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계좌, 내가 관리”···“직접 운용” 김 여사 발언과 정면 배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또다른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이 판결문에는 “김 여사 명의 계좌는 내가 관리했다”는 ‘2차 주가조작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의 검찰 진술이 적혀있다.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는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유죄로 판단한 시기다. 김씨 진술은 김 여사가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진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전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 김 여사 계좌에 대한 관리·운용 주체가 뚜렷하게 나온다. 주포인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고 언급한 기록이다. 판결문에는 김 여사 이름이 32번 등장한다.
블랙펄인베스트는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회사로, 민씨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 등을 담은 ‘김건희 파일’을 만들어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민씨는 수사 당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별도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민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민씨 판결문에는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수 차례 거론하면서 주식 매도거래가 이뤄진 배경을 설명한 진술이 다수 등장한다. 김씨는 검찰에서 2011년 1월 범행에 활용한 김 여사의 DS증권 계좌에 대해 “내가 관리한 계좌다”라고 진술했다. 또 2010년 11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매도주문 거래가 “통정매매(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가 맞다”는 진술도 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 관리를 직접 언급한 건 김씨 뿐만이 아니다. 권 전 회장도 2011년 1월 두 차례 이뤄진 블록딜(거래소 거래시간 종료 후 장외에서 이뤄지는 대량매매) 거래 시기에 “김 여사의 계좌가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씨를 거쳐 김씨가 관리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해당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이 같은 구체적인 진술과 민씨가 이씨·김씨와 주고 받은 주식 매수주문 체결 관련 문자메시지 등을 종합해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DS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동원된 계좌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김씨 등의 진술은 김 여사가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 김 여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대면 조사에서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한 본인 명의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엇갈린 진술들 사이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실제 인지했는지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김 여사 연루 의혹 수사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는 수사 개시 이후 4년여 동안 단 한 차례 이뤄졌다.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엇갈린 진술들은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부실 수사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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