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도 보험사도 원하는데 누가 반대?…실손청구 간소화 또 표류
19일 정치권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개정안은 다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7일 예정대로 법사위가 열렸다면 통과되는 분위기였는데, 상임위가 중단되면서 기약없이 밀리게 됐다”면서 “당초 개정안에 반대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당국의 배경 설명과 국민 편익을 위한 법안 취지를 따져보고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가입자들이 실손 청구를 포기한다. 지난 2021년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입자 2명중 1명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46.6), 서류 보내기가 귀찮아서(23.5%)라고 답했다. 실손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보험금을 청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청구액은 대부분 3만원 이하 소액이었지만 ‘1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라는 응답도 10%가 넘었다.
보험 업계도 실손청구 간소화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해 2700억원의 보험금을 더 지급해도 전산화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일일이 사람이 입력하다보니 회사마다 양식도 다르고, 드물긴 하지만 동명이인이 겹칠 경우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는 실수도 생긴다”면서 “단순반복업무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돌려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개별 보험사, 청구 간소화 서비스 회사와 자체적으로 전자전송 시스템을 구축할 만큼 원무과 부담도 큰 실정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편익이 큰데도 14년간 표류한 것은 의사단체 반대 때문이다. 일부 의사단체들은 “민감한 개인의료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보험사들이 전자문서로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반대해왔다. 최근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일부 환자단체도 “보험사들이 진료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소액 건만 지급하고, 고액의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보험 가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막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으로 진료기록을 전송하면 되는데 의사단체는 이를 결사반대한다.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에서 비급여 진료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워낙 반대가 심하자 보험개발원이 중개기관이 되겠다고 나섰지만, 의사단체는 이마저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보험 가입을 제한한다는 환자단체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이미 3977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개인의 진료기록을 보험사가 한꺼번에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퇴사(?) 각오하고 최장 12일 황금연휴…여행 어디로 가나 살펴보니 - 매일경제
- “쪽XX 돌멩이로 찍어버린다”…한국 온 日 여성유튜버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TV 안 보는 이유 ‘이것’ 때문…10명 중 6명 “편파방송에 불쾌” - 매일경제
- 라임 반으로 가르자 스티로폼이…가짜 과일에 난리난 이 나라 - 매일경제
- “5000만원은 불안한데”…예금자보호 한도 또 묶일듯, 왜? - 매일경제
- “스쿨존 등굣길 막아 아이들 찻길로”...또 드라마 ‘민폐 촬영’ 논란 - 매일경제
- 링크 잘못 눌렀다가 수천만원 날렸다…추석 앞두고 ‘이것’ 조심 - 매일경제
- 수능·모의고사 출제한 교사 24명, 입시학원에 문제 팔았다 - 매일경제
- 유럽 ‘이 나라’에 또 견제구…전기차 이어 배터리도 “의존 줄여야” - 매일경제
- 황선홍호 출격 준비, 그리고…“이강인, 100% 컨디션이면 좋겠다” 황새, 새벽잠 포기하고 이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