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여자 대표팀이다!" 한국은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까

박성진 기자 2026. 4. 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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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속에서 5일간 펼쳐지는 풀리그
- 체력 유지가 가장 큰 관건
- 올해 한국 에이스는 단복식 모두 박소현
작년 인도에서 열렸던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에 출전했던 한국 대표팀 공식 팀 포토, 작년 대회 최종 성적은 4위였다 / MSLTA

빌리진킹컵 최대 변수는 체력 유지

"우리 선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대회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게 보였다. 단식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복식까지 출전시키기 매우 어렵다. 체력 유지가 가장 힘들었다." (조윤정 감독, 작년 빌리진킹컵 어려웠던 점에 대해)

대한민국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팀이 2026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출전을 위해 3일, 격전지인 인도 뉴델리로 출국했다. 이번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대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체 6개국이 풀리그 방식으로 경쟁한다. 이번 대회 상위 2개국은 오는 11월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며 하위 2개국은 내년 그룹 2로 강등된다.

빌리진킹컵은 데이비스컵의 여자 버전으로 테니스 여자 월드컵이다. 한국은 작년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 그룹 1에 잔류했다. 작년 대회 개최지는 인도 푸네였다. 올해는 푸네에서 뉴델리로 개최 도시만 바뀌었을 뿐이다. 기후를 포함한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작년에도 대표팀을 이끌고 이 대회에 출전했던 조윤정 감독은 '체력 유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되짚었다. 단체전 한 경기는 2단식 1복식으로 진행되는데 시작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2~3시부터다. 이때 현지 기온은 섭씨 38~40도까지 올라간다. 무더위 속에서 경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복귀하면 오후 11시가 넘는다. 영양 보충, 치료 등의 시간이 더해지면 선수들은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그 다음 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결국 5일 연속 진행되는 풀리그 방식에서 폭염 속 주축 선수의 체력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조윤정 감독의 평가였다.

단체전 첫번째 단식은 흔히 2장으로 표현되는 각 국가 단식랭킹 2위 선수, 두번째 단식은 에이스인 각 국가 단식랭킹 1위 선수가 나선다. 그리고 복식으로 이어진다. 각 국가의 에이스들은 2단식 이후 복식에 연이어 출전하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로 작년 루루 선(뉴질랜드)은 초반 네 경기에서 모두 단복식에 출전해 승리하며 모국의 플레이오프 출전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그리고는 탈진해 마지막 경기를 건너뛰었다. 

국가랭킹 35위인 한국은 올해 인도(28위), 뉴질랜드(31위), 태국(32위), 인도네시아(41위), 몽골(45위)과 격돌한다. 몽골은 모든 선수들이 WTA 랭킹조차 없다. 이번 대회 최약체다. 모든 국가가 몽골은 1승 상대로 깔고 간다. 결국 나머지 다섯 국가끼리 1,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

올해 빌리진킹컵 아시아/오세아니아 1 그룹 출전 선수 랭킹 TOP 10
(랭킹은 2026년 3월 30일 기준)

단식
41위. 재니스 첸(인도네시아)
277위. 박소현(한국)
338위. 이은혜(한국)
342위. 백다연(한국)

385위. 사하자 야마라팔리(인도)
391위. 바이쉬나비 아드카(인도)
419위. 프리스카 누그로호(인도네시아)
438위 팟차린 치프찬데이(태국)
442위. 안키사 찬타(태국)
451위. 정보영(한국)

복식
11위. 에린 루틀리프(뉴질랜드)
42위. 재니스 첸(인도네시아)
47위. 알릴라 수트지아디(인도네시아)
100위. 핑탄 플리푸체(태국)
124위. 루투자 보살레(인도)
181위. 안키타 라이나(인도)
196위. 박소현(한국)
227위. 프리스카 누그로호(인도네시아)
275위. 백다연(한국)
340위. 모니크 배리(뉴질랜드)

박소현은 올해 2번 단식, 복식에 연이어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른 체력 관리가 매우 중요할 전망이다. 사진은 작년 대회 경기 모습 / MSLTA

단식 강점이 뚜렷해진 한국, 박소현의 체력 유지가 관건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명단은 작년과 큰 변화가 없다. 김다빈(강원특별자치도청) 대신 장가을(안동시청)이 합류했을 뿐, 박소현(강원특별자치도청), 백다연, 이은혜(이상 NH농협은행), 정보영(안동시청)은 작년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다. 조윤정 감독도 2년째 이 대회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유화수 코치(NH농협은행)와 권영서 트레이너는 올해 첫 소집이다.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구연우(CJ제일제당, 198위)는 오른팔~어깨 부상에 따른 최근 컨디션이 난조로 이번 대회에 결장한다.

올해 한국의 승부처는 단식이 되어야 한다. 구연우가 포함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전체적인 단식 뎁스만큼은 한국이 가장 두텁다. 이번 대회 전체 출전 선수 중 박소현, 이은혜, 백다연은 나란히 단식 2~4위에 포진해 있다. 심지어 정보영마저 10위에 해당한다. 이은혜 또는 백다연이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1단식은 한국의 필승 공식이 되어야 한다. 박소현은 본인보다 랭킹이 낮은 인도, 태국 선수들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복식 전문 선수가 없다고 봐야 하는 올해 한국 입장에서 단식 2승은 단체전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키플레이어는 역시 박소현이다. 올해 한국 선수 중 박소현이 단복식 모두 랭킹이 가장 높다. 문제는 역시 체력이다. 각 국가의 에이스 선수들은 두 번째 단식 출전 이후, 약 30분 정도의 휴식만을 취한 채 복식에 출전해야 한다. 무더위 속에 체력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없다. 

