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 어려운 정서 아동학대 많아… 세심한 검토 필요

충청권 연도별 아동학대 아동본인 신고현황. 그래픽=김연아 기자.

아동학대 피해 당사자인 아동의 신고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아동의 권리의식이 신장된 결과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지만, 입증하기 어려운 정서학대가 전체 학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세심한 사례 검토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충청권 아동학대 신고(5376건) 중 만 0~17세 아동 본인이 직접 한 것은 1440건으로 집계됐다.

충청권에서 아동 본인의 아동학대 직접 신고는 2019년 690건, 2020년 798건, 2021년 1103건, 2022년 1116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 내 전체 아동학대 신고 중 아동 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14.2%에서 지난해 26.8%로 같은기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피해 당사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학대라고 인식하고 구제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신고 증가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동복지계의 설명이다.

다만 정서학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동학대 특성 상 아동이 신고했을 때 입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충청권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추정) 2369건 중 가장 많은 것은 969(40.9%)건의 정서학대다.

중복학대(755건)까지 감안하면 아동의 정서 피해는 더욱 두드러지는 실정이다.

정서학대는 신체학대, 성학대처럼 육안으로 확인하기 까다로운 영역이라 아동의 진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인 점을 감안하면 자녀인 아동 입장에서 일단 신고를 했더라도 이후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증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달까지 추정 집계된 올해 충청권 아동학대 중 85.3%는 부모(2021건)가 학대행위자였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정서학대는 아동의 일관된 진술이 중요한데 학대자인 부모와의 관계가 있고 주거도 부모에 의존하다 보니 일관되기 어렵고, 녹음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도 교수는 "아동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며 "부모, 어른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고자가 아동 본인이라고 조사 절차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피해 아동, 학대 의심자, 주변인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답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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