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앞두고 CB·BW 발행 오히려 폭증… 투자자 피해 안 입으려면
코스닥 상장사 CB 발행 1830억원 늘어나
기존 주주 지분 희석·불공정거래 악용 우려
거래소, 연내 취득·재매각 시 공시의무 신설
일부 상장사는 한숨 “자금 절실한데 돈줄 막힐 수도”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늘리면서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진 메자닌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빠르고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때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 수단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3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25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CB·BW·교환사채(EB) 등 메자닌을 발행한 상장사는 총 28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7개사)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메자닌 발행 규모는 5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2182억원)보다 3.5% 증가했다.
CB는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주식 전환가보다 주가가 올라야 CB를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낼 수 있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하겠다고 청구할 수 있는 사채다.
CB와 BW 모두 기업마다 정관에서 정하는 발행한도가 있다. 문제는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기업이 보유한 자본금보다 더 많이 발행한 기업이 상장사의 30%가량 된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상장사 중 발행한도의 자본총계 대비 비중이 100% 이상인 기업은 CB의 경우 718곳(30%), BW는 677곳(28.4%)이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CB·BW 발행한도가 가장 큰 곳은 10조원에 달했고, 코스닥 상장사 중엔 발행한도가 무제한인 기업도 한 곳 있다”며 “보유 자본금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과도하게 희석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중 CB의 경우 리픽싱(주가 하락으로 인한 전환가액 조정)·콜옵션(매도 청구권) 등의 제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더 많은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보니 CB 보유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기존 주식 투자자는 불리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이 사모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정거래 10건, 시세조종 3건, 미공개정보 이용 3건이 드러났다. 부당 이득 규모는 약 840억원에 달했다. CB 발행액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2022년 발행액(5조4283억원)을 한참 웃돌고 있다.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계속되자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올 초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과 관련해 현재 거래소는 CB·BW 등 메자닌과 관련한 공시규정 강화를 연내 시행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발행사의 만기 전 CB·BW·교환사채(EB) 취득 및 재매각 시 공시 및 신고의무를 신설하고, 이미 공시한 내용과 취득·재매각 금액이 50% 이상 변경되면 불성실공시로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CB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전환주식에 대해 전환가액 결정·조정 및 전환청구 시 CB와 동일하게 시장신고 사항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은 CB 발행과 관련한 제재가 강해지면서 자금 확보가 급한 기업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닥 상장사 A사의 공시담당자는 “CB의 경우에는 최근 몇 년간 계속 제한돼 왔다”며 “말 그대로 사는 사람이 더 없어지고,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튼튼한 기업들만 CB 등 메자닌 발행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B사의 공시담당자는 “교환사채(EB)는 발행 시 회사가 자기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해 발행 메리트(이점)가 크지 않은데, EB까지 신고 사항으로 규정되니 더 까다로워진 것은 맞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CB 발행을 한 기업에 주식 투자를 고려 중이라면 정관상 발행한도액이 총자본금을 넘지 않는지, 자금 조달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 연구원은 “CB·BW 발행이 통상적인 운영 목적이 아닌 채무 상환이나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한 것이라면 면밀히 봐야 한다”며 “또 전환 및 신주인수권 행사 기간을 특정 기간(1개월, 1년 등)이 아닌 발행 직후로 설정하는 것은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스키·하이볼 다음은 브랜디?’... 종합주류기업 격전지로
- [똑똑한 증여] 상속 후 2주택자 됐다면…기존 주택 먼저 팔아야 양도세 ‘0원’
- 청산가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SK증권 주가, 500원도 깨질라
- [중견기업 해부] 1000억 먹고 빠진 스톤브릿지 ‘DS단석’ 1인자 차남 한승욱 회장...견제수단 부재
- 피바람 韓증시… 한화오션 직원들만 보호예수 해제 한달 앞두고 행복한 표정
- [마켓뷰] 코스피, 3거래일 만에 2600선 아래로… 고려아연 하한가
- 메탄올 추진선 건조 다시 韓으로… 中과 기술 격차 여전
- SK하이닉스, 청주 M15X 공장 생산설비 발주 개시… “투자 앞당겨 수요 대응”
- 유럽 자동차 시장이 어쩌다가, 위기 시작은 중국
- 근육 늘리고 지방 줄이면 치매 위험 감소