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폭발사고 여파 확산…한화 전국 9개 사업장 멈췄다

김현정 기자 2026. 6. 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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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업장 포함 생산라인 전면 중단, 5일까지 특별 안전점검
/사진=뉴시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이후 방재시설과 안전점검이 미흡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화그룹은 전국 9개 사업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정밀 안전점검에 착수했다.

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폭발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는 20kg짜리 대형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고, 내부 폐쇄회로(CC)TV, 스프링클러 등 방재 시설이 설치돼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56동의 경우 면적 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고, CCTV를 내부에 설치하는 것은 직원 동의 등의 절차가 필요한 사항이라 외부에만 설치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환기 시설에 추가로 대형 환기 시설을 지난달 구매하려 했으나 문제가 발생해 설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설명에도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닌 데다 안전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점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은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고, 모두 7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방위사업청 합동점검 요청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한 차례씩 군용화약류 제조·저장시설 화재안전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화재 수신기와 소방펌프 등 주요 소방시설이 모여있는 70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56동 세척공실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당시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 수신기와 펌프가 70동에 모여있어 해당 장소를 집중 조사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지난해에는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서 사용할 물을 공급받기 위해 소방호스를 연결하는 설비인 채수구에서 소화수가 방수되지 않도록 동력제어반을 임의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올해 4월 조사에서도 옥내외 스프링클러 겸용 주 펌프와 소화 배관 내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충압펌프의 누수 보수 등 모두 6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해당 조사는 이번 사고 장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럼에도 과거 사고가 났던 사업장에서 연이어 안전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안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에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안전 관련 최고 직책은 'ESH(환경·안전·보건) 실장'으로 부장급이 맡고 있다. 담당자는 ESH실 산하 안전경영팀장 뿐 아니라 회사의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O)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다른 주요 방산 기업들은 안전 전담 임원을 두고 있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IG D&A는 사내 안전환경실을 두고 임원인 권호섭 실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안전환경실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관련 법 이슈 모니터링, 개별 사업장 안전 이슈 대응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김익수 경영지원본부장이 CSO를 겸하며, 산하 조직인 안전경영지원실장에도 임원급이 업무를 하고 있다. 지역본부별로 안전보건관리 총괄 책임자도 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6조60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으로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LIG D&A(매출 4조3069억원·영업이익 3229억원), KAI(3조6964억원·2692억원), 현대로템 방산부문(3조2153억원·9563억원) 등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된 안전보건 예산은 68억원이었다.

잇단 비판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까지 일부 공정 전면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틀간 일부 필수 공정만 제외하고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 채 특별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여러 사업장의 생산라인을 동시에 멈추는 것은 지난 2023년 통합법인 출범 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추진제 및 장약을 생산하는 대전, 충북 보은, 전남 여수사업장과 K-9자주포, 장갑차, 항공엔진 등을 생산하는 경남 창원 1·2·3사업장, 대전, 판교, 아산 등의 R&D캠퍼스 등 전국 9개 사업장은 작업을 중단하게 된다. 안전점검을 마친 뒤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업장들은 정상 재개될 것으로 보이나, 대전 공장의 경우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재개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예정이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이 이미 작업 중지 명령에 따라 일부 생산 공정을 중단한 데 이어 다른 사업장들도 멈추면서 고객사 납품 및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5일까지는 안전점검 기간으로 6일부터 공장 생산 재개 여부는 미정인 상황이고, 대전 공장은 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며 "고객사 납품 문제는 사업부별로 생산 차질 내용 관련해 개별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대전 사업장 사고와 같은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부 생산 차질 보다는 안전한 사업장 환경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내린 조치"라고 전했다.

이러한 조치는 다른 계열사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임팩트, YNCC 등 석유화학 계열사 국내외 전 사업장에 대해서도 환경안전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각 사는 오는 10일까지 대표이사 책임 하에 자체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 작업 안전관리와 생산공정, 환경 분야 등에 대해 종합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전날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기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방위산업 전반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군용 총포·도검·화약류 제조업체 전 사업장 79개소에 자체 안전점검 실시 및 결과 보고를 지시했다.

김현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