안 좋아질까 봐 여태까지 못 올린 거예요.
바둑 둘 때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하잖아요. 제때 올려줬으면 되는데 일본이 계속 장고하면서 계속 안 올리면서 기다린 거예요. 문제는 일본 금리가 등 떠밀려서 올려야 될 때 하필이면 미국 금리가 내려오는 거죠. 둘이 만난 거예요. 한쪽만 올리거나 한쪽만 내리는 게 아니라 양쪽에서 내리면서 올리면 격차가 더 빠르게 좁혀지죠.
그러면 엔화의 환율 가치가 바뀌는 속도나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엔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뭐야?' 하면서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8월 5일이 터진 거예요.
사달이 나니까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을 멈췄죠. 애초에 금리를 올리려고 한 이유는 물가가 올라서였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물가가 올라요. 문제 해결이 안 된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금리를 올려야죠. 다만 분위기를 보면서 되게 천천히 올리려고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일본 정부는 금리를 올릴 것 같습니다. 대신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천천히 올리려고 할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가 이제 마무리된 걸로 봐야 하나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쇼크의 도화선을 다시 건드릴 수가 있어요. 그러면 엔 캐리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은 미국이 주도하는 싱글 엔진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준도 이 뜨거운 엔진을 적절히 식히면서 가려고 하지, 추락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런저런 부분들이 하나의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해석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두 나라 사이에 낀 한국은 앞으로 이제 어떤 상황이 되나요?
옛날하고 달라진 것 같아요. 일본하고는 수출 경합을 하고요. 우리가 미국에 많이 수출하죠.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보다도 오히려 우리가 중국을 많이 봐야 하는데요. 옛날에는 미국 경기가 둔화해도 중국이 제1 수출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이 그래도 잘 버텼어요. 하지만 최근에 중국 수출이 힘들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요즘 과거만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잘 안돼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지금은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잖아요. 중국이라는 비빌 언덕이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 경기 침체 타격을 오롯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우리나라 실물 경제가 둔화하는 속도가 아주 빨라질 수 있습니다. 대미 의존도가 높아져 있으니까요.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예전에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는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돼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된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저는 되게 의미심장한 표현이라고 봐요. 미국 Fed 눈치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시장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죠. 연준(FOMC)의 금리 결정과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양이를 부탁해>에서는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을 모시고 금리 인하를 앞둔 파월 의장의 속내는 무엇인지, 하반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주요 리스크는 무엇인지 파헤쳐 봤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달러가 세지는 것은 위험 신호예요. 실물 경제에 좋을 리가 없죠. 왜냐하면 지금은 옛날처럼 다극 경제가 아니거든요. 옛날에는 전 세계 경제가 멀티 엔진이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도 엔진이 되어서 같이 날았어요. 비행기가 양쪽 엔진을 갖고 날았거든요. 만약 미국이라는 엔진이 꺼지면 기울어지긴 해도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혼자 뜨겁죠. 미국 예외주의라고 하잖아요. 미국 외 나머지 신흥국은 다 힘들어해요. 미국이라는 싱글 엔진 구조인데 싱글 엔진이 꺼지면 추락할 수밖에 없겠죠.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 미국이 정치·경제·사회·역사 등 모든 부문에서 다른 국가와는 구분되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신념. 국제사회의 조약이나 관습법에서 '미국만큼은 예외적 특례를 적용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행동.
금리 인하 시 달러 강세가 된다면 실물 경제 전체가, 전 세계 경제가 되게 힘들 수 있어요.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어요.
Q. 엔비디아 급락 사태가 있었잖아요.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봐야 되는지, 아니면 AI 자체 종목 자체에 대한 회의론으로 봐야 되는지?
두 가지가 겹칩니다. 엔비디아 주가만 빠지면 AI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일 텐데, 미국 주식 시장 전체랑 글로벌이 흔들리잖아요. 이건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죠. 경기 침체 가정하에 AI에 대한 캐즘(균열)이 같이 들어와 있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멜리사 브라운ㅣ인베스트 디시전 리서치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동시에 주가는 그것에 비하면 많이 비싸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금리 인하를 할 거라는 얘기를 했어요.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했잖아요. 이제 낮춰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죠. 만약 어설프게 실수해서 괜히 금리를 많이 낮췄다가는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죠. 만약 빠르게 금리 인하를 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이 무서워서 천천히 금리를 인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경기 침체가 올 수가 있습니다. 양방향의 리스크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적절하게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적절한 상태를 골든 패스라고 하죠. 난이도가 쉬운 게 아니에요.
*골든 패스(Golden Path) : 경기 침체 없이 물가도 안정되는 상황
"경기 침체 시작일까"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중요한 이유
제롬 파월ㅣ연준 의장 (8월 23일)
정책을 바꿀 때가 왔습니다. 방향은 명확합니다.
언제 얼마나 금리를 내릴지는 앞으로 통계에 따라서 바뀔 겁니다.
우리는 노동 시장이 더 차갑게 식는 걸 추구하거나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안불안한 징검다리 타고 강을 건널 때 90%쯤 건너올 때 실수 많이 하죠. 껑충 뛰어가려다가요. 마지막 0.1마일을 정말 잘해줘야 하거든요. 마지막 0.1마일을 남겨놓고 "와!" 하고 박수 치면서 금리를 확 잡아내렸더니 물가가 다시 튀어버릴 수도 있죠.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는 뜻이에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까지 낮아지다가 살짝 고개를 듭니다. 그럼 '너무 경기가 좋다가 살짝 돌아섰네'라고 생각하며 멍때리고 있죠. 그러다 갑자기 실업률이 확 올라가요. 결국 경기 침체가 찾아옵니다. 어김없는 패턴이에요. 왜냐하면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가면 경기가 너무 좋으니까 사람들이 방심하게 됩니다. 방심하는데 어쨌든 경기가 너무 좋으니까 금리는 높여놨죠.
