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ADA 이사 "동남아시아 커머스 진출 성공? 지피지기가 핵심"
동남아시아 지역이 국내 기업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 기업의 화장품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까지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에 대해 추진력을 얻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ADA코리아는 동남아시아 커머스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과 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인에이블러(Enabler)'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 트레저데이터코리아의 고객데이터플랫폼(CDP) 솔루션 영업권을 인수한 ADA코리아는 2021년부터 현지 인력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독보적인 인에이블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블로터>는 지난 3일 서울 강남 ADA코리아 사옥에서 김수현 ADA코리아 ADA Key Account 디렉터(이사)를 만나 ADA코리아의 '엔드투엔드(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솔루션을 연계한 통합 관리)' 솔루션 노하우에 대해 들었다.
김 이사는 지난 7월 <블로터> 주최로 개최된 '커머스 마케팅 & 테크놀로지 서밋 2023(CMTS 2023)'의 강연자로 나서, '아모레퍼시픽 싱가포르의 마케팅과 이커머스 통합 인사이트 성공사례로 보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ADA코리아의 고객사인 아모레퍼시픽이 GDP(국내총생산)가 높고 산업 인프라 구축이 잘 돼있는 싱가포르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전략에 대해 공유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김 이사는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라네즈 등 자사 브랜드의 성공적인 수출 사례를 남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지역의 시장 상황 및 진출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뷰티 이어 건기식 주목…인에이블러 통한 동남아 진출 주목
김수현 이사는 ADA코리아에서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커머스 진출을 돕는 인에이블러 부문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에이블러는 목표 시장 진출(인에이블)부터 풀필먼트(물류대행)까지 포괄한 솔루션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AI(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과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돕는다.
국내에서는 인에이블러라는 콘셉트를 가진 마케팅 기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인에이블러는 동남아시아 지역 내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때 사용하는 말로, 현지에서 활성화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커머스 시장 진출 방식은 한국 기업이 동남아 진출하거나 역으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나드는 것)'식이 강세다. 마테크(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와 이커머스의 성장의 영향이다.
특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6개국을 엮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소비 가능한 젊은 인구층이 두터운 인구분포를 형성하고 있다. 또 디지털, 특히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커머스 시장이 형성된 지역으로 크로스보더 진출이 효과적인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 이사는 "과거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 시 인플루언서, 풀필먼트 중심의 마케팅을 내세워 진출했다면, ADA코리아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현지 전문 인력 및 현지 데이터를 토대로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 현지 진출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에게 "건기식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K-뷰티 카테고리가 성장했다면, 최근에는 건기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부터는 화장품 외 미용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콜라겐, 손톱, 헤어 관련 상품은 최근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관심사 톱 3에 드는 단골 카테고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건기식의 인기는 K-뷰티의 바통을 이어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며 "드라마, 영화 등에 나오는 한국 배우들에게서 보이는 생활양식이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판매 순위 등이 현지 인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 소구점으로 삼고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남아시아 6개국은 '같지만 다른 시장'이다. 언어, 문화, 소비 행태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쇼피, 라자다, 틱톡 등의 공통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이를 토대로 6개 국가의 공통점을 토대로 거시적인 전략을 짜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각 국가별 특성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동남아시아 6개국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객단가 및 소비수준이 높은 지역인데, 인구가 적어 판매 수량은 적지만 ROI(투자수익률)이 높아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파일럿 지역으로 선호된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근접해 있어 싱가포르와 비슷한 소비 및 구매 특성을 보인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후 차기 진출지이자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미래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베트남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22조원(164억달러, 베트남 전자상거래 백서)로 5년 만에 약 3배 성장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e마케터는 베트남은 '세계 5대 전자상거래 성장 국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지 인터넷 사용자 중 약 75%가 이커머스를 통해 쇼핑하는 지역이다. 1인 당 연간 평균 구매액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의 경우 게임과 이커머스 플랫폼을 결합하는 등의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인기가 높은 곳이며, 인도네시아는 내수강화 정책이 강하고 수입 절차가 까다롭다.
그는 "동남아시아 6개국은 지금도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매년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고 있어 이커머스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김 이사는 "먼저 현지 진출할 제품을 선택했다면 지역, 국가에 따라 어떤 프로모션이 효과적일지 패키지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쇼피·라자다 천하 속 커지는 틱톡 존재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단연 쇼피와 라자다다. 라자다는 초기 단계부터 빠르게 자리잡은 기존 사업자인 반면 쇼피는 라자다보다 5년 늦은 2019년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쇼피는 매년 매출 성장 30%씩을 기록하며 지난해 약 73조원(735억달러)의 스토어 매출(GMV)을 기록하며 1위 사업자로 자리잡았다.
