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닌 SDV 플랫폼"…볼보 ES90이 주목받는 이유

볼보자동차가 판매 감소 국면에서 차세대 전기 플래그십 'ES90'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볼보의 미래 전략이 처음으로 본격 구현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차코리아는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차 ES90의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오는 7월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ES90은 최신 SPA2 아키텍처와 800V 전기 시스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전략을 집약한 모델로 국내 판매 가격은 7000만원대 초중반부터 시작된다. 

ES90이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볼보의 현재 상황과 맞닿아 있다. 국내 판매 실적만 놓고 보면 볼보는 최근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볼보차코리아 판매량은 2022년 1만4431대, 2023년 1만7018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만5051대, 2025년 1만4903대로 감소했다. 올해도 1~5월 누적 판매는 57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00대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수입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강화했고, 테슬라와 BYD 등 전기차 전문 브랜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XC60과 XC90 중심의 SUV 판매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ES90은 단순한 전기 세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볼보차가 향후 10년 동안 추진할 전동화 전략과 SDV 전환 전략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실제로 ES90은 EX90에 이어 볼보의 차세대 전기차 기술 체계를 적용한 두 번째 모델이다. 

ES90의 두 번째 경쟁력은 '탈것'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볼보차는 ES90을 두고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한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과 성능을 개선하는 구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슈퍼셋 테크 스택(Superset Tech Stack)이다. 볼보가 개발한 통합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들이 동일한 기술 기반을 공유한다. 새로운 기능이 개발되면 ES90뿐 아니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량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유사한 개념이다. 

하드웨어 경쟁력도 눈에 띈다. ES90은 브랜드 최초로 듀얼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을 적용했다. 초당 약 508조번의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다. 기존 세대 대비 AI 연산 성능은 약 8배 향상됐다. 이를 기반으로 차량은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안전 기능과 에너지 관리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세 번째 기대 요소는 전기차 상품성 자체다. ES90은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국내 출시 모델 기준 최대 706km(WLTP 기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트윈 모터, 트윈 모터 퍼포먼스 등 3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돼 소비자 선택 폭도 넓혔다.

차체 구성도 흥미롭다. 볼보는 ES90을 단순한 세단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세단의 효율성과 SUV 수준의 공간 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새로운 형태의 전기 플래그십으로 설명한다. 전통적인 S90 후속 모델이라기보다 전동화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새로운 차급에 가깝다는 의미다.

가격 전략 역시 공격적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 모터 모델이 7000만원대 초중반, 트윈 모터 모델이 700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경쟁 수입 전기 플래그십 대비 진입 장벽을 낮춘 셈이다. 볼보가 판매 확대와 브랜드 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ES90은 볼보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볼보는 올해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역량 평가에서 세계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레벨5 SDV'를 획득했다. 향후 EX90과 ES90, EX60 등이 모두 같은 SDV 생태계 안에서 진화하게 된다. 

결국 ES90의 진짜 경쟁력은 1회 충전 주행거리나 출력 수치에만 있지 않다. 판매 감소 흐름을 끊어야 하는 볼보코리아의 현실,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볼보 본사의 전략, 그리고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산업 변화가 모두 이 차에 담겨 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볼보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