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가 F-35도, Su-57도 아닌 아예 6세대 전투기로 직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것도 자국산이 아니라 유럽이 주도하는 두 개의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 즉 GCAP와 FCAS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죠.
Times of India, Economic Times, Hindustan Times, NDTV, The Week 등 인도의 주요 미디어가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전 세계 항공 방산 업계의 시선이 단번에 인도로 쏠렸습니다.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인도식 희망 사항'으로 끝날 것인지, 그 복잡한 내막을 하나씩 들여다보겠습니다.
인도 국방 상임위원회 보고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번 보도의 출발점은 인도 국방부가 국방 상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아직 공식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누출된 내용에 따르면 보고서는 현재 세계에서 진행 중인 두 개의 6세대 전투기 개발 컨소시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영국·이탈리아·일본이 주도하는 GCAP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와 독일이 이끄는 FCAS입니다.

보고서는 인도 국방부가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한 6세대 전투기 검토를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도가 자체 개발 중인 선진 중형 전투기, 즉 AMCA는 현재 설계가 완료된 단계로 제조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국방부에 6세대 항공기 개발 및 취득을 위한 계획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며, 이를 통해 오늘날 항공 중심의 현대전에서 인도의 항공 전력이 결정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CAP와 FCAS, 인도가 노리는 두 개의 문
그렇다면 인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두 프로그램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GCAP는 영국이 주도하고 이탈리아와 일본이 함께하는 컨소시엄으로, 핵심 전투기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템페스트'입니다.
서방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영국 주도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FCAS는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되며, 유인 차세대 전투기 NGF를 핵심으로 삼는 유럽 대륙의 독자 노선입니다.

미국 방산 전문 매체 워존(War Zone)은 인도 공군이 주목하는 두 프로그램이 바로 이 GCAP와 FCAS라고 확인하면서, 흥미로운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인도 국방부가 AMCA는 물론 F-35나 Su-57 같은 5세대 전투기를 아예 건너뛰고 6세대로 직행하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라, 한 세대를 통째로 도약하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발상입니다.
인도의 참여, 현실은 얼마나 가능한가
그러나 워존은 곧바로 현실적인 벽을 짚어냅니다.
현시점에서는 GCAP 참여가 더 유망해 보일 수 있지만, 세 참여국 사이에서 이미 작업 분담 협약이 구체적으로 합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도가 개발 과정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인도가 갈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은 완성된 기체를 구매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더욱이 GCAP든 FCAS든 앞으로 수많은 기술적·정치적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전투기, 특히 최첨단 스텔스 기술이 집약된 6세대 기체를 개발하는 과정은 수십 년에 달하는 개발 기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합니다.
반면 인도 공군은 노후화된 전력을 대체할 새 전투기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현실 사이의 간극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이 인도를 원하는 이유
역설적이게도, 인도의 참여를 가장 반길 쪽은 오히려 유럽 측일 수도 있습니다.
워존은 인도가 두 프로그램 중 어느 쪽에 합류하든 예상치 못한 막대한 재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른바 '데스 스파이럴'입니다.
개발 비용이 올라가면 조달 수량을 줄이게 되고, 그러면 대당 단가가 올라가며, 다시 추가 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인도라는 거대한 수요처가 가세한다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단가가 내려가며, 프로그램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것입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인도는 GCAP와 FCAS 양측 모두에게 매력적인 파트너인 것이죠.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임위원회의 한계, "소망의 역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워존은 이 모든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지적을 남깁니다.
인도 국방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전문가를 인용해 "상임위원회에는 실권이 없다"고 단언한 것입니다.
위원회가 아무리 야심 찬 권고를 내놓아도,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한 이 모든 이야기는 '소망의 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인도가 GCAP나 FCAS에 실제로 참여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며, 현재 보도들은 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6세대 프로토타입이 바꿀 수도 있는 인도의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의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라는 변수입니다.
중국은 현재 5세대 전투기를 대량으로 실전 배치한 것에 그치지 않고, 6세대로 추정되는 복수의 프로토타입을 이미 시험 비행에 올리고 있습니다.
인도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군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종래 인도가 보여온 신중하고 더딘 방산 의사결정 패턴이 이번만큼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죠.
잠재적 적대국이 이미 다음 세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언제까지나 '검토 중'에 머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GCAP든 FCAS든,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이든, 인도의 다음 행보가 어디를 향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