방심했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요. 그럼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하죠. 금리를 제때 낮춰서 약을 써줘야 되는데 보통 실수를 해요. 빨리, 적기에 해줘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치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실업률이 팍 튀어 올라가죠. 그러면서 경기 침체가 찾아와요. 여태까지 패턴이 그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보면 미국의 실업률이 3.5%까지 낮아졌다가 최근에 보니까 살짝 고개를 들어서 실업률이 조금 올라왔습니다. 실망스러운 고용 관련 데이터가 나온 거예요.
그럼 시장에서는 경기가 둔화하나를 넘어서 경기 침체는 거의 기정사실화라고 판단하게 되겠죠.
"금리 내린다고 했지만..." 고민 깊어지는 파월의 속사정
Q.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장이 갖고 있는 기대는 올해 연내에 100bp 인하입니다. 100bp면 보통 0.25%씩 4번 낮추는 거거든요. 그런데 올해 FOMC가 세 번 남았어요. 세 번 중에 한 번은 0.5%를 낮춰야 되잖아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50bp, 0.5% 빅컷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지금 빅컷이 나오잖아요. 금융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고 주택 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상태에서 처음으로 빅컷을 단행한 케이스가 됩니다. 그럼 금융 시장을 얼마나 좋아할까요? 너무 좋아할 것 같지 않으세요?
지금 미국 기준금리가 5.5%거든요. 빅테크는 지금 연일 사상 최고치예요. 5.5%가 부담스럽지 않은 겁니다. 빅테크를 잡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되거든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5.0%도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실물 경기가 조금씩 둔화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어설프게 금리를 낮추면 그 버블은 다시 경기를 뜨겁게 달구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을 다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춘다고 할지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빠르게, 시장이 원하는 만큼 많이 낮추기가 부담스럽겠죠.
연준은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얼마 내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보다는 느리게,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적게 금리 인하를 할 것 같아요.
"일본, 다시 금리 올릴 것" 2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올까
일본이 이렇게 사달이 나게 만들어놓고 금리 인상을 왜 하려고 했을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려고 한 이유는 일본 내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30년 동안 디플레이션만 겪어봤어요. 그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커져요. 그렇다면 인플레를 잡아줘야 하지 않습니까?
인플레가 온 가장 큰 이유는 엔화가 약하기 때문이래요. 엔화가 약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인플레가 왔답니다. 그러면 엔화는 왜 약한지 봤더니 미국 금리는 5.5%고 일본 금리는 0%라서 그렇대요. 금리 차가 너무 커서. 미국은 물가가 올라서 금리를 올렸고 일본은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안 올렸대요. 그래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랍니다. 일본은 금리 올리면 경기가 안 좋아질까 봐 여태까지 못 올린 거예요.
바둑 둘 때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하잖아요. 제때 올려줬으면 되는데 일본이 계속 장고하면서 계속 안 올리면서 기다린 거예요. 문제는 일본 금리가 등 떠밀려서 올려야 될 때 하필이면 미국 금리가 내려오는 거죠. 둘이 만난 거예요. 한쪽만 올리거나 한쪽만 내리는 게 아니라 양쪽에서 내리면서 올리면 격차가 더 빠르게 좁혀지죠.
그러면 엔화의 환율 가치가 바뀌는 속도나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엔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뭐야?' 하면서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8월 5일이 터진 거예요.
사달이 나니까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을 멈췄죠. 애초에 금리를 올리려고 한 이유는 물가가 올라서였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물가가 올라요. 문제 해결이 안 된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금리를 올려야죠. 다만 분위기를 보면서 되게 천천히 올리려고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일본 정부는 금리를 올릴 것 같습니다. 대신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천천히 올리려고 할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가 이제 마무리된 걸로 봐야 하나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쇼크의 도화선을 다시 건드릴 수가 있어요. 그러면 엔 캐리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은 미국이 주도하는 싱글 엔진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준도 이 뜨거운 엔진을 적절히 식히면서 가려고 하지, 추락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런저런 부분들이 하나의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해석하시면 될 것 같아요.
"미국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경제
옛날하고 달라진 것 같아요. 일본하고는 수출 경합을 하고요. 우리가 미국에 많이 수출하죠.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보다도 오히려 우리가 중국을 많이 봐야 하는데요. 옛날에는 미국 경기가 둔화해도 중국이 제1 수출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이 그래도 잘 버텼어요. 하지만 최근에 중국 수출이 힘들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요즘 과거만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잘 안돼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지금은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잖아요. 중국이라는 비빌 언덕이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 경기 침체 타격을 오롯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우리나라 실물 경제가 둔화하는 속도가 아주 빨라질 수 있습니다. 대미 의존도가 높아져 있으니까요.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예전에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는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돼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된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저는 되게 의미심장한 표현이라고 봐요. 미국 Fed 눈치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
이창용ㅣ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은 지금 정부로부터의 독립은 굉장히 많이 개선되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미국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드린, 금리나 이런 정책을 통해서 물가 안정을 경착륙 없이 달성할 수 있느냐,
이 질문은 외부 충격에 의해서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경기라든지 물가든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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