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모독·외설 일삼은 서양 관광객들… ‘신들의 섬’ 발리 무시 언제까지?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산에서, 나무 아래에서 ‘누드 추태’
이번엔 힌두사원에서 독일인 옷벗어
현지인들은 SNS에 "우리를 모독 말라"
독일 관광객의 신성 모독 행위가 알려지자 발리 주민들은 분노했으며, 인도네시아 주요 매체는 이를 뉴스로 전했다. 힌두교 성지 발리를 모독한 관광객은 다르자 투슈인스키로 올해 28세의 여성이다.
최근 발리에서는 힌두 성지로 인정받는 지역 곳곳에서 러시아 출신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이 누드 상태인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며 일탈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관광객 다르자의 신성 모독 행위는 인스타그램에서 폭넓게 공유됐으며, 이 영상의 길이는 2분이 안 됐지만 힌두교도의 분노감을 끌어올렸다. 영상엔 옷을 벗은 외국인 관광객이 발리 우붓의 사라스와티 사원 앞에서 힌두교 의상을 입고 댄스를 추던 여성들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사원의 문을 밀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 관광객은 사원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단 아래로 내려오면서 춤을 흉내 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가, 단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 뒤엔 공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되돌아가 관람객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우붓 경찰 당국은 다르자의 현지문화 모독 행위를 확인하고 있다. 공연음란죄가 적용될 경우 다르자는 최장 2년 8개월 동안 교도소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경찰 조사결과 그녀는 우붓의 한 빌라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으며, 이전에도 종종 자신의 거주지 주변을 나체 상태로 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힌두사원에서 현지문화를 모독했던 당일 오전에도 나체로 어슬렁거렸다가 주민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르자에 대해 마약과 알코올 중독 테스트를 했지만, 아직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녀는 경찰 조사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정신감정을 받고, 몸의 상태를 검사받았다.
다르자는 사라스와티 사원의 힌두교 댄스를 보려고 했지만, 현금이 부족해 티켓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스와티 사원의 힌두교 공연을 볼 수 있는 티켓 값은 10만 루피아(약 8900원)이다. 그녀는 발리 여행 기간을 늘리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인도네시아 언론은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다르자가 빌라에 거주하면서 렌트 비용 등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의 일탈이 증가하자, 발리 당국은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오토바이 운전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탈 행위 등으로 신성을 모독해 추방된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최근 몇 달 동안 1개월 평균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
발리 주민들은 현지인의 삶과 가치를 무시하는 관광객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NS 등엔 보다 강력한 법을 적용해 외국인의 현지 문화 무시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일탈 동영상을 첨부한 뒤 “또 옷을 벗고, 항상 그렇듯이”라며 개탄했다. 와얀 코스터르 발리 주지사는 이번 일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와얀 코스터르 주지사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독일 관광객이 빨리 추방되도록 치료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발리는 자바섬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찬란한 세월을 구가했던 힌두왕조 마자파히트의 후예가 들어선 곳이다. 끊어질 듯한 환경에서도 전통을 유지하고,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후세에 전한 이들의 거주지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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