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식탁 위 ‘반주 혁명’ “소주 대신 스페인을 맛보세요”

박은성 기자 2025. 12. 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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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그라제’…한국 반주 문화 세대교체 신호탄
스페인식 포도 증류주 ‘오루호’ 한국식 재해석
편의점 입점 확대…‘경험’ 중시 소비자들 늘어
보해양조가 출시한 ‘고마그라제(Goma Graze)’
주류 전문기업 보해양조가 스페인식 포도 증류주 ‘고마그라제(GOMA GRAZE)’를 출시하며 ‘식탁 위 반주(飯酒)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고마그라제는 ‘삼겹살엔 소주’로 고착된 한국 식문화에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도전장을 던진 제품이다. 빠르게 취하기보다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찾는 20-30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으며 초록병 소주를 대체할 새로운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전통주 ‘오루호’ 한국 입맛에 맞게 재해석

고마그라제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 증류주 ‘오루호(Orujo)’에서 영감을 받았다. 와인 제조 후 남은 포도 껍질과 씨를 증류해 만든 오루호는 식사 중 또는 식후에 소량 즐기는 스페인 특유의 식문화에서 유래했다. 지중해 햇살을 머금은 포도 향이 식탁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보해양조가 주목한 것은 한국과 스페인의 식문화적 유사성이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쌀 소비국 중 하나로, ‘아로즈(Arroz)’라 불리는 쌀은 빵과 함께 주요 탄수화물원이다. 아침이나 간식은 빵으로, 점심이나 가족 식사에는 파에야(Paella) 같은 쌀 요리를 즐긴다는 점이 한국의 ‘밥 문화’와 닮은 것이다.

또한 타파스(Tapas)와 핀초스(Pinchos)처럼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공동체형 식문화와 하몽과 김치처럼 숙성·발효 음식으로 깊은 맛을 추구하는 철학도 통한다. 무엇보다 두 나라 모두 식사와 함께하는 술을 중요하게 여긴다.

보해양조는 이러한 공통점에서 착안해 75년 주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루호 문화를 한국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스페인 라만차 지역의 포도 증류 원액을 블렌딩해 포도 특유의 향은 살리되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은 절제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알코올 도수는 17도로 소주와 비슷하지만, 목에 걸리는 쓴맛이 없어 훨씬 부드럽게 넘어간다. 은은한 포도의 맛과 향이 입안에 맴도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호남 사투리가 만든 ‘스페인식 네이밍’

고마그라제는 이름부터 유쾌하다. 얼핏 스페인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영남 사투리 ‘고마(그냥)’와 전라도 사투리 ‘그라제(그렇지)’를 조합한 순수 한국어다. ‘Just Do It’처럼 힘을 빼고 편하게 즐기자는 의미를 담았으며 스페인어처럼 들리면서도 한국 사투리라는 반전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병 디자인 역시 기존 초록 소주병 대신 투명한 병에 포도 증류주의 맑은 빛을 그대로 담았다. 라벨은 축구팀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방패형 패턴과 스페인 국기의 색감을 더해 완성했다.

◇“삼겹살도 파스타도 OK”…폭넓은 페어링 가능

고마그라제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이다. 출시 이후 소비자들 사이 SNS에서는 “삼겹살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기름진 음식과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진다”는 후기들이 이어졌다. 특히 갈비나 삼겹살 같은 구이 요리와의 궁합이 좋다는 반응이 많다.

서양 요리와의 조합도 주목받고 있다. 파스타나 해산물 요리와 함께 마셨을 때도 잘 어울린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스페인 포도로 만든 술인 만큼 지중해식 요리와의 페어링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평소 소주의 쓴맛 때문에 소주를 즐기지 못했는데, 고마그라제는 부드럽고 은은한 포도 향이 느껴져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며 “앞으로 술집에서 고마그라제가 보이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관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주의 한 편의점 점주는 “처음엔 ‘이게 뭐야?’ 하면서 호기심에 사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한 번 사 본 손님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소주와는 다른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소주보다 비싸도 경험이 다르다”

가격은 식당 기준 병당 7-8천원대로 일반 소주(5천원대)보다 약 2천원 비싸다. 편의점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 소주에 비해서는 높은 가격대다.

보해양조는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음식과의 페어링을 즐기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편의점에서도 1만원대 와인이나 프리미엄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고마그라제는 소주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가는 제품”이라며 “가격보다는 차별화된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대형마트 확대 예정

현재 고마그라제는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전국 주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375ml 용량의 병 제품으로,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소주처럼 마시면 된다.

보해양조는 향후 음식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이후 대형마트로도 입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반주 문화가 발달한 한국 시장 특성상 음식점에서 페어링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도 제품을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도 이색적이다. 제품 뚜껑 안쪽 비닐에 인쇄된 응모번호를 QR코드로 등록하면 스페인 항공권, 바르셀로나 토트백, 코스터 DIY 세트, 스페인 엽서와 타투 스티커 등을 경품으로 받을 수 있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고마그라제는 새로운 제품 출시를 넘어 한국의 반주 문화 자체를 바꿔보자는 도전”이라며 “소주 대신 스페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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