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중계로 한화-KT전 오후 5시에서 2시 변경, 흥행 카드 반복 호출, 선수 루틴과 리그 공정성은 뒤로 밀렸다.

토요일 오후 2시.
또 한화다.
5월 16일(토)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전은 원래 오후 5시 경기였다. 그러나 지상파 중계 편성으로 경기 시간이 오후 2시로 앞당겨졌다. 중계사는 SBS다.
KBS가 금요일 밤 KBO 중계 프로그램 ‘불금야구’를 편성한 것은 맞다. 다만 이번 한화-KT전은 KBS 금요일 편성이 아니다. SBS 토요일 지상파 중계에 맞춰 시간이 당겨진 경기다. KBS는 금요일 밤, SBS는 토요일 오후로 야구를 가져가고 있다. 지상파가 다시 KBO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계가 아니다. 경기 시간이 너무 쉽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프로야구는 더 이상 지상파 한 경기에 기대는 리그가 아니다. IPTV, 케이블 중계가 있고, OTT 중계도 있다. 팬들은 스마트폰으로 전 경기를 본다. 하이라이트는 몇 분 만에 돈다. 기록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야구를 보는 방식은 이미 바뀌었다.
운영은 아직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 지상파가 중계하면 시간이 바뀐다. 방송사가 오후 2시를 원하면 현장이 맞춘다. 선수단 루틴과 홈팀 운영 부담은 뒤로 밀린다.
금요일 야간 경기 다음 날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는 선수에게 가볍지 않다. 홈팀은 더 일찍 움직인다. 치료, 웨이트, 타격 훈련, 수비 훈련, 전력 미팅, 식사 시간이 모두 앞당겨진다. 전날 경기가 길어지면 회복 시간은 더 줄어든다.

지난 5월 8일 대전 한화-LG전이 그랬다.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갔고, 5시간 5분 만에 끝났다. 종료 시간은 밤 11시 35분이었다. 다음 날 한화는 오후 2시 경기를 치렀다. 정상적인 경기 전 훈련을 가져가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일정이 몸을 누르는 것이다.
더 봐야 할 대목은 편중이다.
5월 16일 한화-KT전은 올 시즌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 경기의 7번째 사례다. 한화는 4차례 포함됐다. LG는 3차례, 두산은 2차례다. 삼성, SSG, KT, KIA, 롯데는 각각 1차례다. 키움과 NC는 아직 없다.
숫자는 분명하다. 방송사는 흥행 카드를 고르고 있다.
한화가 선택되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새 구장 효과가 있고, 팬덤이 두껍고, 관심도가 높다. 지금 KBO가 가장 팔기 좋은 팀 중 하나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시청률이 필요하고, 광고가 필요하고, 화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방송사의 선택 논리가 리그 운영의 원칙이 될 수는 없다.

KBO는 콘텐츠이기 전에 리그다. 정규시즌 144경기는 팀마다 가능한 한 비슷한 조건에서 치러져야 한다. 특정 팀이 반복적으로 시간 변경의 중심에 놓이고, 금요일 밤 경기를 치른 홈팀이 짧은 회복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것은 단순 편성 문제가 아니다. 리그 공정성의 문제다.
토요일 낮 경기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가족 관중에게는 낮 경기가 편할 수 있다. 지방 팬에게도 이동 부담이 줄 수 있다. 지상파 중계가 리그 노출에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럴수록 기준이 필요하다. 한화가 반복해서 토요일 오후 2시 카드가 되는 이유, 금요일 야간 경기 다음 날 시간을 당겨도 된다고 본 근거, 선수단 회복과 홈팀 운영 부담을 어떻게 따졌는지 정도는 설명돼야 한다. 이 과정이 빠지면 오후 2시 중계는 팬 서비스가 아니라 편성 편의로 남는다.
KBO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지나 1200만 관중 시대까지 왔다. 리그는 커졌고, 야구장은 다시 사람으로 찼다. 젊은 팬이 늘었고, 여성 관중도 늘었다. 이 성장은 분명 KBO의 성과다.

다만 흥행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지금의 인기는 경기력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야구장은 경기장인 동시에 주말의 놀이 공간이 됐다. 응원가가 있고, 먹거리가 있고, 인증 사진이 있고, 가족 나들이가 있고, 데이트 문화가 있다. 팬들은 야구를 보러 오지만, 동시에 야구장을 즐기러 온다.
이것은 KBO의 큰 자산이다. 그러나 착각하면 위험하다.
리그의 경기 수준이 관중 수만큼 단단하게 올라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흥행은 경기력, 응원 문화, 새 구장 효과, 팬덤 소비가 함께 만든 결과다. 그래서 운영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커진 인기는 현장이 지치고, 팬이 불편해지고, 선수단이 납득하지 못하는 순간 생각보다 빨리 식을 수 있다.
1200만 관중은 영구 자산이 아니다. 관리하지 못하면 숫자는 빠진다.
지금 KBO가 해야 할 일은 노출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얻은 열기를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다. 지상파 중계가 필요하다면 기준을 세워야 한다. 특정 팀 반복 편성이 불가피하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금요일 야간 경기 다음 날 낮 경기로 옮길 경우 선수 회복, 홈팀 부담, 관중 편의, 경기력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
지금은 순서가 거꾸로다. 방송이 먼저이고 현장이 나중이다. 시청률이 먼저이고 선수의 몸은 나중이다. 흥행 카드가 먼저이고 리그의 균형은 나중이다.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는 그래서 가볍지 않다. 이 문제는 중계 시간이 아니라 KBO가 지금의 인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의 문제다.
야구장이 찼다고 리그가 단단해진 것은 아니다. KBO가 지금 봐야 할 것은 중계 한 경기의 노출이 아니라, 선수와 팬이 그 일정을 납득할 수 있느냐다. 인기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실력보다 빠르게 커진 인기는 운영이 먼저 흔들릴 때 가장 빨리 식는다.
출처 : 스탠딩아웃(https://www.standingout.kr)
Copyright © STANDINGOUT x N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