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동차 수리,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자동차 수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사고 후 보험처리를 통해 수리받았지만, 차량차량 쏠림 현상이 지속돼 추가 수리를 받아야 했던 사례처럼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과 직결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비업체가 추후 발행하는 정비내역을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거니와 수리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소비자만의 고통이 아니다. 정비업체 역시 보험사의 불공정한 관행에 시달리고 있다. 수리비 감액, 대금지급 지연, 지불보증 부재 등으로 인해 정비업체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그 결과는 부실 수리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업체의 87.6%가 보험사와의 거래에서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거래 갈등이 아니라, 보험사가 수리비를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 정비업체가 기술적 자율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핵심은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수리비 산정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손해사정은 보험사 자회사가 맡기에 이해상충 우려가 크다. 보험사가 수리 전 손해액을 산정하지 않고, 수리 후 일방적으로 비용을 삭감하는 관행은 정비업체를 압박하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수리 품질은 떨어지고, 비용은 불투명하며, 책임 주체는 모호하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수리비 산정기준의 표준화, 손해사정 구조 개선, 보험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는 없다. 정비업계는 기술력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수리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손해사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수리 전 수리비 확정 및 지불보증 제도를 도입해 거래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자동차 수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소비자, 정비업체, 보험사, 정부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신뢰 회복의 길이 열린다. 자동차 수리 생태계의 회복은 단순한 규제보다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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