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위 대학 보다 낫다”…의대목표 N수생 몰리는 톱클래스 재수학원

성적도 안 나왔는데 인기 재수학원은 벌써 마감…입학테스트부터 내신·출신학교 따지기도
ⓒ르데스크

“재필삼선 사심오운”

얼핏 옛 성현들의 명언이나 격언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사수는 심장이 시키고, 오수는 운명’이라는 문장을 줄인 것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수차례 응시하는 학생들이 대치동에 몰리면서 만들어졌다.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매 년 대치동으로 몰려드는 재수생 규모가 엄청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한 달에 300만원을 훌쩍 호가하는 고액의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매년 몇몇 학원은 수강신청조차 어렵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학 입학보다 학원 입학을 아이들이 더 기뻐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당 학원들이 최상위권 수험생만 ‘가려서’ 받는 걸로 유명한 탓이다.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과거 대치동을 주름 잡았던 ‘강남대성 재수종합반’ 수업을 들은 후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들고 ‘시대인재N’으로 갈아타는 것이 ‘N수 성공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N수’는 수능 시험을 2번 이상 치르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1문제 틀려야 서울대 의대 가능”…대치동 재수학원 몰리는 최상위권 N수생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16만1784명으로 2004년(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수능에 대거 유입되면 의대·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해당 연도의 최상위권 대학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진다. 수능 경험이 있는 N수생이 상대적으로 재학생보다 점수대가 높기 때문이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르데스크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수능’이라 불릴 정도로 문제 난이도가 높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문제 난이도가 다소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올해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 우세하다. 수능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수능 가채점 결과 원점수(300점 만점) 기준 서울대·연세대 의대 합격권은 297점으로 예상됐다. 국·영·수 주요과목에서 1문제 이상 틀리면 국내 최상위권 의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고려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 의대 역시 커트라인 예상점수는 296점이다.

예상치 못한 ‘물수능(문제 난이도가 낮은 수능)’에 당황한 서울 N수생 학부모들은 아직 수능 실채점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대치동 명문 재수학원 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원들은 지난달 정규반 개설 전 별도로 열리는 선행반 신청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정원이 모두 마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 조유진 씨(50·여)는 “서울권 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딸이 올해 수능 수학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더 틀리는 바람에 인서울 의대 입학이 어려워 현재 재수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메이저학원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입학 커트라인이 너무 높아 우선은 내년 6월 모의고사 치르기 전까진 다른 학원을 보내고 모의고사 점수를 들고 다시 메이저 학원 입학을 도전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높은 커트라인에 출신 학교도 고려”…의대생보다 자부심 높은 대치동 재수학원 학생들

재수학원은 크게 통학형과 기숙형으로 나뉜다. 통학형은 다시 단과학원과 종합학원으로 구분된다. 단과학원은 수험생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직접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학원으로 한 강좌 당 학원비는 평균 월 25~30만원 수준이다. 종합학원은 정규 커리큘럼에 맞춰 모든 과목의 수업이 이뤄진다. 정기적으로 해당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모의고사를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수험생이 선생님과 강좌를 직접 고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치동의 유명 종합학원의 학원비는 월 2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 시대인재N 건물 내부 전경. ⓒ르데스크

르데스크 취재 결과 ‘5대 메이저 의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가톨릭대)’로 불리는 최상위권 의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N수생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재수종합학원은 ‘시대인재N’이다. ‘시대인재N’은 지난해 수능 만점자인 유리아 씨와 이동건 씨를 모두 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메가스터디 재수종합학원이 이지영, 현우진 등 일타 강사 시스템으로 성장했다면 시대인재N은 ‘서바이벌 모의고사’라는 인기 교재로 이름을 알렸다.

사교육 업계 등에 따르면 ‘서바이벌 모의고사’는 시대인재N에 등원해야만 응시 가능한 시험이다. 시험은 상위권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킬러문항 적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유명세만큼 입학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시대인재N은 전체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중 3개 영역 등급 합계 6 이내의 입학 최저 기준을 두고 있다. 등급 커트라인 이외에 별도의 입학테스트를 보는 유시험 전형도 존재한다.

내신 성적, 출신 고등학교 등도 따진다. ▲영재고 ▲과학고 ▲하나고 ▲민사고 ▲상산고 ▲외대부고 등의 졸업자들은 특별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시대인재N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표대로 강의가 이뤄지고,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자습이 이뤄진다. 주말은 수능이 치러지기 10주전까지 자유 등원이지만 수험생 대부분이 유명 강사의 단과 강좌를 듣거나 추가로 보습학원 또는 과외로 부족한 면을 채우는 편이다.

현재 시대인재N에 출강하는 유명 강사는 국어 이원준, 수학 강기원, 물리 심규원 등이 있다. 학원비는 기본 강의비와 모의고사비, 교재비 등을 모두 합쳐 대략 월 300만원 수준이다. 직전 수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학금 기준은 학원의 자체변환점수 기준에 따라 산출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의대 합격생들은 모두 100%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해 시대인재N에 등원했던 정현지 씨(19·여)는 “시대인재N은 재수학원이지만 대치동에서 자부심을 느끼면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이다”며 “과거에는 강남대성 재수종합반이 시대인재N보다 인기가 높았지만 요즘 강남대성 재수종합반은 시대인재N을 거치기 위한 학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 수강생의 입시 결과가 워낙 좋다 보니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대치동 메이저 재수학원에 입학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 대치동에 위치한 강남대성학원 건물 전경. ⓒ르데스크

통합형 재수학원의 최강자가 ‘시대인재N’이라면 기숙형 재수학원 중에서는 ‘강남대성기숙학원 의대관’이 최상위 학원으로 꼽힌다. 강남대성기숙학원 의대관은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해 있다. 각반 정원은 100명 내외로 성적 커트라인은 전체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중 3개 영역 등급 합계 7 이내의 입학 최저 기준을 두고 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내건 만큼 오로지 이과 학생들만 신청 가능하다. 비용은 월 380만원 수준이다. 교재비와 특강비 등은 별도다.

바로 아래 등급으로는 강남대성학원의 또 다른 기숙학원 형태인 ‘강남대성기숙 S관’이 꼽힌다. 이곳은 문·이과 모두 지원이 가능하다. 등록 성적 기준은 전체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중 3개 영역 등급 합계 8 이내로 학원비는 월 360만원이다. 2월 정규반 입학 전 선행학습을 위해 마련된 윈터스쿨은 지난달 강좌를 개설하자마자 5분 만에 마감됐다. 현재 대기자만 수백명에 달해 대기 접수도 중단된 상황이다.

대치동 소재 국어학원 강사 정현욱 씨(30·남)는 “수험생들이 재수종합학원에 입학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잘 잡힌 면학 분위기와 해당 학원의 콘텐츠를 1년간 자유롭게 쓰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통학형의 경우 재수종합반 학원비와 주말에 진행되는 추가 교육비까지 하면 한 달에 4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인데 이곳에선 당연하게 지불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다수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학원가 #재수 #N수 #최상위권 #서울권 #의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고려대 #시대인재N #강남대성 #재종반 #기숙학원 #조기마감 #입학대기 #톱클래스 #재수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