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계좌, 내가 관리”···“직접 운용” 김 여사 발언과 정면 배치

유선희 기자 2024. 10. 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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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판결에서 드러난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헸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또다른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이 판결문에는 “김 여사 명의 계좌는 내가 관리했다”는 ‘2차 주가조작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의 검찰 진술이 적혀있다.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는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유죄로 판단한 시기다. 김씨 진술은 김 여사가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진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전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 김 여사 계좌에 대한 관리·운용 주체가 뚜렷하게 나온다. 주포인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고 언급한 기록이다. 판결문에는 김 여사 이름이 32번 등장한다.

블랙펄인베스트는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회사로, 민씨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 등을 담은 ‘김건희 파일’을 만들어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민씨는 수사 당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별도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민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달 12일 열린다.

민씨 판결문에는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수 차례 거론하면서 주식 매도거래가 이뤄진 배경을 설명한 진술이 다수 등장한다. 김씨는 검찰에서 2011년 1월 범행에 활용한 김 여사의 DS증권 계좌에 대해 “내가 관리한 계좌다”라고 진술했다. 또 2010년 11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통해 이뤄진 매도주문 거래가 “통정매매(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가 맞다”는 진술도 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 관리를 직접 언급한 건 김씨 뿐만이 아니다. 권 전 회장도 2011년 1월 두 차례 이뤄진 블록딜(거래소 거래시간 종료 후 장외에서 이뤄지는 대량매매) 거래 시기에 “김 여사의 계좌가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씨를 거쳐 김씨가 관리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해당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이 같은 구체적인 진술과 민씨가 이씨·김씨와 주고 받은 주식 매수주문 체결 관련 문자메시지 등을 종합해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DS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동원된 계좌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김씨 등의 진술은 김 여사가 지난 7월 검찰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 김 여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대면 조사에서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한 본인 명의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엇갈린 진술들 사이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실제 인지했는지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김 여사 연루 의혹 수사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는 수사 개시 이후 4년여 동안 단 한 차례 이뤄졌다.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엇갈린 진술들은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부실 수사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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