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00년 전 에트루리아인들이 무덤에 특별한 감각 유도 장치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계는 에트루리아인의 무덤은 단순히 망자를 안치하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자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유도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마우리치오 포르테 박사 연구팀은 이탈리아 타르퀴니아의 기원전 5세기 에트루리아 무덤 두 곳을 인공지능(AI)과 음향 분석 기술로 조사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달 20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아키올로지컬 메서드 앤드 시어리(Jour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 대상은 타르퀴니아 몬테로치 네크로폴리스의 갈로의 무덤(Tomba del Gallo)과 푸른 악마들의 무덤(Tomba dei Demoni Azzurri)이다. 연구팀은 AI 컴퓨터 비전으로 사람의 시선이 벽화의 어느 부분에 끌리는지 분석하고, 무덤의 음향 자료와 사람의 이동 경로를 재현한 시뮬레이션을 결합했다.

두 무덤은 상당히 다른 감각적 특성을 보였다. 갈로의 무덤에서는 입구에서 매장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벽화와 건축 구조가 방문자의 시선을 비교적 질서 있게 유도했다. 연구팀은 이를 죽음과 조상에 대한 기억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공간적 구성으로 해석했다.
푸른 악마들의 무덤에서는 이동경로에 따라 시각적 자극과 음향이 복잡하게 변했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이 방문자의 방향감각에 영향을 주고 몰입감을 높이는 등 감각적 경험을 유발했다고 봤다. 무덤 깊숙한 곳에서는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인물들이 그려진 연회 벽화가 나타나면서 앞서 이어진 감각적 혼란이 해소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마우리치오 포르테 박사는 “에트루리아 무덤은 시신을 안치하고 폐쇄하는 장소만은 아니었다”며 “후손들이 조상을 기리는 의식을 위해 다시 내부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며, 횃불과 벽화, 음악과 목소리 등이 어우러져 일종의 몰입형 의례 공간으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에트루리아 무덤은 단순히 ‘망자의 집’이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전이 공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벽화와 건축, 소리가 각각의 장식이 아니라 방문자의 감각과 움직임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에트루리아인들이 이런 시각·음향 효과를 의도적으로 계산해 무덤을 설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 역시 의도를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무덤의 음향 분석과 실험적 복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에는 생성형 AI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사람의 시선과 이동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파이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OpenAI의 챗(Chat)GPT GPT-5 싱킹(Thinking)의 도움을 받았다. AI가 작성에 관여한 코드는 연구팀이 직접 검증·수정한 뒤 실행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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