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에 잠식된 일상"…‘디지털 디톡스’ 바람
스마트폰 사용줄이기 챌린지도
개인 노력 넘어 지역사회 대응 필요

2026년 새해 들어 '디지털 디톡스'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와 무분별한 정보 노출이 현대인의 뇌 기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다.
7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각종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 '숏폼 끊기 후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등을 주제로 한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맘카페와 대학생 커뮤니티, 직장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도 "주말 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알림을 끄고 지내니 잠의 질이 달라졌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며 디지털 디톡스가 하나의 생활 트렌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문화 공간과 독서 모임에서는 '노 스마트폰 모임'이나 '아날로그 데이'를 내건 프로그램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교육계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뇌 기능 변화를 지목한다. 강한 시각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뇌가 깊은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면서 주의 집중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8년 19.1%에서 2023년 23.1%로 증가했으며, 청소년층은 40%를 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성인과 고령층까지 확산되는 추세로, 광주 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도 집중력 저하와 수면 장애,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분명하다. 직장인 박모(37) 씨는 "출근 전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굳어지다 보니 업무 중에도 화면을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며 "예전보다 긴 글을 읽거나 회의에 집중하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일상 속 디지털 사용을 줄이려는 실천도 광주·전남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광주 시내 대형 서점과 독립 서점에는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들고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고 있으며,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줄이고 사유에 집중하려는 흐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전남의 한 대학생 김모(23) 씨는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며 생활 리듬을 되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통해 기기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있다. 교사들은 단순한 사용 제한을 넘어 디지털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 '사용의 균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대형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뇌의 보상 회로를 정교하게 자극하도록 설계돼 있어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중 '노 디바이스 시간'을 정하거나 공공도서관·문화시설 등에서 디지털 사용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성완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일상에 편리함을 주지만, 과도할 경우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일정 시간을 정해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디지털 환경과 분리된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은성 호남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과몰입은 집중력 저하를 넘어 수면 장애와 감정 기복, 대인 관계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확보해 뇌가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히 사용 시간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할 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건우·박준호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