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경고, "한국에 미 방산업계에 수출 말라"

희토류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 기업들에 자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제품을 미국 방산업체에 공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보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요구는 중국 정부가 한국 내 전력 변압기,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기차, 항공우주·의료장비 제조사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이들 기업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위반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초 한국경제신문은 이 메시지를 중국 상무부가 전달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후 '중국 정부' 전체로 정정했습니다.

미 방산 체계, 희토류 공급 차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촉발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미 국방부가 F-35 전투기 등 주요 무기 체계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국방 전문가를 인용해 "미 국방부와 방위 산업체는 중국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희토류 광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경고 사격"이라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희토류는 현대 무기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로, 희토류의 한 종류인 이트륨은 대부분의 미국 국방 기술에 필수적입니다.

희토류는 전기 모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자석의 핵심 재료로 전투기와 전함, 미사일, 탱크, 레이저 등에 쓰입니다.

F35 전투기

이트륨은 전투기 엔진의 열 차단 코팅에 사용되어 비행 중 터빈이 고열에 녹는 것을 방지하고, 희토류 자석은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드론의 소형 전기 모터의 핵심 요소입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1대에는 약 440kg의 희토류가 필요하며 일부 잠수함은 4300kg 이상의 희토류를 사용합니다.

한국 정부, 관련 사실 확인 중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한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 서한을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중국 정부 및 국내 기업들과 관련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이달 초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일부 전략 자원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희토류 수출을 원하는 업체는 중국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이 허가 과정은 통상 6~7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일부 제한 품목에 대해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전기차에도 많은 양의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는 전기차·풍력발전기 등에 사용되는 특수 자석 원료인 디스프로슘 등 7개 품목이 포함됩니다.

25일에는 한·미 고위급 당국자들이 워싱턴에서 만나 관세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는 21일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미국과의 양자 협정에 대해 각국이 신중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미국 안보 위협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으로 중희토류 6종(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과 희토류 자석에 대해 특별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중희토류 6종은 사실상 중국에서만 정제되며 희토류 자석 역시 중국산이 90%를 차지합니다.

이번에는 허가제에 그쳤지만, 국가별 반출량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요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커런은 "이번 결정이 미국 국가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외교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전례가 있으며, 이후 미국은 희토류 비축량을 늘려왔습니다.

그러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탈 선임 연구원은 "15년 전보다 비축량이 더 많아졌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방위산업체들은 이 사태를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희토류 광산

영국 광물 거래 회사인 '립먼 월튼 앤 컴퍼니'의 아론 제롬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대부분을 채굴하고 정제하며,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NYT는 "중국은 이러한 공급망 장악을 통해 희토류에 의존하는 무기의 가격에 대해 일정 수준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의 방위 산업 기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서방 국가들, 대체 공급망 구축 난항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의 희토류 재고가 수개월 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급망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소재 금속 트레이딩 업체 트라디움의 야네 기제 트레이더는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가 자석 재고를 2~3개월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 기간 안에 유럽이나 일본으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도쿄의 한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 세계 전기차 제조사에 매우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단순한 관세 맞대응이 아니라 자국에 유리한 구조적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희토류 생산 재개 노력


1980년대까지 미국은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을 통해 희토류 생산을 주도했으나 2002년 폐쇄되며 중국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기인 2017년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독려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습니다.

현재 MP 머티리얼즈가 마운틴 패스 광산을 재가동했으나 중국의 생산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체들은 현재 일정량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는 수개월 분량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남미의 희토류 광산

방위산업 관계자는 "국방부의 비축량도 방위산업체를 무기한으로 운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중희토류는 지각 내 분포는 많지만 정제와 추출이 까다롭고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해 전 세계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타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일본은 호주의 라이너스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확장 중이며 올해 중반까지 디스프로슘·터븀의 자립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국가 비축분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업계 재고와 합쳐봐야 3개월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비상시를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국은 자국 내 희토류 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얀마 내전으로 중희토류 원광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출 제한이 국내 수요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패권 경쟁 속 희토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불가피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고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안보' 시대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장보고급 잠수함

한국과 같은 중간 국가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 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희토류 비축량 확대, 대체 공급원 확보, 재활용 기술 개발, 대체 소재 연구 등 자원 안보를 위한 종합적 접근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핵심 자원과 기술에 대한 '탈중국' 노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