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고 첫 생일부터 시어머니는 해마다 미역 한 봉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왜 하필 미역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올해도 어김없이 택배 상자가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포장지에 손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씨를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습니다.

해마다 도착하는 미역 한 봉지
시어머니는 전화 한 통 없이 생일 며칠 전이면 미역을 보내셨습니다. 상자 안에는 늘 직접 고른 듯한 미역이 정갈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 몇 해는 고맙다는 인사만 짧게 드리고 넘어갔습니다. 무뚝뚝한 시어머니라 그저 형식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역 봉지는 해마다 찬장 한쪽에 쌓여 갔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손글씨
올해 상자를 열자 포장지 귀퉁이에 삐뚤삐뚤한 글씨가 보였습니다. 생일 미역국은 친정엄마 대신 내가 챙겨 주고 싶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친정엄마를 일찍 여읜 나를 시어머니는 늘 마음에 두고 계셨던 것입니다. 해마다 보내 주신 미역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미안해 눈물이 났습니다.

시어머니께 처음 건넨 전화
그날 저녁 처음으로 먼저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별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쑥스럽게 웃으셨습니다. 다음 달 시어머니 생신에는 제가 직접 미역국을 끓여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시어머니의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작은 선물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오늘은 늘 곁에서 챙겨 주시는 분께 고맙다는 전화를 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더 가깝게 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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