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을 또 정리한다. 4년여 전 65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던 KKR은 1년여 전 기업공개(IPO) 당시 구주매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1조원을 웃도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에 따라 그간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을 두고 제기됐던 오버행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KKR의 엑시트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이달 8일 장 마감 이후 보유 중인 HD현대마린솔루션 주식 448만주 가운데 절반인 224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들어갔다. 매각가는 이달 7일 종가(19만1000원) 대비 약 5% 할인된 주당 18만1450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른 총 매각금액은 약 4064억원으로 추산된다.
블록딜은 대량의 주식을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확보한 뒤, 장 시작 전이나 장 마감 후인 시간외매매로 전일 또는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시장에 주식이 대량으로 나올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쳐 혼란을 일으키거나 팔고자 하는 가격에 팔 수 없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활용된다.

이번 블록딜이 이뤄질 경우 KKR의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율은 기존 9.99%에서 4.9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앞서 KKR은 2021년 HD현대에서 물적분할해 설립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38%를 특수목적법인 글로벌베슬솔루션을 통해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인수 금액은 6534억원으로, 주당 인수 단가는 4만3000원 수준이었다.
이후 KKR은 상장 이후 보유 지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매각하며 단계적 엑시트에 나섰다. 지난해 2월 KKR의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율은 24.18%였는데 블록딜 이후 19.52%으로 낮아졌다. 같은 해 5월 추가 블록딜을 단행하면서 지분율은 9.99%까지 내려갔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KKR은 원금을 제외하고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KR은 2024년 4월 IPO 과정에서 일부 구주 매출로 3711억원을 회수했고,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의 블록딜을 통해 각각 2950억원과 6213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번 블록딜을 통해 거둘 것으로 예측되는 매각대금 4064억원을 더하면 총 회수금액은 1조6938억원으로, 인수 금액을 제외한 누적 수익은 1조404억원으로 계산된다.
이번 움직임을 두고 시장에서는 오버행 우려가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버행은 대주주나 재무적투자자가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향후 추가 매각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뜻한다.
그간 KKR이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규모가 적지 않아 추가 블록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런데 이번 매각을 통해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낮아질 경우, 대규모 매도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KKR의 잔여 지분 처리 방향에 따라 오버행 우려의 완화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KKR 보유 지분의 출회 가능성이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약세의 배경이었던 만큼 오버행 이슈에 대한 우려는 크게 완화될 전망"이라며 "잔여지분은 3개월간 매각이 제한됐으나 3개월 이후에 다시 매각이 추진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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