박소현의 체력 관리가 어느때보다 필요해진 이번 대회다. 경우나 상대팀에 따라 더위에 유독 강한 백다연이 1단식, 이은혜가 2단식에 출전하고 박소현이 복식에만 집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작년, 인도와의 경기에서 지독한 홈콜 불운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은 작년 인도와의 복식 경기 중. 김다빈이 오심콜이 벌써 3개째라며 항의하는 모습이다 / MSLTA

경쟁 국가 상위권 선수들 다수 결장, 대회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국에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인도와 태국, 심지어 뉴질랜드의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선 인도다. 홈코트의 이점은 있다지만 인도의 전력은 작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200위권 후반~300위권 초반을 유지하던 주축 선수들의 랭킹이 1년 사이 모두 하락했다. 복식 전문이라고 봐야 하는 루투자 보살레(복식 124위), 안키타 라이나(복식 181위)가 있다지만 단식 뎁스가 크게 약화됐다.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홈콜만 조심하면 된다.

태국의 전력도 최초 엔트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현재 태국의 에이스들은 란라나 타라루디(112위), 마난차야 사왕카우(190위)이다. 그런데 사왕카우는 일찌감치 부상으로 최초 엔트리에 빠졌으며, 타라루디도 최근 부상으로 인해 카몬완 요드페치(1010위)로 교체됐다.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던 태국이지만 이제는 한국의 필승 상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에이스 루루 선(105위)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뉴질랜드는 대회 직전, 갑자기 비상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루루 선이 갑자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뉴질랜드는 루루 선을 대체할 단식 선수가 없다. 루루 선이 있었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전력이었지만, 순식간에 약체가 되고 말았다. 1~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였던 국가들의 전력이 모두 눈에 띄게 약화됐다.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는 인도네시아이다. 국가 역사상 최초로 그룹 1에 진출한 인도네시아는 최근 아시아 최고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재니스 첸(41위)의 기세가 대단하다. 재니스 첸 의존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프리스카 누그로호(419위), 알릴라 수트지아디(복식 47위) 등의 전력도 나쁘지 않다. 액면가만 놓고 보면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1위 후보이다.

이번 대회는 2위 안에만 들면 성공이다. 한국은 구연우가 빠졌지만 단식의 전체적인 뎁스는 두껍다. 경쟁 국가들에 비해 특정 선수 의존도가 높지 않다. 그런데 뉴질랜드, 태국은 에이스들이 전원 빠졌으며, 인도는 홈코트 어드밴티지 빼면 상황이 나이지지 않았다. 작년에 비한다면 대회 전 분위기는 훨씬 좋은 상황이다.

대표팀은 오늘(3일), 격전지인 인도로 출국했다 / 대한테니스협회

대진운도 따라야 하는 올해 빌리진킹컵

단체전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운칠기삼이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주축 선수(박소현)의 체력이라는 관점에서 대진운이 현재 한국에게는 매우 중요해졌다. 대회 초반에는 원맨팀의 비중이 높은 팀을 최대한 피해야 하며, 홈팀 인도는 홈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예상되는 주말을 피해야 유리하다.

실제로 작년 대회 한국의 대진은 최악에 가까웠다. 한국은 대만-뉴질랜드-태국-홍콩-인도 순으로 경기했다. 전통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대만과, 쌩쌩했던 루루 선을 대회 초반에 만났고, 플레이오프행이 걸린 인도와의 마지막 승부는 하필 토요일 경기로 배정됐다. 실력 외적인 대진운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대진표가 한국에게 유리할까. 우선 인도네시아는 최대한 대회 후반부에 만나는 것이 낫다. 에이스 의존도는 한국보다 인도네시아가 심하다. 한국은 약체와의 경기에서 박소현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 충분하다.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쪽은 인도네시아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인도는 관중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개막일과 마지막날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쉬어가는 코너가 될 몽골과 뉴질랜드는 퐁당퐁당 일정으로 중반부에 들어와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의 상황은 한국에게 최악이 된다. 

단체전 경기 순서 시나리오(예상)
BEST : 태국 > 뉴질랜드 > 인도 > 몽골 > 인도네시아
WORST : 인도네시아 > 몽골 > 뉴질랜드 > 태국 > 인도

한국은 2023~24년, 2년 연속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출전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예선을 통과한 것이었다. 2023년에는 브라질, 2024년에는 카자흐스탄을 상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엘레나 리바키나, 율리아 푸틴체바와 같은 WTA 투어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하는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 방식은 작년부터 변경됐다. 특정 국가와의 1대 1 매치가 아닌 3개국이 한 조로 묶여 조별 풀리그를 벌이는 방식이다. 대회는 11월에 열리기 때문에 정규 시즌을 마친 WTA 투어 선수들이 대부분 조국의 명예를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결국 상위권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는 한 경기 더 많아진 것이다.

코리아오픈 와일드카드가 아니고서야 한국 선수들은 WTA 투어형 선수들과 경기할 수 있는 경험을 쌓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보다 높은 레벨의 선수들을 두 차례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도와 태국, 뉴질랜드의 전력이 약화되며 이번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예선은 한국에게 기회가 됐다. 운칠기삼의 좋은 기운이 대회 시작 전부터 한국에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빌리진킹컵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을까.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룹 1 경기는 4월 6일 대진이 확정되며, 7일 첫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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