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 디지털 보험사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고객의 규모가 작고 위험이 따랐을 때 충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므로 빠르고 유연하게 이슈 대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통 보험사에 비해 낮은 단계에서 위험을 감지해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19일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보험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며 회사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보험사는 총 보험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판매하는 보험사를 지칭한다. 이들의 특징은 계약 체결을 대리인이 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설계사 조직을 갖출 필요가 없어 수수료 비용이 나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통 보험사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보험상품은 사업 확장을 위해 판매를 늘릴수록 재무 구조에 부담이 큰 구조를 띈다. 특히 소형 보험사는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자본 규제는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받고 있어 성장은커녕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소형 디지털 보험사는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자본 기준에 묶여 있어 성장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회사 규모에 맞게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디지털 보험사는 자본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등 모회사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기준 150%는 비용성 자본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에게는 큰 부담이다.
김 대표는 "대형사는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소형 보험사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자회사에 대한 출자 또는 자금지원 등을 반영해 디지털 소형 보험사의 K-ICS 비율 권고 기준을 100%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보험사는 IT·마케팅 비용이 많아 설계사 수수료 없이도 사업비가 크게 든다. 특히 IFRS17 기반의 예실차(사업비 실제 소비와 계획 편차) 위험액 계산은 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프로젝트에 투자할수록 자본 필요액이 급증한다"며 "자본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보험사와 같은 잣대의 자본 규제를 적용하면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털 소형 보험사가 사업 다각화로 사업확장이 가능하도록 '사업비 예실차 위험액 통제기준의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예실차 위험액 한도비율은 보험사 규모와 관계없이 5%인데 이는 소형 보험사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높은 허들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앞으로 (보험사) 규모에 따라 25%까지 추가로 완화해 한도비율을 30% 내외로 조정해주는 것을 당국이 고려해주면 좋겠다"며 "자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현행 대비 25% 완화했을 때 K-ICS 비율이 36.3%p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자본건전성 지표를 유지하는데 한결 부담을 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감독당국과 의미있는 논의를 시작해 조만간 유의미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디지털 보험사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인데 현 규제는 이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료 공개나 보장 비교 안내를 금지하면 설계사가 없는 디지털 보험사는 그만큼 제약이 따른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지인이 가입할 때 소정의 대가로 지급하는 소액 포인트 역시 '모집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며 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설계사에게 적용되는 특별이익 한도에 대한 규제를 설계사가 없는 디지털 보험사에도 일괄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설계사에게 들어갈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김 대표는 "이런 마케팅 규제부터 먼저 디지털 환경에 맞게 풀어야 한다"며 "그래야 디지털 보험사의 혁신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지난해 신계약 매출이 460% 성장했지만, 25회차 유지율이 84.6%에 이른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 평균은 67.9%에 불과하다.
박준한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