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 200 시리즈는 고장 없는 내구성과 투박한 외관으로 유명한 모델이다. 특히 240과 260은 디자인보다는 기능과 안전에 집중된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을 대표했다. 그런 볼보가 갑작스럽게 멋을 부려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볼보 262C다. 이 독특한 쿠페는 스웨덴이 아닌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탄생했으며, 볼보 역사상 가장 비범한 시도로 남아 있다.
1970년대 중반, 볼보는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타깃은 교수, 회계사 대신 좀 더 스타일리시한 소비자였다. 그 계기는 엉뚱하게도 포드 임원들의 방문이었다. 1974년, 포드 임원들이 볼보의 첨단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스웨덴을 찾았고,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은 링컨 마크 IV 쿠페였다. 볼보는 이 자리에서 스타일이 무엇인지 배웠고, 이후 볼보 디자인 총책은 새로운 쿠페 모델을 구상하게 된다.


세단과 공유했던 차체
동력 성능은 아쉬웠던 대목
볼보 262C의 기본 구조는 260 세단과 공유하면서도 루프 라인과 도어, 필러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스웨덴 본사에서는 이처럼 소량 생산되는 쿠페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생산은 전설적인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 그루포 베르토네가 맡게 된다. 베르토네는 람보르기니 미우라부터 수많은 알파로메오와 피아트까지 수려한 라인업을 만들어온 회사로, 이번에도 패널 제작과 조립을 담당했다.
처음 출시된 모델은 실버 바디에 블랙 비닐 루프를 더한 클래식한 조합이었다.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총 6,600대가 생산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컬러와 루프 옵션이 추가되었다. 쿠페 형태임에도 후석 접근성이 우수했고, 낮은 지붕 덕에 특유의 스포티한 실루엣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4인승 구조와 좁은 실내 공간, 당시 기준에서도 아쉬운 동력 성능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잔고장 많았던 볼보 262C
짧지만 강렬한 클래식카
이번에 주목받고 있는 1981년식 262C는 푸조-르노-볼보가 공동 개발한 PRV V6 엔진을 장착했지만, 이는 내구성과 정비성이 부족한 파워트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1981년형 V6는 약 130마력을 발휘했으나, 현실에서는 많은 운전자들이 성능보다 고장 빈도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번 차량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1994년 또는 1995년형 차량에서 이식된 2,300cc급 B230F 엔진이 장착된 것이다. 최대 출력은 116마력, 최대 토크는 약 18.9kgf·m 수준이며, 압축비는 9.1:1로 안정적이다. 비록 출력은 낮지만, 고장 없는 주행과 정비 편의성 면에서는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 기존 3단 자동변속기 대신 4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었다고 전해진다.
볼보 262C는 고지식한 볼보가 스타일에 눈을 돌린, 짧지만 강렬했던 시대의 흔적이다. 무채색 직선의 볼보 역사 속에서 이 차량은 확실한 변주였다. 낮은 루프라인과 럭셔리 쿠페 포지셔닝, 이탈리아 감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었지만,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시대를 앞선 시도가 클래식카의 매력으로 재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