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엣마켓(Vault@Market)은 가치있는 거래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를 보호(Vault)하는, <블로터>의 새로운 자본시장 정보제공 서비스입니다.

기업이 가진 자체 역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될 때 단기간에 사업적 성과를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동종업계 경쟁사 인수와 사업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M&A는 재무구조 악화라는 부담도 가져온다.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고, 인수 이후엔 피인수기업이 가진 부채까지 떠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린 일부 기업집단은 막대한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M&A로 몸집 키우고 부채도 늘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SK에코플랜트도 M&A를 통해 외연을 확장해온 기업이다. 기존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환경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약 3조억원을 M&A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거느리게 된 계열사는 특수목적법인(SPC) 제외 15개인데, 이는 SK그룹 내에서도 SK E&S(21개)에 견줄만큼 상당한 규모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쌓여가는 동안 SK에코플랜트의 규모를 드러내는 주요 재무적 지표도 확연히 달라졌다. 먼저 총 자산(연결기준)은 2018년 4조82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조3790억원으로 약 2.8배 불어났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8986억원에서 1조4002억원으로 1.6배 늘었으며, 1958억원이었던 유형자산은 1조533억원으로 5.4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건전성도 덩달아 악화됐다. SK에코플랜트의 높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규모는 줄곧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며 그들의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SK에코플랜트의 부채총계는 연결기준 2018년 3조5709억원이었으나, 2020년 5조원을 돌파한 뒤 2022년 9조5791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기준 9조2983억원이다. 2019년까지 1조원 안팎으로 머물던 총차입금은 2021년 3조2319억원, 2022년 4조9164억원, 올해 1분기 5조4158억원으로 늘었다.
자회사를 제외한 SK에코플랜트만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더욱 좋지 않다.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소요된 탓이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총계는 6조6193억원으로 2018년(3조1663억원)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4조239억원으로 5.1배 증가했다. 차입금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2조1840억원으로 절반을 웃돈다.
부채, 차입금 증가는 이자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올해 1분기 회사가 지급한 이자비용은 470억원으로 2020년 441억원을 넘어섰다.

4000억 RCPS에 내재된 '부채성'
SK에코플랜트는 이 같은 재무부담을 플랜트 사업부문 매각과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돌파했다. 2021년 말 SK에코엔지니어링(구 SK에코플랜트 플랜트사업 부문) 지분 50% 매각으로 4500억원, 지난해 6~7월 진행된 프리IPO에서 1조원을 각각 조달했다.
이에 따라 2021년까지 꾸준히 상승해 왔던 부채비율(420.9%)과 차입금의존도(41.7%)는 올해 1분기 227.9%, 40.5%로 낮아졌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려가 해소됐다고는 볼 수 없다. 잦은 M&A로 불어난 부채총계와 차입금 부담은 여전히 회사의 아킬레스건이다.
SK에코플랜트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준 프리IPO에도 옥의 티가 있다. 1조원 가운데 4000억원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통상 RCPS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IPO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부담요소다. 따라서 비상장기업이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작업은 대표적인 상장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꼽힌다.
다만 상환권이 채권자가 아닌 발행회사에게 있을 경우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해당 RCPS의 상환권을 갖고 있다. K-IFRS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RCPS가 회계상으로만 자본일 뿐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부채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우선배당률이 높은 데다 일정 기간 상장하지 못하면 배당률을 올리는 스텝업(금리인상 조정)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달비용 자체가 비싼데, 상환을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커진다는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계약 조건을 보면 SK에코플랜트는 RCPS 발행 후 5년 이내인 2027년 6월까지 매년 기본 우선배당률 5.5%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매년 220억원씩은 무조건 써야 하는 것이다. 2027년 6월에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1100억원이 든다.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배당률은 매년 2%씩 오른다.
연 이자율 5.5%짜리 채무와 비슷한 비용이다. 5년간 해당 이자율로 4000억원(RCPS 발행액)을 빌리면 같은 금액(1100억원)이 든다. SK에코플랜트의 회사채 2년물 민평금리가 지난달 17일 기준 5.710%인 점을 감안하면 회계상 부채인 회사채와 엇비슷하다.
프리IPO 투자금 중 6000억원은 전환우선주(CPS) 발행으로 유치했다. 전환권만 존재하는 CPS는 상환 부담이 없어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CPS 또한 예정 기간 안에 IPO가 끝나지 않을 경우 우선배당·스텝업 조항이 적용된다. 즉, 어느정도 부채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에코플랜트의) RCPS는 최소 연 5.5% 이상의 우선배당금 부담을 수반하고 있으며, CPS 또한 IPO가 예정된 기간 내에 완료되지 않을 경우 우선배당 및 스텝업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차입성격도 일정 수준 내재한다”라며 “향후 추진할 IPO의 성사 여부에 따라 관련 우선주 상환, 배당금 지급이 회사의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7개사 합병, IPO 정지작업인가?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환경사업 관련 자회사 7곳의 합병을 결정했다. 그린환경기술과 이메디원, 디디에스, 새한환경, 도시환경, 제이에이그린 6곳을 대원그린에너지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이다. 이들 6개 기업은 9월 1일 소멸될 예정이다. 이는 그간 자회사를 늘려왔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업계는 이번 7개사 합병을 두고 SK에코플랜트가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IPO 절차를 밟기에 앞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한 사업을 하는 소규모 자회사가 난립하는 것보단 대형 자회사 한 곳을 두는 게 기업가치를 평가받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결정일 뿐 IPO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동종업계에 속한 자회사들의 사업역량 제고를 위해 통합관리기업을 세운 것”이라며 “IPO 준비와 상관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