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환경단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졸속처리 반대
경남지역 환경단체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 졸속 처리를 반대하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경남환경운동연합·탈핵경남시민행동은 20일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로 저장하는 방안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21대 국회 막바지에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고준위특별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를 영구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산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반경 24㎞ 이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됐고, 무엇보다 인구 10만 명이 사는 동부(웅상)지역이 원전과 직선거리로 11.3㎞ 떨어져 있다. 경남에서 유일한 원전 인근 기초 지자체인 양산은 원전 피해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핵발전소 지역 주민 생명과 안전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며 "원전지역 주민이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라는 조항을 뒤늦게 발견하는 등 핵심 이해당사자에게 법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법을 통과시키려는 핵 산업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양당이 합의한 대로 설계수명 기간 발생하는 폐기물만 보관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단 저장시설을 건설하면 포화 상태에 이른 수조 사용 후 핵연료를 임시 저장시설로 옮기면서 수조 저장 시설 용량이 늘어나 윤석열 정부 10기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원전 확대 정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정부가 9차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 계획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와 지진층 발견 등으로 무산됐던 사실과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고준위특별법 제정에 실패했던 사례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민 설득과 시민단체 협의도 없이 졸속으로 거대 양당이 합의해 처리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라며 "현금 직접 지급안을 포함해 지역주민을 유혹하는 비열한 내용을 넣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김한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국민의힘과 야합하지 말고 고준위특별법 법안소위 논의 시도를 멈춰라"고 요구했다. 이어 "9일밖에 남지 않은 21대 국회는 지역에 무한희생을 강요하는 고준위특별법을 졸속으로 처리하지 말고 폐기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양산환경운동연합'이 창립을 선언했다. 2015년 창립한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에서 김해·양산을 분리해 지역실정에 맞는 환경운동을 펼치려는 취지다. 첫 걸음을 내디딘 양산환경운동연합은 박재우 상임의장, 김인수·이수임 공동의장, 김진호·사공혜선·송화순·우종신·전주수 운영위원, 우정아 활동가로 조직을 구성했다. 앞으로 사송멸종위기종 고리치레도룡농 보전, 낙동강 녹조 대응, 강서동 의료폐기물 소각장 신설 반대, 1028 지방도 천성산 터널 반대, 공업지역 악취관리구역 지정 등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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