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으로 ''경제 성장률 2위 달성했던 경상남도''가 몰락 위기라는 진짜 이유

조선업 호황, 지역 경제에는 ‘무색한 기적’

한때 ‘조선업의 심장’으로 불렸던 경상남도가 다시 한 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호황으로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두 배 이상 늘고,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주요 기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경제는 되레 냉각되고 있다. 특히 거제도는 2021년 기준 국내 지역 성장률 2위를 기록했던 ‘조선 부흥의 상징 도시’였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인구 감소율 전국 상위권 도시로 추락했다. 기업 실적과 맞물리지 않는 지역경제의 이 괴리는, 경남 산업 구조가 여전히 ‘수주 중심형 외부 성장’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7,500억 원짜리 유령도시, 해양신도시의 실패

거제시가 ‘조선업 회복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거제 해양신도시 프로젝트는 지역 침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총 7,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대형 매립사업은 10년에 걸친 행정절차 끝에 완공됐지만, 현재 분양률은 0%, 상가 점유율은 사실상 전무하다. 논의 초기에는 “해양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으나, 실제 결과는 공터와 방치된 건물뿐이다. 사업의 실패는 단순히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 아니다. 지역 인구가 빠져나가고, 조선소 근로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경제 기반 자체가 무너진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산업 구조, 지역 소비의 붕괴

조선업은 최근 몇 년 새 수주 호조를 보였지만, 그 성장의 중심에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세가 있었다. 과거 조선업의 활황기에는 지역 청년층과 기술 인력이 공장 인근에 정착하면서 의료, 교육, 상권 전체가 살아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인력난 해결을 위해 8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면서 소비 구조가 급격히 위축됐다.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본국 송금 중심의 생활을 유지하며 식비·주거비조차 최소화하고 있어, 지역 내 소비 확산 효과가 사라졌다. 거제·통영·창원 일대에서는 식당, 숙박업소, 마트 등 자영업체들의 문 닫는 비율이 40% 이상으로 급등했고, 주택 거래량 역시 반토막이 났다. 산업의 호황이 지역경제에 전혀 스며들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이 여기서 드러난다.

성장률 2위의 착시, 실질 소득은 오히려 감소

경남의 경제성장률은 통계상으로 여전히 높게 집계된다. 제조업 수출액이 늘어나고,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GDP 성장률 뒤에는 지역 주민들의 실질 소득 감소라는 현실이 숨어 있다. 지역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고, 비정규직과 단기 파견직 중심의 고용 구조가 지속되면서 체감 경제력은 되레 악화됐다. 실제로 거제시의 2024년 1인당 지역 총소득은 2018년 대비 6% 감소했다. 한 경제연구소는 “조선업의 호황이 대기업 본사로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라 지역 내 파급 효과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조선 산업의 ‘불균형 성장’ 우려를 지적했다.

산업 중심 도시의 ‘생활 인프라 공백’

문제는 제조업 외의 산업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선업의 성수기 동안에도 지역에는 청년층이 머물 만한 일자리나 문화 인프라가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조선소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와 산업단지는 속속 늘었지만, 젊은 세대의 유입을 이끌 만한 교육·의료·문화 시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든 도시, 여가와 생활이 단절된 지역은 결국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거제시는 올해만 3,000명 가까운 인구가 순유출되었다. 인구 감소는 다시 상권 악화로 이어지고, 지역 세수 축소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산업과 생활이 공존하는 도시로 다시 세우자

경남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산업의 불균형이 만든 구조적 위험이다. 조선업이 화려한 실적을 내더라도, 지역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장부상의 호황은 허상에 불과하다. 산업의 성장과 생활의 질을 함께 높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외국 인력에 의존한 성장 대신, 내국인 정착 정책과 지역 자영업 회생, 청년 인재 유입을 위한 문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조선의 도시로 성장했던 경남이 다시 살기 좋은 산업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산업이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과 생활이 공존하는 도시로 다시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