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 두려운 네타냐후, ‘영구적 분쟁’ 노리고 도박 중

정의길 기자 2024. 9.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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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행태는 가자전쟁 휴전이 관철되면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형사 처벌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으로 도박을 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영구적인 분쟁이라는 상황은 이스라엘과 중동에 재앙인데, 네타냐후는 그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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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군인들이 18일(현지시각) 무전기 폭발 사고가 발생한 남부 항구도시 시돈의 한 휴대전화 기기 상점 앞에 모여 있다. 시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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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레바논과 접경한) 북부 지역에 자원과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인 무선 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사건이 일어난 뒤인 18일(현지시각)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전쟁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라마트 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우리의 임무는 분명하다. (헤즈볼라의 전투로 피란 중인) 이스라엘 북부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내각의 헤즈볼라와 이란 등에 대한 공격은 최근 점점 이들 세력에 대한 응징이나 견제가 목적이 아니라 이들 세력의 대응을 유도해 확전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은 삐삐 및 무전기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언론들은 익명의 당국자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벌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8일 텔아비브 군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스라엘 북부의 주민 수만명의 “안전한 귀가”를 새로운 공식 전쟁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위해 가자지구에 투입됐던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북부사령부를 방문해 “이스라엘에는 그동안 헤즈볼라와의 싸움에서 사용하지 않은 많은 능력이 있다”며 “우리는 잘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다음 두 단계를 강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단계마다 헤즈볼라가 치러야 할 대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가자전쟁 휴전 압박이 고조되던 지난해 연말부터 이스라엘이 벌였거나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시리아, 레바논, 이란에서 일어나, 확전 위험이 고조돼 왔다. 지난 4월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가 숨졌다. 이란은 같은 달 13일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300여대를 동원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타격하는 보복을 했다. 다만, 이란은 사전에 이 공격을 주변국에 알려 이스라엘의 피해는 거의 없었고, 확전 위험은 한고비를 넘겼다.

이스라엘은 석달 뒤인 7월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숨지게 했다. 이튿날인 7월31일에는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란은 가자전쟁 휴전이 성사되면 보복 공격을 유보하겠다고 내비치며, 이스라엘과의 확전을 다시 피해나갔다. 대신 헤즈볼라가 나서 지난달 25일 이스라엘에 320발의 드론과 로켓 공격을 가해 보복 완료를 선언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삐삐와 무전기 폭발 공격이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행태는 가자전쟁 휴전이 관철되면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형사 처벌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이스라엘 법원은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에 대한 재판을 재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으로 도박을 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영구적인 분쟁이라는 상황은 이스라엘과 중동에 재앙인데, 네타냐후는 그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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