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덮인 추모공간, 가려지지 않는 슬픔…"그곳에서는 다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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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째인 29일 오후에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
대학생 이현(21)씨도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다녀온 후 이태원 추모공간을 찾게 됐다. 같이 수업을 듣던 중국인 유학생 친구가 사고를 당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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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유민주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째인 29일 오후에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 계단 옆에는 포스트잇이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얘들아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편안하게 살기를 항상 기도한다'는 친구의 간절한 바람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회한이 담겨 있었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길은 곳곳은 투명 비닐로 덮여 있었다. 전날 내린 비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간식과 제사상, 꽃들이 젖지 않도록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인 덕분이었다. 흰 수의를 덮어놓은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통한의 골목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8)는 이번 참사로 친구를 떠나보냈다고 했다.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 앞에서 한참을 서서 울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아직도 이태원 관련 뉴스를 들으면 친구의 장례를 치른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도 받고 있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흐느꼈다.
이어 "회피하고 외면하기보다 이제는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태원 현장을 찾았다"면서도 "전문가 상담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추모공간을 찾은 대학생 손정아(24·여)씨는 "추모를 하고 싶었는데, (이태원 참사 현장을 올) 용기가 나지 않아 여태 오지 못했다. 막상 현장을 직접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이태원은 우리 세대 친구들이 유일하게 자유를 느끼려고 오는 공간인데, 너무 큰 참사가 벌어져서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울먹였다.
대학생 이현(21)씨도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다녀온 후 이태원 추모공간을 찾게 됐다. 같이 수업을 듣던 중국인 유학생 친구가 사고를 당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사가 난 골목 인근은 유난히 조용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이후 대부분의 가게가 추모의 의미로 가게 문을 닫거나 구인난 등의 이유로 휴업을 했다고 한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5)는 "이태원 참사 직후 대부분의 상인들은 추모의 의미로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트라우마로 이태원을 떠나기도 했다"며 "가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곳도 많다. 우리 가게만 하더라도 이태원 참사 이후 아르바이트생 3명이 관뒀다. 새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태원역 부근에서 20년간 옷 가게를 운영한 심모씨는 "참사 당일 안전대책 마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인데 왜 인정을 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 지 모르겠다"며 "핼러윈은 내년에도 찾아올 텐데 앞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대비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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