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독특한 임대제도 ‘전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과거 매매 가격이 출렁일 때도, 전세가격이 급락할 때도 ‘전세제도 종말’ 이야기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무게감이 전보다 무겁습니다.
2022년경 전세사기로 홍역을 치른 부동산 시장에 비아파트 전세는 기피 대상이 되었고, 전세보증금을 지켜줬던 HUG의 보증보험 가입 문턱도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전세대출 규제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전셋집의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전셋집이 사라지는 현상과 관련해 전세사기, 무자본 갭투자 등 그간 전세제도가 낳은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내집마련 중간 사다리가 끊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오랜 세월 부동산 시장에서 중추적 구실을 한 전세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이유가 무엇이고,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Remark] 생각보다 뿌리깊은 전세제도, 언제부터 삐걱거렸나
전세제도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 작성한 ‘관습조사보고서’에서 전세제도가 나와, 전세를 조선 후기부터 서울에서 이어진 보편적 주택 임대차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백년이 넘도록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급격한 도시화와 미처 발달하지 못한 금융제도에 있습니다.
전세는 집값의 절반이 넘는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임대료 없이 사는 형태라 임대인에게는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금융이 되고, 임차인에게는 월세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집값이 무섭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임대,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제도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러한 임대차 관계에 금이 가게 된 건 2000년 들어서입니다.
2000년 초반에는 급등하는 전셋값으로 반전세가 유행이었고 2010년대 초반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가 줄고 매매가가 떨어지면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월세를 선호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대 들어서는 임대차2법이 시행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세 물량이 귀해 전셋값이 올랐고, 이 때도 반전세가 확산되었습니다.
2년뒤쯤인 2022년 하반기부터는 전세가 하락으로 역전세를 걱정해야 했고 비아파트 시장에는 전세사기사건인 빌라왕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전세는 불안한 주거형태로 비쳤습니다.
[Remark] ‘전세는 위험해’ 늘어나는 월세 거래
임차인의 월세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대형 평형 아파트에서는 아직 전세 비중이 크지만, 1인~2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주택,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월세가 보편화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5년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비아파트1~7월 누적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72.5%에 달했습니다. 10건중 7건이 월세거래인만큼 비아파트 시장은 이미 월세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아파트도 월세 거래량 비중이 차츰 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44.9%가 월세였습니다. 이는 4년전인 2021년 37.2%에서 7.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Remark] 나라에서 밀어주는 월세 제도
사실 아파트는 전세사기 사건에서 관찰자 시점에 있었습니다. 아파트는 비아파트에 비해 전세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매매와 전세가격의 기준이 형성되어 있고 권리관계 파악이 쉽습니다. 또 서울, 경기지역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50~60% 수준이니 경매로 간다고 해도 보증금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에 전세 제도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반환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즉 연일 아파트값이 오르는 수도권에서는 전세시장이 날이 갈수록 리스크를 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굳건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도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의 존재감이 나타나고 있는 건, 정부 정책과 연관이 깊어 보입니다.
먼저 정부의 고강도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인 6.27 대책에서 전세 관련 대출 규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갭투자에 주로 활용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전세퇴거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전세 관련 정책금융 대출인 버팀목대출의 한도가 감소하고 전세보증보험 요건도 대폭 강화했습니다.

또 전세사기 여파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23년 5월부터 집값 대비 보증금 비율이 90% 이내일 때만 보증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으며 한국주택금융공사(HF)도 전세대출 보증 기준에 '126%룰'을 도입하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도 '전세대출'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먼저 1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고정했습니다.
또 전세대출 DSR 도입계획과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공급 및 보증비율 축소 카드도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전세 담보대출을 언제든 조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Remark] 아파트·기업형까지…확대되는 월세시장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의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개인들도 월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세 세입자가 되면 매달 주거비 명목으로 큰 돈이 소요되는 만큼 월세 비중을 반영한 재무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동시에 기존에는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한 매매시장 진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월세 시대에 가능한 장기적인 내집마련 전략을 짜야 합니다.
또 정부도 임대 공급확대를 밝혀 공공임대 아파트도 월세 시대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임대는 공급 물량의 한계 및 소형 위주 설계, 입주 자격 제한 등으로 민간 월세 시장의 수요가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월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성장입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자본까지 들어올 만큼 미래를 밝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는 우리나라 기업형 임대주택의 선두주자인 KT에스테이트가 있습니다.
2016년부터 ‘리마크빌’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서울, 부산에 8곳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는 대기수요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리마크빌 당산'을 공개했습니다. 이곳은 총 218가구로 전용면적 28~45㎡의 1~1.5룸으로 구성됐으며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도시 컨셉형 주택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외국 자본으로는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대형 투자사들이 이미 국내 기업형 임대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한 상태입니다. 호주 최대 주거용 부동산 운용사 더리빙컴퍼니 및 그레이스타도 국내 영업을 알렸습니다.
[Remark] 월세시장 누군가에게는 기회?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시장 트렌드를 넘어 임대 문화의 변화인 동시에 새로운 투자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상품의 매매가격은 약세인 반면 월세가격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개인에게도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월세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전문화된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리마크]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