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mark] 아파트 이기주의? 광양시 승강기 사용료 500만원 사건

지난달 온라인을 크게 달궜던 한 신축 아파트 단지의 공고문 사진이 있었습니다.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 의결사항’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공고문이었는데요.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이 바로 ‘이사 시 엘베(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라는 문구였습니다.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건설업체가 미분양 물량을 최대 8000만원까지 할인 분양하면서 기존 입주민과 할인 분양자 간에 갈등이 불어졌는데요. 기존 입주자들은 할인 분양 세대의 입주를 막고 건설사와 협의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500만원이나 부과한다는 조치를 내세운 것으로 보여집니다.
제값 주고 들어온 기존 입주민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만원을 손해본다는 생각에 이 같은 집단행동을 한 것일 텐데요. 그렇다고 이사 시 엘리베이터 이용료를 50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오랜 논란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Remark] 광양시만 다가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는 비단 광양시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수백만원이 드는 이사비용에 엘리베이터 사용료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많게는 수십만원을 요구한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아파트신문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모 아파트의 승강기 사용료 인상안을 온라인에 공개한 입주민 A씨의 사연을 소개했는데요.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사 세대는 층수와 상관없이 사다리 이용한 가능한 동은 1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사다리 사용이 불가능한 동은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승강기 사용료를 인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지불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가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엘리베이터를 사용한 이삿짐 운반 시 과도한 사용료를 부과하는 사례로 인한 시민 불편과 관련 문제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안 진단을 위해 서울시 내 아파트 1971단지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조사 결과 전체 단지의 평균 사용료는 10만4000원, 최고 금액은 55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부과 형태별로는 단일 금액으로 부과하는 단지는 49%(965단지)로 가장 많았고, 별도의 기준에 따라 구간을 정해 부과하는 단지가 35%(687단지), 무료인 단지도 16%(319단지)로 집계됐습니다.
[Remark]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제각각인 이유

이렇게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가 단지별로 천차만별인 이유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때문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8호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은 단지 안의 전기∙도로∙상하수도∙주차장∙가스설비∙냉난방설비뿐만 아니라 승강기 등의 유지∙운영 기준도 포함돼 있습니다.
즉, 승강기 유지·운영에 관한 기준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승강기 사용료 역시 아파트 단지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행정기관 개입이 어려우므로 승강기 이용료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종종 아파트 집단 이기주의를 낳기도 합니다. 올해 초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카드키 보증금 10만원, 승강기 사용료 월 1만원의 사용료를 부과하려다 무산된 경우가 있었는데요. 택배기사의 엘리베이터 이용이 입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해 사용료를 내게 하려다 입주민 반대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mark] 반복되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문제, 해결 방법은?

한편,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는 이삿짐 이동을 위해 나머지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한동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책정 수준일 텐데요. 이는 아파트 단지별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지자체 관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 2019년 ‘이삿짐 운반 승강기 사용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만간 서울시 자체 표준안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할 표준안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TBS뉴스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승강기 관련 표준안을 만들려고 용역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아파트 또는 상황마다 사정이 달라 무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승강기 사용료와 관련한 논란이 아직도 지속되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9월 뉴스워커 기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는 관련법에 근거 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화하기 어려워 제도 개선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문제는 아직까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이는데요. 만일 본인이 입주민인데 승강기 사용료가 불합리한 경우, 입대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지자체 등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책정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이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중재할 수 있는 조정위원회 등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승강기 관련한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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