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화, 시민들 ‘혼란’

구입처 모르거나, 스프레이형으로 사거나

“스프레이형 말고 분말형 소화기로 사야 된다는데, 어디서 사는지 잘 몰라요.”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에 대한 시민의 한마디다.

이달 1일부로 5인승 이상 차량 대상으로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화가 시행된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 소화기 구입처를 모르거나 분말형 아닌 스프레이형 소화기 구입하는 사례가 더러 보이고 있다. 또 택시 운전자들은 차량 실내에 소화기를 설치했다가 승객들이 불편을 겪을까 애먹는 등 혼란한 모습이 나타나는 상태다.

이번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화는 이달 1일부터 제작·수입·판매되는 신규 자동차, 소유권이 변동된 중고차를 대상으로 하면서 기존 등록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차량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잇따르는 만큼 시민들의 차량용 소화기 설치가 중요한 터라, 판매처 확대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 시행 둘째날, 전주시 내 곳곳의 운전자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2일 오전 9시께 찾은 전주시 팔복동 한 주유소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 외에도 승용차들의 방문이 잦았다. 본보가 차량용 소화기 비치에 대해 묻자, 이들은 ‘갖고 있는 게 없긴 한데, 어떤 제품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스프레이형(에어로졸식) 소화기가 아닌, 분말형 소화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중 김모(45)씨는 “안 그래도 주말에 대형마트에 갔다가 차량용 소화기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판매되는 제품이 없다고 했다”며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야지 싶었는데, 나처럼 어디서 사는지도 애초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인터넷 쇼핑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어떻게 구입하려나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1시께 들른 전주시 효자동 한 LPG 충전소에선 차량을 정차한 택시기사들이 여럿이었다. 이곳에서도 대부분 ‘구입처를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함께 대화를 나눈 택시기사 박모(66)씨는 “손님들이 언제 어디서, 또 몇 명이서 탈지 모르니까 탑승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대개 택시들은 실내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 편이다”며 “그래도 안전을 위해 소화기를 구비해볼까 싶지만, 설치할 만한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꺼려진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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