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국방투자계획을 발표하며 50억 파운드를 드론·자율무기에 투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대형 전함 시대의 종언을 앞당겼다.
영국 정부가 오랜 진통 끝에 미래 국방 전략의 청사진을 내놨다. 핵심은 50억 파운드, 우리 돈 약 10조2100억 원을 드론과 자율무기 시스템에 쏟아붓는 것이다. 사실상 대형 전함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군사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발표 시점은 현지시간 6월 29일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증명한 드론의 시대"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직접 반영한 결과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매달 드론 20만 대를 쏟아부으며 전세를 뒤집었고, 영국은 저비용 고효율 무인무기가 현대전의 핵심이라는 점을 절감했다. 이에 영국은 노후 구축함 교체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대신 무인 시스템의 모함 역할을 할 공동전투함(CCV)을 최소 6척 도입하기로 했다.

"장관 사임까지 부른 예산 진통"
이번 계획은 국방 예산을 둘러싼 오랜 갈등 끝에 나왔다. 이달 초 존 힐리 전 국방장관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스타머 총리를 정면 비판하고 사임했고, 뒤이어 스타머 총리마저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번 계획은 그의 임기 마지막 정책 유산이 됐다. 육군 소령 출신인 댄 자비스 신임 국방장관은 "무인 시스템이 현대전을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7조 재정 공백, 안보 자립 시험대"
다만 재정 불안은 여전하다. 영국은 현재 GDP의 2.6% 수준인 국방비를 차기 의회에서 3%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군 수뇌부는 향후 4년간 약 280억 파운드, 약 57조 원의 재정 공백을 경고했다. 발표가 9개월 지연되며 방산 투자가 위축되고 동맹의 신뢰에 흠집이 간 것도 부담이다. 스타머 총리는 다음 달 7일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무인무기 중심의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막대한 재정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하는 가운데, 이번 계획은 영국의 안보 자립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뉴스1·로이터, 다음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