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모독·외설 일삼은 서양 관광객들… ‘신들의 섬’ 발리 무시 언제까지?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박종현 2023. 5. 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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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서양 관광객 ‘발리 일탈’
산에서, 나무 아래에서 ‘누드 추태’
이번엔 힌두사원에서 독일인 옷벗어
현지인들은 SNS에 "우리를 모독 말라"
이번엔 독일 관광객이 나체 행위와 신성 모독을 동시에 드러내는 추태를 드러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힌두교 의식을 펼치던 사원 앞에서 나체로 활보한 것이다. 발리는 주민 절대 다수가 힌두교도로 사원은 성스러운 장소로 인식된다. 나체 상태로 사원 진입을 시도한 행위는 ‘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발리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어진 관광객 일탈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27일 트리뷴뉴스 등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번 일은 지난 22일 오후 8시 무렵 사라스와티 사원에서 발생했다.
독일 관광객이 옷을 벗고 인도네시아 힌두사원의 전통의식을 무시하고 있다. 유투브 캡처
◆ 나체로 힌두사원 활보…공연 흉내에 기도까지

독일 관광객의 신성 모독 행위가 알려지자 발리 주민들은 분노했으며, 인도네시아 주요 매체는 이를 뉴스로 전했다. 힌두교 성지 발리를 모독한 관광객은 다르자 투슈인스키로 올해 28세의 여성이다.

최근 발리에서는 힌두 성지로 인정받는 지역 곳곳에서 러시아 출신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이 누드 상태인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며 일탈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관광객 다르자의 신성 모독 행위는 인스타그램에서 폭넓게 공유됐으며, 이 영상의 길이는 2분이 안 됐지만 힌두교도의 분노감을 끌어올렸다. 영상엔 옷을 벗은 외국인 관광객이 발리 우붓의 사라스와티 사원 앞에서 힌두교 의상을 입고 댄스를 추던 여성들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사원의 문을 밀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 관광객은 사원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단 아래로 내려오면서 춤을 흉내 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가, 단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 뒤엔 공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되돌아가 관람객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힌두교 공연을 지켜보던 이들은 사원 관계자가 그녀를 제지하기 전까지 관광객의 일탈에 역겨움을 느껴야 했다. 관광객의 신성 모독과 공연 방해에 격분한 사원 관계자들은 그녀를 붙잡아 발리 우붓 경찰에 인계했다. 다르자가 체포된 뒤 사라스와티 사원 직원들은 공연 관람객들에게 사죄하고, 관광객이 야기한 ‘나쁜 기운’을 없애는 의식을 펼쳤다.
러시아 관광객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신성한 장소로 인식되는 ‘뿌띠 까유’에서 옷을 일부만 걸친 채 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은 인도네시아 시민운동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록돼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 나체 활보도…최장 2년 8개월 징역형 적용

우붓 경찰 당국은 다르자의 현지문화 모독 행위를 확인하고 있다. 공연음란죄가 적용될 경우 다르자는 최장 2년 8개월 동안 교도소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경찰 조사결과 그녀는 우붓의 한 빌라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으며, 이전에도 종종 자신의 거주지 주변을 나체 상태로 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힌두사원에서 현지문화를 모독했던 당일 오전에도 나체로 어슬렁거렸다가 주민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르자에 대해 마약과 알코올 중독 테스트를 했지만, 아직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녀는 경찰 조사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정신감정을 받고, 몸의 상태를 검사받았다.

다르자는 사라스와티 사원의 힌두교 댄스를 보려고 했지만, 현금이 부족해 티켓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스와티 사원의 힌두교 공연을 볼 수 있는 티켓 값은 10만 루피아(약 8900원)이다. 그녀는 발리 여행 기간을 늘리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도네시아 언론은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다르자가 빌라에 거주하면서 렌트 비용 등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발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완화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관광객의 일탈과 현지사회 모독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러시아 여성 관광객은 ‘까유 뿌띠(백목·白木)에서 옷을 입지 않은 채 외설스러운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힌두교의 성지로 여기는 쁘막산 바바깐 사원에 자리한 까유 뿌띠에서 펼쳐진 일탈에 발리 주민들은 경악했다.이보다 앞서 지난 3월엔 러시아 남성 관광객이 구눙산에서 나체로 사진을 찍은 게 발각돼 추방되기도 했다. 구눙산은 발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힌두교도들은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힌두사원과 열대 분위기를 풍기는 인도네시아 발리 소재 사라스와티 호텔의 모습. 발리관광청 제공 
◆ “현지문화 무시엔 강력한 처벌을”

관광객들의 일탈이 증가하자, 발리 당국은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오토바이 운전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탈 행위 등으로 신성을 모독해 추방된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최근 몇 달 동안 1개월 평균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

발리 주민들은 현지인의 삶과 가치를 무시하는 관광객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NS 등엔 보다 강력한 법을 적용해 외국인의 현지 문화 무시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일탈 동영상을 첨부한 뒤 “또 옷을 벗고, 항상 그렇듯이”라며 개탄했다. 와얀 코스터르 발리 주지사는 이번 일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와얀 코스터르 주지사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독일 관광객이 빨리 추방되도록 치료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발리는 자바섬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찬란한 세월을 구가했던 힌두왕조 마자파히트의 후예가 들어선 곳이다. 끊어질 듯한 환경에서도 전통을 유지하고,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후세에 전한 이들의 거주지이다. 

서양인들도 이런 가치에 주목했다. 발리를 이상적인 곳으로 묘사한 표현 다수도 서양에서 시작됐다. 가령 ‘신들의 섬’이라는 표현은 인도네시아를 식민경영한 네덜란드 정부에서 20세기 초부터 사용됐다. 발리를 오가는 선박의 인적·물적 수송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이미지를 제고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특히 자유와 배려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서양인의 일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웃 싱가포르처럼 인도네시아 당국이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가혹한 법 적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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