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10·16 재·보궐 선거… 위기감에 ‘총력 지원’ 나선 국민의힘

박숙현 기자 2024. 10.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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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론’ 불붙이는 野.…‘지역일꾼론’으로 맞서는 與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중앙당 차원의 ‘총력 지원’ 체제로 전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부산 금정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며 맹추격하자 텃밭 수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야당이 일찌감치 유세 현장을 돌며 불붙인 ‘정권 심판론’도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부산 금정 보궐선거 결과는 한 대표 리더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부산 금정구 이마트 금정점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월 재보선 총력 지원 체제에 돌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6일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부산 금정구청장 지원 유세를 했다. 6일 유세 일정 탓에 같은 날 동남아 3국 순방차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 환송길에도 불참할 정도였다. 한 대표는 당초 5일 하루만 부산을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선거 판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1박 2일 일정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부산 금정과 10일 인천 강화에서 각각 현장 최고위원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장 최고위와 별도로 이번 주 부산을 찾아 윤 후보 지원 유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초 10·16 재·보궐 선거는 4곳의 기초단체장(▲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을 뽑는 선거인 만큼 지역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고 중앙당은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한 대표는 공천권을 해당 시·도당에 위임했고, 지난달 말까지 중앙당 차원의 선거 지원 유세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에선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2곳을 무난하게 수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이에 따라 중앙당까지 나서 불필요하게 선거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야가 총력전을 펼쳤다가 참패한 이후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당시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교체됐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조용한 선거’를 치르자는 기류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힘겨루기 끝에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연일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면서 여당 내에서도 “안심할 순 없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전날(6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후보와 김 후보가 양자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도 ‘인천시장 출신’ 안상수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권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은 야권 단일화로 굉장히 빡빡한 선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원들이 총력을 모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인천 강화에 대해서도 “강화는 상대적으로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민주당 후보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인천 강화군 양사면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해 '강화군 기본사회 실현과 미래비전을 위한 정책협약식' 시작에 앞서 한연희 민주당 강화군수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뉴스1

◇野 ‘정권 심판론’에 ‘尹 탄핵’까지 언급 vs 與 ‘지역 일꾼론’으로 맞불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보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정권 심판론이 불붙을 경우를 우려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 금정 야권 단일화로 인해 컨벤션 효과는 조금 있겠지만 보수도 결집하고 있다”면서도 “정권 심판론이 세지지 않도록, 그런 이슈가 없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달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야권 총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여권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중 한 곳에서라도 승리할 경우 ‘정권 심판론’에 대한 민심을 파악했다고 평가하고 대여(對與)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물을 앞세운 ‘지역 일꾼론’으로 방어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궐 선거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거부권을 얘기하고 특검을 얘기하는 선거인가”라며 “민주당은 예상했다시피 구청장, 군수를 뽑는 재보선을 정치선동, 선전의 장으로 쓰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지역을 위해서 일할 진짜 봉사할 진짜 일꾼을 뽑는 선거로 만들겠다”며 “(국민의힘의) 구청장, 군수 후보들이 지역민들의 삶을 위해서 진짜 일을 해낼 일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달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에 패할 경우, 최근 악화한 당정 관계와 맞물려 당내에서 친윤(윤석열)계 중심으로 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오는 11일~12일 전후로 재·보궐에 대한 정확한 선거 판세가 나올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야 ‘밑져도 본전’인 선거지만 (재·보궐 결과에 따라) 한 대표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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