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의욕 꺾인 청년들, 알바도 ‘고소득’보단 ‘쉬운일’ 찾는다

기성세대 "경기 침체와 취업난 이해하지만…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청년들 걱정 돼”
[사진=뉴시스]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힘들지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돈은 적지만 쉬운 일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엔 무조건 시급을 많이 주는 곳을 선호했다면 현재는 시급이 적더라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에 치이면서 청년들의 근로의욕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들 사이에서 꿀알바로 분류되는 아르바이트에는 좌담회 참석, 생동성·임상실험, 침대 매트리스 편안함 조사 등이 있다. 이중 생동성·임상실험 아르바이트의 경우 2~3일이면 최대 100만원까지 벌 수 있다.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목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최근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지 포장 아르바이트가 ‘꿀알바’로 불리며 조기 마감됐다. 주된 직무는 포장 및 품질로 수능 시험지 인쇄 상태에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포장하는 일이다. 19일 동안 합숙 근무하면 185만원을 보수로 받게 된다.

다만 수능 시험지를 포장한다는 특수한 업무로 보안유지가 중요시되는 만큼 근무 기간 동안 합숙을 해야 하고, 모든 전자기기 반입과 외출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숙식까지 제공되지만 사실상 근무 기간 동안 자유가 제한되고 그에 비해 보수 또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수많은 청년들이 지원했다. 접수 기간은 오는 27일까지지만 이미 지난 16일 조기마감됐다.

해당 공고를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1개월도 아니고 19일만 일하는데 목돈을 번다는 게 메리트”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합숙, 휴대폰 금지 등 조건에 비해 일당이 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대학생 김기범 씨(26·남)는 “최저 시급을 받으며 하는 알바는 주로 카페, 식당, 편의점 등이 있는데, 이런 알바 모두 시급에 비해 노동 강도가 제법 높은 편”이라며 “합숙을 하는 19일 동안 자유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편하게 일하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근 구인 구직 플랫폼에는 수능 시험지 포장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왔다. 19일만 일해도 185만원을 벌 수 있어 청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포장된 수능 시험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6만9000명 늘어 11만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아르바이트에서조차 고소득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을 본 기성세대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을 걱정하고 있다.

이광택 씨(40·남)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목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직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줄 알고 편안한 일자리만을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상황은 다르지만 과거 일본에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프리터족’이 등장했다. 프리터족이란 “특정한 직업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층”들을 의미한다. 이들의 등장으로 일본 경제는 장기간 불황에 빠지는 등 국가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리터족은 당장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중년층으로 넘어갈수록 발생할 수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미래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언젠간 사회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청년들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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