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출신 ‘빅초이’ 최희섭, 눈높이 소통으로 KIA 미래 키운다
하루 10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훈련
"가장 중요한건 선구안…인내력 중요"
"선수 마음 헤아리고 맞춰가는게 우선"

"잔류군이라고 해서 결코 소홀히 생각하거나 대충 넘어갈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선수들에게 '이곳 함평이 바로 메이저 1급 시설이고 훈련장이다'라는 자부심과 마음가짐을 갖고 훈련에 임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KIA 타이거즈의 전설적인 타자 최희섭 코치가 함평 야구장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KIA의 미래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뿌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누비고 KIA의 핵심 4번 타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빅초이' 최 코치는 현재 함평에서 잔류군 타격코치로서 젊은 유망주와 재활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최 코치는 지난 2015년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한 뒤 2020~2022년 KIA의 1군 타격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2군 타격 코치를 맡은 뒤 올해부터 잔류군 타격 코치를 담당하며 구단의 화력을 위한 첫 걸음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찾은 함평 챌린저스 필드. 뜨거운 햇빛 아래 잔류군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타격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배트를 쥔 채 힘차게 휘두르며 최희섭 코치 지도 아래 기초를 다지며 묵묵히 훈련을 진행했다.
지도자로서 함평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최 코치는 새벽 출근을 시작으로 오전 수비 및 타격 훈련, 점심 식사 후 오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으로 이어지는 하루 10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육성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33명 거쳐 가며 1군 전력 보탬"…함평에서 피어나는 사관학교
최 코치가 담당하는 잔류군은 2군에서 부상으로 재활에 들어간 선수, 프로 무대에 막 적응하는 신인, 그리고 2군 정식 경기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정식 퓨처스 리그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2군과 달리, 잔류군은 대학팀과의 연습 경기(올해 약 40경기 소화)와 정밀 훈련을 겸하며 언제든 1·2군에 올라갈 수 있도록 체력과 기량을 완성하는 '육성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최 코치는 "올해에만 카스트로, 이호연 등 무려 33명의 타자가 잔류군을 거쳐 1군과 2군으로 콜업됐다"며 "선수들이 이곳에서 땀 흘려 기량을 다진 뒤 1군 무대에 올라가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볼 때 지도자로서 엄청난 보람과 잔류군 시스템의 중요성을 깊이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퓨처스 타격 코치 시절 시즌 전반기에 함께 땀 흘렸던 박재현의 성장세에 대해 "스피드가 빠르고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대형 선수로 성장한 것 같다"라며 "지난해에 함께 정말 많은 땀을 흘렸는데, 2년 차인 올해 훌륭히 성장해 1군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흐뭇하고 기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격의 시작은 선구안과 인내…슬럼프는 자만과 게으름에서 온다"
자신만의 확고한 야구 철학도 밝혔다. 최 코치가 함평에서 유망주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다름 아닌 '선구안'이다.
최 코치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선구안이며, 선구안은 곧 타석에서의 인내심"이라며 "선구안이 갖춰져야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고, 정밀한 컨택 야구가 된 뒤 비로소 장타력이 발휘될 수 있다. 타석에서 공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골라내는 인내와 집중력을 가장 강력하게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슬럼프에 빠져 잔류군으로 내려온 후배들을 향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 코치는 "정상에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내려오는 건 한순간이다. 그게 바로 슬럼프이며, 슬럼프는 대개 자만과 게으름, 나태함에서 시작된다"며 "성적이 좋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과거의 노력을 망각하곤 하는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슬럼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상 경험 속 지도자 길 고민…4년간의 방송 해설이 전환점
최 코치는 선수 시절 겪은 수많은 부상으로 인해 지도자 생활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100%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마운드와 타석에 서는 후배들을 지도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소신 때문이었다.

"지도자의 욕심보다 선수와의 눈높이 소통…포기하지 않도록 도울 것"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며 바뀐 가치관에 대해서는 '눈높이 소통'을 첫손에 꼽았다. 지도자 초년병 시절에는 욕심이 앞서 선수를 이끌려 했지만, 지금은 선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맞춰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배움을 얻었다.
최 코치는 "코치 혼자 의욕이 앞서 앞으로 달려가면 안 된다. 선수와 일대일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회식이나 이벤트를 통해 야구 외적인 고민까지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아야 그라운드에서 진짜 시너지가 나온다"며 "선수가 준비가 안 됐을 때는 1군 콜업에 조급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솔직하게 조언해 주는 것이 선배이자 코치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큰 부상을 이겨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