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호M&A대전]② 동양·ABL생명 사망보험 '고평가' 결정적…매각 최대 2조6000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힌 동양·ABL생명 매각 예상가가 최대 2조원 중반까지로 추산된다. 동양·ABL생명의 자산가치 평가가 최종 매각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에 근거한 동양·ABL생명 최대 매각가는 약 2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업가치가 순자산 대비 몇 배가량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PBR을 활용해 도출한 결과다.
PBR은 통상 금융기관 평가 시 경쟁 그룹 등의 지표를 가중평균해 이용한다. 본지는 회계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동양생명이 속한 생명보험 업계 순익 1위인 삼성생명 지표를 기준으로 이번 매각가를 산출했다.
먼저 삼성생명 시가총액(17조6000억원)을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44조원)으로 나누면 자산 1조원당 4000억원의 기업가치가 추정된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 순자산(2조9000억원)과 ABL생명(1조1000억원)의 순자산 합은 4조원이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업계의 관례에 따라 동양·ABL생명의 순자산 합(4조원)을 삼성생명 자산 1조원당 기업가치(4000억원)를 반영해 계산하면, 최소 매각가는 1조6000억원으로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매각가를 결정할 변수로 인수 대상 기업의 보유자산을 지목했다. 해당 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매각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 보험 부채평가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보험사별 보유자산, 즉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명보험 업계에서 주로 취급하는 상품군은 생존·사망·생사혼합·단체보험, 퇴직연금 등으로 나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은 사망(62%), 퇴직연금(19%), 생존(11%), 생사혼합(9%) 상품을 운용했다. ABL생명의 경우 사망(42.5%), 생존(30.2%), 생사혼합(22.9%) 등이며 퇴직연금은 다루지 않았다.
이처럼 보험사 전체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망보험이 두 회사의 주력상품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 생명보험 업계 매물 중 동양·ABL생명을 콕 집은 결정적 요인인 셈이다.
이재용 파인드어스 회계사는 "보험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종신(사망보험 중 하나)으로, 퇴직연금은 수익성 측면에서 떨어진다"며 "동양·ABL생명이 가진 상품 중 사망, 생존보험의 비중이 높고, 퇴직연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계약의 품질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실사과정에서 동양·ABL생명이 수익성 높은 상품을 보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0억~1조원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당초 임 회장표 인수합병(M&A) 시나리오에는 동양·ABL생명뿐 아니라 롯데손해보험도 있었으나,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롯데손보는 사실상 우리금융과 연을 맺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최근 롯데손보 본입찰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보험사가 퇴직연금사업자에 제공해야 할 금리가 올라간 것과 관련해 보험사가 다룰 퇴직연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성이 악화한다.
최정우 고위드프렌즈 대표 겸 율성회계법인 파트너회계사는 "우리금융이 은행 수익만으로는 금융지주 안에서 단숨에 1등을 하기 어렵다"며 "이번 M&A 과정에서는 수익성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다만 보험 분야는 인공지능(AI) 등처럼 유망한 영역이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덜 유망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할 때는 실사를 오래 해 가격을 최대한 깎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M&A에 쓸 수 있는 자금이 1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통주자본에 손상을 주지 않고 지불하게 되는 인수가로서 최소 비용으로 해석된다. [관련 기사 : 본지 7월2일자 [임종룡호 M&A 대전]① '12% CET1' 사수 특명…인수가 마지노선 2조3000억]
금융투자시장에서 M&A 이슈가 부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최대 50%까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서 동양생명 시가총액(1조2000억원)에 프리미엄 50%를 단순 적용해도 1조8000억원이 나온다.
이렇게 산출한 1억8000억원은 그야말로 하한선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동양생명 측의 보험상품 평가 비중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이 하한선을 넘는 매각가 책정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보험사를 인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쳐 자기자본이 3조5000억원인데 1조8000억원에 사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며 "우리금융에 최대 3조원 중반까지 투자할 여력이 있겠지만, 실제 매각은 2조~3조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