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증 아이템

조회 5762025. 2. 11.

이 사진을 보라. 이마트 장바구니인데, 누구나 집 안을 뒤져보면 하나쯤은 나오고, 또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방이다. 해외여행을 가도 이 가방을 든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마트 가방이 사실상 한국인 인증템, 국민 아이템이 된 건데, ‘이마트 장바구니가 어떻게 전 국민에게 퍼지게 된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마트 가방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이른바 ‘선점 효과’의 덕이 크다.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가장 먼저 재사용이 가능한 장바구니를 도입했고, 기존 일회용 쇼핑백을 쓰던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거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일단은 기존의 (일회용 비닐) 장바구니에서 전환한, 할인점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었던 부분들이 이마트였던 것 같아요. 먼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인지가 됐었던 측면이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선점 효과 같은 것들이 있었던 거죠.”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들이 일회용 비닐쇼핑백 대신 장바구니를 권장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2010년 8월 환경부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5대 대형마트는 ‘비닐 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을 맺고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마트는 이보다 1년 전인 2009년 3월부터 이미 업계 최초로 비닐 쇼핑백이 없는 점포를 시범운영하고 있었다. 이마트 측이 고객들에게 장바구니를 프로모션 형식으로 배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다만 이 시기 이마트 장바구니는 노란색이 아니라 연두색에 ‘이마트’ 글자만 써진, 상대적으로 밋밋한 디자인이었다.

이마트는 2016년 10월부터 우리가 아는 노란색 가방으로 장바구니 디자인을 바꿨는데, 이때부터 가방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또 이때부터 가방에 부직포 원단을 쓰기 시작했다고.

[이마트 관계자]

“아무래도 장바구니 같은 경우는 무거운 것도 많이 담으시고 이러니까. 어느 정도 이제 튼튼하기만 하면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든 PP(폴리프로필렌)든 일정 강도만 넘어가면 그거를 썼었어요. (장바구니가) 되게 튼튼하고 이래 가지고 그냥 집에 막 쟁여놓고 쓰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방 소재를 바꾼 김에 이마트 측은 가방 색깔도 이마트 로고와 비슷한 노란색을 입히고, 동물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17ℓ 사이즈 가방의 이 하얀 동물은 고양이다, 물범이다, 북극곰이다 말이 많았는데 정확히는 해달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간에 단종된 35ℓ에는 반달곰이, 56ℓ에는 코끼리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가방에는 펭귄이 그려져 있다. 이마트 측에 물어보니 이 동물들을 가방에 그려넣은 이유는 이들이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이마트의 상징인 노란색을 활용한 이 장바구니는 튼튼한 내구성귀여운 동물 그림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인기를 끌수 있었던 셈.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마트의 노란색이라고 하는 명도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식을 훨씬 쉽게 할 수 있었을 거고 (장바구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더 확산이 되면서 다회용으로 쓸 수 있는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됐던 것 같아요. 디자인이나 이런 부분들을 잘 맞춰가지고 보급했었던 부분들도 영향을 미친 것 같기는 해요.

이 가방이 어찌나 인기가 많은 지, 전통시장에서도 이 장바구니를 쓰기도 하고, 펭수랑 콜라보도 하고, 일렉트로마트 초창기에 한정판 ‘일렉수달’ 가방도 나왔고, 심지어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근데 애초에 이마트 장바구니는 계산대에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보증금 명목으로 500원을 주고 대여하는 상품이었다고 한다. 이에 사용한 장바구니를 이마트 고객센터로 가져가면 현금 500원을 돌려줬다고.

대여 형태로 운영했던 이유는 비닐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를 악용해 장바구니 100개를 신용카드로 대여한 뒤, 바로 고객센터에 돌려줘 현금 5만원으로 돌려받는 ‘카드깡’ 수법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12일부터 이마트가 장바구니를 대여하는 것에서 유상판매하기로 정책을 바꿨기 때문.

[이마트 관계자]

“2016년이랑 2024년 비교하면 장바구니를 가지고 오는 문화도 많이 정착이 되었었죠. 저희 원래 의도는 장바구니를 계속 순환시키는, 재사용하면서 하는 건데, 재사용률이 생각보다 낮았거든요. 오히려 이게 환경적으로 손해가 가는 거죠. 그럴 거면 차라리 판매를 하자. 판매를 하고 (장바구니가) 자기 거면 고객들이 계속 애용을 할 거잖아요.”

그러니까 집에 장바구니가 있는데도 또 대여해 가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대여 방식을 판매로 바꾼 것. 이와 별개로 앞에서 언급한 카드깡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현재 노란색 이마트 가방은 단종됐다. 장바구니를 유상판매로 바꾸면서 가방도 노란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 정들었던 국민템을 새 상품으로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환경 보호 취지를 살려서 일회용 쇼핑백 대신 각자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에 나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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