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플로어로 경험하는 아치 동굴 양양 스테이 주택 ‘쿠리’

ARCHITECTURE CORNER

서핑을 좋아하는 젊은 건축주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1층은 자신의 집, 2층은 스테이로 구성하고 각 층은 20평씩 전체 40평이 조금 넘는 규모를 원했다. 그렇게 찾은 대지는 양양 복분리. 복분리 해수욕장을 지나는 도로 건너편에 바다로부터 5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2층 높이에서는 먼 바다가 보인다는 건축주의 말처럼 실제로 대지가 약간 높은 편이었고 트인 바다가 펼쳐졌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차현호 소장(건축사사무소나우랩)│사진 최진보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양양군 현남면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87㎡(147.31평)
건축면적 122.32㎡(37.00평)
연면적 160.12㎡(48.43평)
1층 110.56㎡(33.44평)
2층 49.56㎡(14.99평)
건폐율 25.12%
용적률 32.88%
설계기간 2023년 1월 ~ 8월
시공기간 2023년 11월 ~ 2024년 6월

설계 건축사사무소나우랩 www.naau.kr
room713@naver.com
windscape@naver.com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우레탄 방수 위 자갈
외벽 - 롱브릭 타일
내부마감
천장 - 노출콘크리트
내벽 - 노출콘크리트
바닥 - 노출콘크리트, 데코타일
단열
지붕 - 220㎜ 가등급 압출법 마감
외벽 - 150㎜ 가등급 비드법 마감
도어
현관 - 금속제작
방문 - ABS도어
창호 PVC 시스템창호(LG)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쿠리’가 위치한 대지는 복분리 해수욕장에 인접한 곳으로, 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배치했다.
1층은 집, 2층은 스테이로 사용하되 프라이버시를 확실하게 확보해 각 공간의 독립성을 지켰다.

건축주 요구를 풀어내는 설계자의 생각
설계는 건축주의 요구와 설계자의 생각을 모아 마치 퍼즐을 푸는 과정과도 같다. △2층에서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각 층의 입구가 따로 존재하지만 내부에서는 다시 연결될 것 △2층에 위치하는 스테이도 전용 마당을 가질 것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 등 먼저 포인트를 크게 나눠 정리하고 차례로 해결해야 할 목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2층 규모의 집을 만들어 위를 스테이로 이용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스테이는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서 마당과도 분리될 수밖에 없다. 마당을 온전하게 소유한 단독 스테이로서의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스테이와 동일하게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집 내부
공간을 잇는 계단도 별도의 마감 없이 콘크리트로 계획했다.

층간 구성도 고민이었다. 스테이를 2개 층으로 계획해 1층에는 마당을 소유하는 거실과 주방, 2층에는 욕실과 침실을 두는 일반 주택과 같은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바닷가에 하룻밤을 쉬러 오는 손님에게 굳이 평범한 공간을 권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스킵플로어Skip Floor(한 층을 수평으로 완전히 나누지 않고 반 층 정도 높낮이를 달리해 공간을 배치하는 건축구조) 형태를 활용해 공간을 서서히 2층으로 올리는 형태로 결론을 내놓았다.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스테이 주방. 유리 블록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은은하게 밝힌다.

건축적 시퀀스로 전개하는 공간 시나리오
진입은 마당을 거쳐 주방에서 시작한다.<레벨1> 계단 반 층을 올라가면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거실,<레벨1.5> 여기서 다시 반 층을 올라가면 침실에 다다른다.<레벨2> 마지막 레벨에는 침실 앞에서 바다를 보며 목욕할 수 있는 욕실도 함께 뒀다.

공간을 연속시킨 중간층을 계획해 자연스러운 동선을 만들고 내부 벽체를 생략해 20평 공간 전체를 넓게 경험하는 일, 이로써 마당과 바다뷰를 모두 가질 수 있는 건축적 시퀀스가 완성될 수 있었다.
내부는 외부와 단절된 깊은 동굴 연못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동굴은 바닥, 벽, 천장이 모두 같은 재료로 건축주에게는 큰 콘크리트 덩어리를 제안했다. 벽과 천장이 구분되지 않는 아치형 천장에 벽과 바닥까지 거친 콘크리트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 속에 초록 식물과 이끼, 창으로 들어오는 파란 바다가 회색 동굴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콘셉트를 설정하고 싶었다.

주방에서 반 개 층을 올라가면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거실이 위치한다.
스킵플로어를 통해 공간이 전개되는 스테이의 실내 전경

시나리오는 이렇다. 해가 서쪽으로 몸을 눕히기 시작하는 오후 4시, 스테이를 찾은 손님이 문을 열면 8m에 이르는 높은 콘크리트 아치형 천장의 회색 동굴이 시야를 채운다. 이어 높이 6m에 이르는 유리블록을 거쳐 산란하는 빛이 동굴을 슬며시 밝히고 바닥과 벽이 만나는 가장자리에 자갈과 초록 식물들 그리고 스킵플로어로 전개되는 공간을 경험한다. 마지막에는 욕조에서 긴장을 풀며 한가득 들어오는 푸른 바다를 감상한다.

흐르는 시간에 맞춰 진화하는 회색 동굴
인테리어 사업을 하시는 건축주의 아버지께서 현장을 담당하시다 보니 비교적 시공 기간이 길어졌다. 내부 마감이 거의 없었기에 콘크리트의 거친 면을 두고 건축주와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거칠기’의 정도에 있어 나와 건축주의 생각이 달랐는데 내심 마음에 들었던 창틀 하부 콘크리트의 갈라진 부분이 다음에 왔을 때는 시멘트로 말끔하게 발라져 있기도 했다.

거실에서 반 개 층 올라와 다다른 마지막 공간인 욕실. 두 공간 사이에 간살도어를 설치해 시선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바닥과 벽이 만나는 경계는 조경 영역으로 처리하고 녹색 식물이나 이끼로 디자인했다.

바닥 양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며 갈라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시멘트는 기본적으로 굳으면서 수축하고 수축하며 갈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겨울을 나면서 바닥 난방이라도 하면 더 갈라지기도 한다. 이런 재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것도 설계자의 몫이자 임무 중의 하나다.

여기서는 벽과 바닥이 만나는 부분에 일부러 간격을 두고 자갈을 깔았다. 바닥 모르타르가 수축하면 벽과 바닥이 만나는 경계에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이 생길 바에는 차라리 더 크게 유도해 조경 영역으로 이용했다. 내년 봄에는 갈라진 틈에 이끼를 끼워 넣고 투명 레진으로 안정시키고자 한다. 마치 동굴 속 갈라진 바닥에 초록 이끼가 자란 것과 같은 연출이다. 이렇게 ‘쿠리coorie’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맞게 진화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최준석·차현호 소장
건축가 최준석(오른쪽), 차현호는 2017년 나우랩건축사사무소(NAAULAB ARCHITECTS)를 개소해 단독주택 위주로 다수의 중소 규모 건축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의뢰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되는 건축설계는 해결책으로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비용과의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디자인을 지닌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2024년 경기도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건축 에세이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