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에서 로켓직구 서비스 사업을 개시한 쿠팡이 일부 제품을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 진라면과 농심 신라면은 쿠팡 국내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보다 많게는 27%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국내 제품을 저가에 제공해 시장을 확장한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이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대만 쿠팡 홈페이지(tw.coupang.com)에 접속하면 한국제품, 미국제품, 식음료, 건강, 뷰티 등 총 17개의 카테고리가 나타난다. 이중 한국제품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쿠팡 랭킹순’으로 제품들이 분류되는데,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오뚜기 진라면 △베베앙 물티슈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쿠팡 대만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국내 일부 제품의 가격이 쿠팡 국내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보다 훨씬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59대만달러(한화 2607원)에 판매되는 오뚜기 진라면 5개 1세트는 한국 쿠팡 홈페이지에서는 3580원의 가격표가 달렸다. 국내보다 27% 가격이 저렴한 것이다.
대만에서 직구로 구매하는 것이 더 싼 제품은 또 있다. 마찬가지로 대만 쿠팡 랭킹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농심 신라면 30팩 1세트의 가격은 449대만달러(한화 약 1만9841원)로 국내 판매가격 2만4290원보다 18% 더 싸다.
모든 라면이 대만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5개 1세트는 대만 가격(89대만달러, 한화 약 3931원)이 국내 가격 3980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삼양식품의 다른 라면제품인 삼양라면 역시도 대만과 국내 쿠팡 판매가격이 엇비슷했다. 진라면 외 오뚜기의 다른 제품인 옛날 참기름 500ml도 국내와 대만 판매가격 차이는 300원에 불과했다.
이미 국내서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은 추가 사업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는 퀵커머스 서비스 사업을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대만 일부 지역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만 쿠팡이 특정 제품을 특가에 제공하는 것은 해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내보다 대만에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면 역마진도 감수해야 할 텐데, 결국 이를 국내 소비자가 부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의 로켓직구 서비스 역시 국내처럼 직매입 후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쿠팡에게는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690대만달러(한화 약 3만12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주고, 최소 주문 금액 미만 주문 건의 경우 195대만달러(한화 약 8700원)의 배송비를 요구한다.
더군다나 쿠팡은 최근 국내에서 시장 확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는 충분한 점유율을 확보한 데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조원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 게 대표적인 수익성 개선 정책이다. 국내서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해외에서는 할인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확장할 때와 같은 정책을 일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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