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치퍼가 불법인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고,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알고 싶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치퍼(Chipper)는 합법적인 클럽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치퍼는 실제 라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클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이렇게 도구의 힘으로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다른 골퍼들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본인도 사용하면 되는데 말이죠)
그린 주변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치퍼는 사실 꽤나 유용한 툴이입니다. 다만, 프로 선수들이 이러한 유용한 툴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죠?

치퍼는 퍼터가 아닌 아이언이다.
골프 장비 규칙에 의거하여, 치퍼는 퍼터가 아니라 아이언이 변형된 클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장비 규칙(Equipment Rules) 때문인데요. 아이언과 퍼터는 전혀 다른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치퍼 사용 시 퍼팅과 유사한 스트로크를 하기 때문에, 치퍼를 제작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클럽을 퍼터처럼 설계하려는 경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USGA는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치퍼에 적용되는 규칙을 별도로 명기하게 되었습니다.
치퍼에 적용되는 장비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샤프트는 클럽헤드의 힐에 부착되어야 한다.
- 그립은 단면이 원형이어야 하며 하나의 그립만 허용됩니다
- 클럽헤드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모양이어야 하며한 개의 타격 면만 가져야 한다.
- 클럽의 면은 경도, 표면 거칠기, 재료, 임팩트 영역의 표시 및 동적(dynamic) 특성에 대한 규격을 준수해야 한다.
- 치퍼에 대한 클럽길이 지침을 따라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그립과 타격 면에 대한 것인데요. 앞서 언급드린 것처럼 퍼터와 같은 스트로크를 하기 때문에 골퍼들은 당연히 퍼터 그립을 선호하겠지만, 치퍼는 아이언으로 분류되는 만큼 일반 클럽과 같은 그립을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타격면 역시 공인된 치퍼인지 아닌지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데요. 시중의 일부 제품 중 양쪽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Two Sided' 치퍼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14개의 클럽이라는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양면을 쓸 수 있다는 건 2개의 클럽으로 간주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굴릴 수 있으면 굴려라. 퍼터 사용을 꺼리지 말라
텍사스 웨지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텍사스 웨지"는 그린 밖에서 웨지 대신 퍼터를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주로 텍사스의 단단한 잔디 조건에서 플레이하는 골퍼들에게는 퍼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웨지로 띄우는 것보다 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제 라운드에 적용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단단한 페어웨이 잔디나 그린 주변에 잔디가 많이 없을 때, 이 방법은 꽤나 유용합니다. 퍼터를 사용하면 두껍게 맞거나 볼의 위쪽을 때려서 실수하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리감을 익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겠죠.
치퍼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분명 유용한 장비는 맞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선수들이 치퍼를 사용하지 않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바로 치퍼가 가진 '클럽 사용의 한계' 때문입니다. 클럽의 이름 그대로, '치핑(Chipping)'을 할 때에만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치핑은 우리가 가진 웨지 혹은 아이언을 가지고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14개의 클럽 중 하나를 '치퍼'로 할당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혹시라도 치퍼가 필요할 만큼 숏게임에 자신이 없다면, 퍼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가지고 있는 웨지나 아이언으로 치핑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죠? 연습하지 않고, 똑같이 플레이하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욕심이 아닐까 합니다.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만 치지 말고 아주 짧은 거리의 피칭 혹은 치핑을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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