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담양은 아직 늦여름의 햇살이 남아 있지만, 정원 곳곳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붉은 빛이 피어난다. 바로 담양군 고서면에 자리한 명옥헌 원림이다.
배롱나무꽃이 붉게 만개하는 여름과 초가을, 이곳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 정원으로 꼽히며 선비들의 정신과 풍류가 고스란히 깃든 공간으로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든다.
담양 명옥헌 원림

명옥헌 원림은 조선 시대 선비 오희도의 삶에서 시작됐다. 벼슬에는 뜻이 없던 그는 자연 속에서 학문과 여유를 즐기며 ‘망재(忘齋)’라는 거처를 지었다. 이후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배롱나무를 심으면서 지금의 명옥헌 원림이 완성됐다.
정원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20여 그루 서 있다. 굵고 거친 나무줄기에서 피어나는 붉은 꽃들은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깊이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나무가 더해져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정자 마루에 앉아 붉은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뜨거운 햇살조차도 고요한 풍경의 일부가 된다.

명옥헌 원림의 또 다른 매력은 연못이다. 입구에는 큰 연못이, 정자 뒤쪽에는 작은 연못이 자리해 전형적인 조선 시대 정원 양식인 방지원도(方地圓島)를 보여준다.
네모난 연못 속에는 둥근 섬이 있고, 계곡과 연결되어 있어 비가 내린 뒤에는 맑은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청아한 물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듯하다 하여 ‘명옥헌(鳴玉軒)’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자 뒤편 바위에는 우암 송시열이 직접 썼다는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 글귀가 남아 있어, 이곳이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임을 증명한다.

명옥헌 원림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위치해 있다. 연중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다만 정원 바로 앞까지 차량 진입은 제한되고, 마을 입구에 마련된 무료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뒤 약 600~700m를 걸어야 한다.

여름 성수기와 주말에는 방문객이 몰리기 때문에 한적한 풍경을 원한다면 이른 아침 방문을 추천한다.
자세한 사항은 담양군청 문화체육과(061-380-2816)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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