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꽃의 성(sex)과 올림픽의 성(sex)에 대한 단상

[조민제의 식물 이름 이야기]
돌꽃에서 발견한 자연속 '혼성' 현상
올림픽 복싱경기에서 혼성 선수 사례
성(性) 차별을 없앤다는 이유로 차이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것은 옳을까

돌꽃의 전초(백두산)

돌꽃은?

돌꽃(Rhodiola rosea L.)은 돌나물과 돌꽃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중국의 동북부, 일본의 북부 및 시베리아 등에서 자라고, 한반도에서는 낭림산 이북의 북부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높이 10㎝가량이다. 꽃은 7~8월에 줄기의 꼭대기에 달리며 붉은색이 도는 황백색으로 핀다. 꽃차례의 중심부(꼭대기)의 꽃이 먼저 핀 다음 주위 꽃들이 피는 취산꽃차례의 모양을 이루는데 암꽃그루와 수꽃그루가 별도로 나누어져 있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4개씩 달리고, 암꽃에는 4개의 암술이 서로 서로 떨어져 있으며, 수꽃에는 수술이 8개로 꽃잎보다 길게 뻗고 가운데는 임성(fertility)이 없이 퇴화된 암술이 있다. 바위나 돌 틈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에 ‘돌꽃’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돌꽃의 성(sex)

갖춘꽃(complete flower)은 꽃받침, 꽃잎, 수술과 암술로 이루어지는데 수술과 암술이 한꽃에 다 있기 때문에 암수한꽃(양성화)인 셈이다. 그런데 돌꽃의 암꽃에는 수술이 없다. 수꽃은 수술과 암술이 모두 있는 암수한꽃(양성화)의 형태이지만, 암술은 퇴화하여 수정이 되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한다(불임성). 그런데 그 암꽃과 수꽃은 한 그루에 모여 있지 않고 다른 개체에서 다르게 피기 때문에 서로 딴그루이다. 돌꽃의 성이 왜 이렇게 복잡한 형태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모습으로 최소한 수천 만 년 이상을 상대적으로 매개곤충이 많지 않은 추운 지방의 고지대에서 적응하면서 살아 왔다는 점은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왼쪽은 돌꽃의 암꽃그루, 오른쪽은 수꽃그루의 모습(백두산)

실제 백두산을 탐사하면서 수꽃그루를 자세히 살피보니, 암술에 임성이 있어 수정이 완료되어 열매로 변하는 개체들도 보였다. 즉, 일부 수꽃그루는 암술이 불임인 수꽃과 암술이 임성이 있는 암수한꽃이 함께 있는 혼성그루도 관찰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조금 더 자세히 살피면 암술이 완전히 사라진 수꽃의 형태, 암꽃에 수술이 있는데 각각이 임성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도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자연에서 관찰되는 생물들의 암(female)과 수(male)는 박제화된 종교의 교리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사람의 머리로는 정확한 이해는커녕 인식을 위한 분류 체계조차 만들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며 자연속에서 선택되고 적응하며 요동치고 있다. 그래서 자연(自然)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보편화된 상식처럼 된 사람도 생물의 일종이고 본질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사람의 성(sex)와 관련하여 성 지정(sex assignment),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 트랜스젠더(transgender), 간성인(intersex), 논바이너리(non-binary), 젠더퀴어(genderqueer) 등의 복잡한 개념이 존재하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올림픽 복싱과 성(sex)

파리에서 열렸던 올림픽의 여성 복싱 경기는 소위 XY염색체를 가졌다고 알려진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Imane Khelif, 26세)와 대만의 린위팅(Lin Yu-ting, 28세)이라는 두 복서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대통령이 "남성은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해당 선수들을 아무런 근거없이 남성으로 단정한 태도에 대해서는, 전혀 수긍하기 어려우며, 그것이 혐오발언(hate speech)이라는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성별은 염색체가 아니라 여권에서 따라 결정"하고 두 선수가 여성 복싱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와 관련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를 차별적인 행위로 취급하는 올림픽위원회(IOC)의 태도에도 수긍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리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 16강전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안젤라 카리나 선수(왼쪽)가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 선수에게 패한 뒤 울먹이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IOC의 주장에 따르자면 여러 '중간적인' 성(sex)의 경우에도 유형적 물리력이 충돌하는 복싱 경기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에 차이가 있고, 그게 보편적이고 경향성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그가 남성(male)이라고 해도 여권에 여성으로 표기만 되면 여성 복싱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게 된다. IOC의 주장을 따르자면 체중별 그리고 성별로 복싱경기를 나누어 하는 근거 자체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IOC의 주장을 옹호하는 국내의 일부 소위 진보 언론에서 차이를 인정할 필요성에 관한 논의 모두를 '혐오' 관점이라는 식의 태도를 펼치고, 그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마저 동원하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XY염색체' 보도유감>이라는 2024.8.2.자 《오마이뉴스》 기사가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기사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마네 켈리프는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간성인(인터섹스)이고, 이는 남성호르몬(안드로겐) 수용체가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는 유전적 장애로 외관성이 여성이 된 경우인데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없고, 있다고 해도 미비하기 때문에 체격 차이나 운동량 차이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IOC조차 부인하고 있는 가짜뉴스이다. 이마네 켈리프나 린위팅에 대해서 러시아의 입김이 강하다고 알려진 국제복싱협회(IBA)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방식을 정하지도 않고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후적인 조치로 XY염색체를 가졌기 때문에 실격이라는 통보를 했다는 것이 알려진 전부이다.

그 누구도 이마네 켈리프나 린위팅의 유전자가 어떠한지, 유전병을 앓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며 그에 관한 제대로 된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육안으로도 신체적으로 차이가 보이는데도 체격이나 운동량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위해 오마이뉴스는 갑자기 그들을 유전병을 가진 환자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차별이고 혐오가 아닌가?

이와 유사한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육상연맹(IAAF)은 지난 2018년경에 여러 육상선수들을 실제로 조사하여 신체적이나 운동력에 차이를 일으키는 주요한 지표로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기준으로 보고, 일정한 수치를 유지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여자부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규정(‘성적 발달의 차이에 관한 규정’, 소위 'DSD 규정‘)을 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불만이 제기되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되기도 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현재 해당 규정은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정확히 운동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규제의 수치와 기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종목에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국제육상연맹의 DSD 규정이 보다 정교하게 되거나 어쩌면 그것이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단순히 고정 관념에 따라 모든 사람은 여(female)과 남(male)의 틀에 억지로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구별과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다른 참여자와 공평성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싱은 유형적 물리력이 충돌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육상 경기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은 새로운 모습을 조화를 만든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이하여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다시 자연에 적응하면서 차이는 합쳐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조화를 만들어 낸다. 차별을 없앤다는 앙상한 뼈대로 존재하는 차이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더운 여름날의 논의는 복잡하고 열띠지만 단지 서로 대상을 달리하지만 드러내고 차별하자고 호소하는 듯하여 불편한 마음만 더 쌓인다.


조민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후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취미로 야생 식물 탐사와 옛 식물에 대한 기록을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와 책으로 ‘한국 식물이름의 유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