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폭로’ 교사의 비극… 눈감은 교육당국 [사학 카르텔의 폭로자 찍어내기①]
재단 횡포에도… 보호·구제 없어 법 개정 등 공공의 견제 장치 시급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공익 제보나 내부 고발을 감행한 교사에게 학교가 보복성 처분을 강행해도 교육 당국이 개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인데, 사립학교 교원 보호를 위한 공공의 견제 장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2월께 A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B고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수십억원대 횡령 비리를 적발했다. 비리를 주도한 교내 핵심 인사 C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보 이후 A씨는 재단으로부터 무더기 형사 고소, 직무 배제, 이른바 ‘사무실 책상 빼기’ 등 각종 보복성 조치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교육 당국의 실질적인 보호나 구제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와 법조계는 소속 교원에 대한 면직·징계 등 인사 행정권을 재단이 독점하고 교육 당국 등 공공이 여기에 개입할 수 없는 사립학교법을 비극의 주 요인으로 지목한다.
횡령 등 불법 행위는 교육 당국이 감사를 통해 적발할 수 있지만, 공립 학교와 달리 인사 행정에 대해서는 지도·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육 당국이 공익 제보자나 내부 고발자에 대한 사립 학교의 부당 징계를 인지하고 재단에 제재를 가하더라도 최고 수위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학 재단이 매년 정부로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재정 보조금을 지원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행 사립학교법 구조상 사학 재단 이사회의 고유 권한인 인사·징계 절차에 공공이 개입하거나 처분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재단이 내부 고발자 등에게 부당한 처분을 내려도 이를 제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사학 재단에 재정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재단의 인사 전횡이 포착될 경우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철현 법무법인 고운 대표변호사는 “사학 재단이 인사 행정권을 독점하고 견제를 받지 않는 탓에 문제가 발생해도 교육 당국의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학법 개정을 통해 내부 고발, 공익 제보에 대한 부당한 보복 행위를 통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6년 5월21일 오후 2시께. 이천시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A 교사의 지옥은 2011년 교내 한 유력 관계자의 자녀에게 ‘원칙대로’ 성적을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26일 지역 교육계의 전언을 종합하면 A씨가 근무하던 학교에는 한 가지 ‘암묵적 룰’이 있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은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수행평가 만점을 준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은 이 같은 이유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습실에 머물렀다.
A씨는 학교 관행이 부조리하다고 판단, 타협 없이 해당 학생에게 최하점을 줬다. 이후 학교 중간 관리자의 거센 질타가 날아들었고, 이때부터 A씨와 학교 간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 교사로서 양심을 지킨 것이 보복의 서막이 된 셈이다.
보복은 수년 뒤 본격화됐다. 학교 측은 A씨의 과거 교외 활동이 ‘위치이탈 및 의무 위반’이었다며 A씨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이후에도 학교 측의 조직적 압박과 동료들의 무시, 기피가 이어졌고,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교내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결국 공무상 질병 휴직을 택하며 정든 교단을 떠났다.
3년 간의 휴직 후 돌아온 교단은 더 차가워져 있었다. 학교 관리자는 복직한 A씨에게 분리수거장 관리·지도와 같은 기초적인 업무조차 배정하지 않으며 ‘업무 전면 배제’에 나섰다.
벼랑 끝에 몰린 A씨는 2023년 12월 학교의 회계 부정, 인사 전횡, 학교 관계자 음주운전, 30억원대 운영비 횡령 등 학교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A씨의 고발은 교육당국의 감사로 이어졌고, 비리들은 사실로 드러나 핵심 관계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자 학교 측은 본격적인 ‘A씨 찍어내기’에 나섰다. 학교 측은 교무실에 있던 A씨의 책상을 빼 외딴 창고에 두는가 하면, 업무용 PC 인터넷과 내선 전화까지 차단했다.
또 A씨를 상대로 1인 시위 사실과 당시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형사 고소를 무더기로 진행했고, 당시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과거 교단에서의 일을 끄집어내 징계 압박과 소송전을 펼쳤다. 실제로, A씨는 사망 전까지 교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A씨는 교단에서 쫓겨났지만 재단은 마지막까지 숨통을 조여왔다. 학교 측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집요하게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학교 관계자의 교비 횡령, 처벌 등은 사실"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A씨에 대한 보복성 괴롭힘이나 가학적 격리 조치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A씨에 대한 인사 조치는 재직 시절 별개의 사유로 인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수사기관의 보완수사로 피의자 신분으로 남던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15년 간 사학 권력에 외로이 싸웠던 한 교사의 마지막이었다.
김정오 기자 jokim0808@kyeonggi.com
윤준호 기자 delo410@kyeonggi.com
김도균 기자 dok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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