쇼피는 신규 이용자, 낮은 연령대의 소비자를 기반으로 뷰티 등 객단가가 낮은 리테일, 소비재 카테고리 판매 비중이 크다. 반면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해 온 라자다는 신규 이용자의 유입에서는 쇼피에 밀리지만, 주요 카테고리는 전자제품 등 단가가 높은 고가제품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머커스 플랫폼은 틱톡의 '틱톡숍(TikTok Shop)'이다. 틱톡은 2021년 '온 트렌드(On Trend)'라는 멀티 브랜드 이벤트 시작을 기점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시범 운영했다. 틱톡의 강점인 숏폼 영상으로 상품을 생중계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다.
틱톡은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로 100억개 상품을 판매한 반면 영국에서는 사업을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영향을 받는 곳인 만큼 틱톡숍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 이사는 "틱톡숍은 판매자와 파트너(인에이블러), 크리에이터 3자 간 생태계 구축이 잘 돼 있는 플랫폼"이라며 "틱톡숍의 올해 매출 목표는 12조원으로, 라자다를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진출을 앞두고 있다면 틱톡 활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 분석·분명한 목표…자사를 알고 시장을 알아야
김 이사는 "동남아시아 6개국 진출을 앞둔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큰 기업이든 신생 기업이든 현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지 여부나 인력 규 모 등 자사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은 '목표 설정'이다. 김 이사는 "목표가 확실하고 구체적일 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인하우스 "인력으로 직진출에 성공하는 기업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특히 ADA같은 인에이블러와 함께 진출할 경우,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신뢰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실한 목표를 기반으로 동남아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ADA코리아 고객사인 아모레퍼시픽을 꼽았다. 김 이사는 "아모레퍼시픽은 싱가포르(국가) 지역에서 쇼피, 라자다(중점 채널)를 활용해 라네즈(브랜드)라는 브랜드를 성장시키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이후 이를 위해 필요한 비즈니스가 어떤 것인지 고민한 뒤, 비즈니스 단계별로 핵심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11-11', '12-12' 캠페인을 활용했다. 그 결과 라네즈의 ROAS(광고수익률)은 2020년 3월에 95%, 4월에는 180%를 달성했고, 11월에는 11-11 캠페인 기간 퍼포먼스를 극대화한 영향으로 635%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은 동남아시아 시장 성숙기 단계에서 판매를 유지하는 BAU(Business As Usual)를 고민하고 있다. 김 이사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설화구,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브랜드는 인기 톱 브랜드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지만 이 현상을 유지하거나 매출 정체를 막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프로모션을 통한 대형·고가 패키지 판매도 중요하지만, 단일 제품 위주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놓치지 않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의 신규 플랫폼 사업자 틱톡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틱톡의 매출 규모는 쇼피, 라자다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규 이용자 유입은 높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얻는 데 유용한 플랫폼이라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김 이사는 "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고객 유입도 중요하지만 퍼스트 파티 데이터(고객 구매 여정 정보) 확보도 중요한 만큼 DTC(자사몰) 성장도 중시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김 이사는 "ADA코리아는 이커머스와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진행하는 인에이블러다. 마케팅 결과를 도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고객이 어떤 커머스를 거쳐갔는지, 어느 채널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를 통합해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성공 사례도 있고, 동시에 인에이블러와 함께 전략적인 진출을 꾀해도 좋다"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자사 분석과 구체적인 목표, 그리고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목표를 설정했다면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놓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고민하는 기업에게 조언했다.
한편 고영혁 ADA코리아 대표는 오는 23일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개최되는 <블로터 디지털마케팅 앤 테크놀로지 서밋(DMTS) 2024 - 브랜드의 고객경험 극대화>의 연사로 강연할 예정이다.
DMTS 2024에서는 △LG LNS △어센트코리아 △인덴트코퍼레이션(브이리뷰) △W컨셉 △와이즈버즈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틱톡코리아 △LG유플러스 △META △채널톡 △AppsFlyer △ADA △Branch △AB180 △트렌비 △카페24 △와디즈엑스 △구글 △교보문고 △신한투자증권 등의 성공적인 고객 경험 마케팅 인사이트를 만나볼 수 있다. 사전등록 참가비는 △얼리버드(11월 9일까지) 11만원 △사전등록 16만5000원이며, 자세한 사항은 <블로터> 홈페이지 내 컨퍼런스 탭과 이벤터스 행사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